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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부자의 힘…화재 사건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타워팰리스 화재 사건 기사, 단독 보도 언론사 자체 삭제

전부터 '화재 취약'이 문제로 지적됐던 서울 강남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지난 9일 화재가 발생했다. 하지만 이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세계일보>가 9일 이 사건을 단독 보도했으나, 곧 자사 사이트에서 기사를 삭제했다. 뿐만 아니라 포털 사이트에서도 해당 기사를 내렸다.

더군다나 <프레시안>이 화재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접촉한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었다.

타워팰리스 화재 사건 이후 과연 무슨 일이 발생한 것일까?

9일 타워팰리스 2차 F동 54층서 화재 발생…15분 만에 진화
▲ 지난 9일 타워팰리스에서 화재가 발생했으나 거의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프레시안

서울 강남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3시 경 서울시 강남 도곡동 2차 타워팰리스 F동 54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강남소방서는 화재 발생 약 10분 만인 오후 3시 14분에 현장으로 출동, 31분에 화재를 진압해 이 화재 사건은 발생 15분만에 일단락됐다.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화재 사건은 언론에 보도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쪽같이 사라져 외부에 알려지지 않을 뻔 했다. <세계일보>는 이 사건을 9일 오후 '타워팰리스 54층서 화재…이번이 처음'이란 제목으로 단독 보도했고, '다음' 포털 메인 기사로 올라갔다.그러나 어떤 이유에서인지 이 사건을 단독 보도한 <세계일보>는 자사 사이트에서 이 기사를 내렸을 뿐 아니라 포털 측에도 기사 삭제를 요청했다. 원 저작권자인 해당 언론사에서 삭제 요청을 하면 포털은 기사를 삭제할 수밖에 없다.

'타워팰리스 화재 기사 삭제'와 관련해 '미디어 다음'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세계일보> 측에서 관련 기사 삭제를 요청했고, 저작권자인 해당 언론사에서 이미 자체적으로 삭제했기 때문에 현재 다음 포털에서는 검색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프레시안>은 <세계일보>와 기사 삭제 요청에 대해 통화를 시도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일부 누리꾼들은 블로그 등에 삭제 전 기사 링크를 올리는 등 발 빠르게 움직였다. 덕분에 이 사건 기록은 사라지지 않게 됐다. (☞원문 사진 기사 보기)

이에 대해 '다음' 등 포털에서 누리꾼들은 '화재에 약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타워팰리스 측에서 기사 삭제를 요청한 것 아니냐'며 타워팰리스 측의 외압설을 제기했다. 강남 부자들은 집값을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라도 한다는 주장이다.

한 누리꾼(아이디 다음란)은 "게시판 등지에서 도는 이야기로 기사 삭제 원인은 집값 관리 브랜드 이미지 관리 때문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누리꾼(조동영)은 "다음 뉴스 검색창에서 '타워팰리스 화재'라고 치면 엉뚱한 기사만 등장한다"며 "섬뜩하다. 부동산 카르텔, 이 욕망의 끝은 언제일까"라고 꼬집었다.

<프레시안>은 타워팰리스 주민과 통화를 시도했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다들 외부로 발설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화재에 취약한 고층 건물

한편, 타워팰리스는 그동안 화재에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고강도 콘크리트를 사용하는 고층 건물은 화재와 같은 갑작스러운 고온에 노출됐을 때 마치 군밤이 터지듯 폭음과 함께 터져나가는 폭렬 현상으로 붕괴된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고, 아파트 10층 높이까지 닿는 소방 장비도 50층을 훌쩍 넘는 고층 건물엔 속수 무책이다

실제로 강남소방서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화재 사건에 대해 "소방차 사다리가 32m 밖에 되지 않아 한 층을 3m로 계산하면 10층 높이까지 밖에 닿지 않는다"며 "타워팰리스 54층 높이까지 사다리차가 올라가지 않아 이런 고층 건물 화재에 소방 시설이 취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다행히 이번 화재는 54층까지 엘레베이터로 이동할 수 있었다.

또 타워팰리스 1차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55층에 화재 대피공간이 있는데, 이 곳을 가장 윗층의 펜트하우스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개인 정원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반상회에서 여러 번 제기됐던 문제지만 고쳐지지 않는다"고 문제를 하기도 했다. 타워팰리스는 화재에 취약한 구조임에도 안전 조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남소방서 측은 화재 원인과 경위, 피해액 등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라 더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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