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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욕심'이 화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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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욕심'이 화를 불렀다

[김종배의 it] '악역'이 '주연'을 꿈꿨으니…

홍준표의 리더십은 논할 거리가 못 된다. 그의 진퇴 또한 큰 관심사가 아니다.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리더십을 발휘할 여지는 거의 없었다. 그의 진퇴가 원내 리더십의 변화로 이어질 소지 또한 거의 없다.

복기하면 알 수 있다. 잠정타결 됐던 원 구성 협상이 한 순간에 도루묵이 됐다. 한나라당 안에서 고개를 들던 어청수 사퇴론이 순식간에 꼬리를 내렸다. 청와대가 'NO'라고 한 마디 한 순간 그렇게 됐다.

원 구성 협상을 주도했던 홍준표 원내대표도, 어청수 사퇴론을 선창했던 박희태 대표도 항변하지 못했다. 한나라당의 명목상 최고 실세 두 사람의 스타일이 이렇게 구겨졌다. 청와대의 기세에 눌려 힘 한 번 쓰지 못하고 납작 엎드렸다.

이게 작금의 여권 지형이다. 모든 건 청와대가 주도한다. 의정의 최종 결재권도 청와대가 행사한다. 이런 판에서 바뀌는 건 없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유임되든 경질되든 매사는 청와대의 뜻대로 진행되고 관철되게 돼 있다.
▲ ⓒ프레시안

구조가 그렇고 시기가 그렇다.

한나라당은 여당이다. 청와대의 국정을 뒷받침해야 하는 의무를 안고 있다. 이런 정당이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자율적인 의정을 펴는 건 구조적으로 한계를 갖고 있다. 더구나 당내엔 친이명박계 의원들이 다수를 점한 채 포진해 있다.

6개월을 까먹었다. 촛불정국으로 인해 국정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집권 6개월을 허송세월했다. 더 늦출 수가 없다. 늦추면 내년 국정이 헝클어지고 내후년 지방선거(=중간평가)를 기약할 수 없다. '추석 전 추경안 처리'도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처음부터 역할이 규정돼 있었다. 홍준표 원내대표에게 주어진 역할은 '악역'이었다. 청와대의 대리인으로서, 국회의사당의 선봉장으로서 야당의 반대를 격파하고 돌파해야 하는 역할이 부여돼 있었다.

짚을 건 따로 있다. 홍준표 원내대표의 그간 행적이다. '악역'의 운명을 안고 당선됐으면서도 '악역'의 이미지를 쓰지 않으려고 발버둥친 그의 행적이 흥미롭다.

왜였을까? 결코 벗어날 수 없는데도 벗어나려고 용 쓴 이유가 뭘까? 172석의 절대 의석을 무기 삼아 밀어붙이면 됐을 텐데도 야당과의 타협을 이루려 했던 이유가 뭘까? 청와대의 비토와 소속 의원들의 반발을 사면서도 원만한 합의 처리를 추구한 이유가 뭘까? 그러면서 결과적으로 스타일만 구긴 이유가 뭘까?

노선 때문은 아니다. 의정 방향도 아니다. 결과적으로는 청와대의 의견을 따랐으니까, 최종적으로는 청와대의 입장을 자신의 소신인 양 주장했으니까 노선이나 방향과 같은 거창한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개인적 동기에서 찾는 게 합리적이다. 그가 결코 비울 수 없었던 정치적 욕심에서 찾는 게 타당하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모래시계 검사'의 이미지를 안고 정계에 입문한 사람이다. 정계에 입문하고 나서는 박근혜 체제에 거리를 두면서 이른바 '바른말'로 자신의 이미지를 관리하려 했고, '반값 아파트'와 '병역법'으로 국민의 인기를 얻고자 했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줄기차게 '민심'을 얻고자 했다.

이게 불행의 씨앗이었다. '이심(李心)'에 복무하고 '당심'에 충실해야 하는 원내대표가 되고 나서도 '민심'을 얻고자 한 게 문제였다. 앞만 보고 내달려야 했는데도 주위를 두리번댄 게 화근이었다. 그것이 갈짓자 행보를 낳았고, 그것이 여권과 야권 모두로부터 욕을 먹는 원인이 됐다.

홍준표 원내대표가 기댈 곳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이심'과 '민심'이 만나는 교집합이 넓었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았다면 충분히 시도할 수 있었다. '악역'의 이미지를 '과단성 있는 지도자' '추진력 있는 리더'의 이미지로 변모시킬 수 있었다. 자신이 국회의사당에서 진두지휘하며 밀어붙이는 입법안을 '국민의 바람'으로 포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급락했다. 그가 원내대표로 당선되던 시점 즈음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그의 입지 또한 정비례해서 좁아졌다. 더불어 '악역'과 '민심'을 재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몰려버렸다.

돌아보니 확연하다. 홍준표 원내대표에 씻을 수 없는 생채기를 낸 건 청와대의 비토만이 아니다. 청와대의 질책만이 아니다. 더 근본적인 건 이명박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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