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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더이상 단식 안됩니다", 의료인들 눈물 호소

"지금 정치권은 집단살인을 벌이고 있다"

대량 실신사태가 속출하는 가운데 의료인들이 '국가보안법끝장단식단'에게 단식을 중단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했다.

***의료인들, "더 이상 단식은 목숨을 위태롭게 합니다" 눈물 호소**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참의료실천단 등 단식단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의료인들은 30일 저녁 6시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식단원에게 단식중단을 호소했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대표는 "단식단원들이 생명을 걸고 보안법 연내폐지를 위해 투쟁하는 모습을 보고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을 들지 못하겠다"며 "지금부터라도 보안법 폐지를 위해 더욱 투쟁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최 대표는 노무현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을 겨냥, "국가보안법 하나 폐지 못시키면서 뭐하려고 대통령이 됐고, 국회의원이 됐냐"고 질타하며 "과거 거리를 같이 뛰어 다니며 민주개혁을 위해 함께 했던 그들이 정말 맞는지 너무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보안법 폐지를 위해 단식을 하는 것만큼은 동의하지 못한다.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단식단원들은 현재 목숨마저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보안법 폐지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지만 생명을 지켜야 하지는 않나"라고 울먹이며 호소했다.

그는 또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국회 밖에서 1천여명의 시민들이 목숨을 걸고 보안법 폐지를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을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노 대통령과 우리당 의원들의 대오각성을 촉구했다.

***"정치권이 집단살인을 하려 한다"**

단식단원들과 함께 생활하며 건강을 돌봤던 참의료실천단 장정화씨도 의료인으로서 단식단원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고통을 토로했다.

장 씨는 "노상 단식으로 건강이 크게 악화돼 단식중단을 권하였지만, 말없이 돌아서며 농성장으로 향하던 분, 단식중단 권유를 들을까봐 쓰러질 때까지 간단한 진료도 거부하던 단식단원을 보면 아픈 마음은 이루 말할 데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 개 안되는 핫백(hot back)을 나눠 드려도 말 없이 더 힘든 동료에게 양보하던 단식단원을 보며 숙연해지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참의료실천단 유승하씨는 "물과 소금도 없이 더 이상 단식을 진행했을 경우에는 정말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며 "오늘(30일)도 20여명이 실신하지 않았나. 이를 방조하고 있는 정치권은 집단살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오후 5시 경 단식단원들이 국회 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경찰들과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단식단원들이 경찰의 폭력에 부상을 입거나, 실신해 쓰러져 병원으로 긴급 이송되는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정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회장과 나눈 일문일답과 이날 의료인들이 발표한 성명 전문이다.

***김정범 회장 일문일답**

문 : 단식단원의 상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답 : 어떤 불행한 사태가 벌어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물과 소금까지 거부한 단식단원은 정말로 위험하다. 생리적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물과 소금은 필수적이다. 물과 소금을 먹지 않으면 길어야 72시간을 버티지 못한다.

문 : 버티지 못한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나?
답 : 한 마디로 생명 자체가 위급할 수 있다는 말이다. 최소한 수명이 단축되고 건강에 치명상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의사로서 물과 소금만큼은 꼭 섭취하길 바란다.

문 : 날씨도 매우 춥다. 영하로 내려간지 수일째 된다.
답 : 물과 소금이 중요한 만큼 기온도 중요하다. 얼어붙는 듯한 추위 속에 노상에서 단식을 하는 일은 지극히 위험스럽다. 25일째 노상 단식이라니 있기 힘든 일이다. 더구나 지병이 있는 단식단원의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문 : 단식 중단 권유를 할 생각은 없나?
답 : 권유는 할 수 있지만 강제는 못하는 것 아니겠나. 국가보안법의 폐악성은 잘 알고 있다. 몇 년전 '진보의련' 사건으로 알려졌듯이 의료인들도 국가보안법으로 많은 고통을 당하지 않았나. 하지만 생명이 위급한 상황이다. 개인적 소견으로는 단식 중단을 권유하고 싶다. 또 단식이란 극한의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의 투쟁을 고려해 보길 바란다. 하지만 이분들도 누구보다 그런 문제점을 잘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한다. 오죽하면 단식을 했겠나.

문 : 단식단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단식을 고수하는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답 : 노무현 대통령을 보면 이해할 수 없다. 9월에는 보안법을 박물관에 보내야 한다고 하더니 최근에는 차근차근 풀어가자고 말한다. 1천여명이 시민들이 노상에서 단식을 하고 생명이 경각에 달렸는데 대통령의 그런 발언은 단식단원을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너무 실망이다.

***<성명> 생명을 건 단식투쟁 앞에서 국가보안법은 여전히 야합의 대상일 뿐인가?**

국가보안법 완전 폐지를 위해 단식 농성을 시작한 이들의 단식이 26일째로 접어들었다. 현재 단식농성단은 6백여명이며 이들 중 1백50여 명 이상이 26일째 추운 겨울날 노상에서 단식을 하고 있다. 더욱이 임시국회 폐회를 앞둔 12월 29일 밤 9시를 기해 1백50여명은 국가보안법 폐지 결정이 나는 날까지 '물도 소금도 안 먹는 끝장 단식'을 시작하였다.

우리 보건의료인들은 국가보안법이 즉시 완전히 철폐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시대적으로나 역사적으로 지극히 정당한 시대적 과제이며 열린우리당이 당론으로 내걸고 국민에게 위임받은 사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짓밟는 국가보안법에 대해 완전폐지가 아니라 형법보완이나 대체입법을 운운하는 것도 모자라 아예 이제는 국가보안법 폐지 절대불가라는 주장을 내세우는 한나라당과의 합의를 운운하고 있다.

국가보안법폐지를 수구세력의 허가를 받아야만 하는 사안으로 변질시키는 해괴망칙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바로 작금의 '끝장단식'을 불러왔다. 대규모의 인원이 단식에 참여할 뿐 아니라, 이들의 물도 입에 대지 않는 형태로 단식을 진행하는데도 지금도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단지 정략적인 정쟁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는 할 말을 잃는다.

지금까지 우리는 의료인으로서 그간 농성단에 의료 지원을 하며 단식자의 건강 피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물을 마시며 단식을 하는 것과 물도 마시지 않고 단식을 진행하는 것은 전혀 차원이 다르다. 의학적으로 볼 때, 물도 마시지 않고 단식을 진행한다면 대부분의 단식자들이 길어야 72시간을 버티지 못한다. 더군다나 기존에 20여 일 이상 단식을 진행한 이들이 많고, 칼바람을 맞으며 여의도 공원에서 노숙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이기에 언제 어떠한 불행이 초래될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극한 상황을 초래한 열린우리당에 간절히 바란다. 죽음을 무릅쓰고 국가보안법을 철폐하고자 하는 단식농성단의 위중한 상황과 이들이 왜 이렇게 까지 죽음을 무릅쓰는지를 진정으로 돌이켜보라. 국회에서 국가보안법이 인권과 정의라는 기준이 아니라 정당간의 정략의 거래사안으로 변질시킨 당신들의 책임은 이제 단식농성단이 극한적인 투쟁을 선택하게끔 하였다. '끝장단식'이 시작된지 24시간이 채 지나지도 않은 오늘 벌써 수십명의 실신자가 발생하였다. 만에 하나 단식농성단에서 어떠한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열린우리당의 야합과 국회의 무책임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야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하루빨리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여, 단식농성단에서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예방하라.

또한 우리는 생명과 건강을 우선하는 의료인으로서 단식농성단에 간곡히 호소한다. 물도 소금도 없는 단식은 그 자체로 생명에 위협이 되며 현재와 같은 추운겨울에 26일째 단식을 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우리는 국가보안법이 완전 폐지되기를 바라는 평범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나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의료인으로서, 단식농성단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지속적으로 농성단과 함께 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한 번 불의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할 일차적 책임은 국갑완법폐지 반대입장을 내세우는 한나라당은 물론 수구세력에 야합하려는 정부여당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정부 여당은 국가보안법을 즉각, 완전히 철폐하라.

2004. 12. 30
건강권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건강한세상, 아름다운 이웃 참의료실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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