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박스오피스가 모처럼 신작들로 풍성하다. 본격적인 가을 시즌이 시작된 느낌이다. 9월 둘째주말(12~14일) 1위부터 4위까지의 영화가 모두 새로 선보이는 작품들이다. 1위는 코엔 형제감독의 <번 애프터 리딩>이 차지했다. 이탈리아 베니스영화제 개막작이었던 이 작품은 미국 수도 워싱턴을 배경으로 CIA 전직 요원의 자서전 원고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블랙코미디.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존 말코비치 등 특급 스타들이 총출동한 덕분인지 개봉 첫주말 19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같은 흥행성적은 코엔 형제 감독의 작품들중 최고 개봉 성적이다. 지금까지 최고기록은 지난 2004us 개봉해 1260만달러를 벌어들인 <레이디킬러스>였다. 그런가하면 제작, 배급사인 포커스 피쳐스 역시 <번 애프터 리딩>으로 첫 박스오피스 1위 데뷔를 기록하게 됐다. 쟁쟁한 출연배우들 중 특히 브래드 피트의 연기가 빛난다는 평가가 많다. 그는 이 작품에서 CIA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은 전직 요원 존 말코비치의 자서전 원고가 담긴 CD를 발견, 이를 계기로 한 몫 잡으려는 스포츠센터 트레이너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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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 애프터 리딩 |
2위는 흑인 코미디 전문 감독 타일러 페리의 신작 <패밀리 댓 프레이즈(Family That Preys)>. 자식들 문제 때문에 우정에 금간 중년 부인 2명이 절친했던 옛 관계를 회복하고 파멸로 치닫는 각자의 가정을 되찾기 위해 의기투합해서 벌인다는 이야기다. 첫주말 성적은 1802만달러. 박스오피스 전문가들은 지난 주말 허리케인 아이크가 루이지애나, 텍사스주 등을 강타하지만 않았더라도 이 작품이 코엔형제 영화를 누르고 1위를 할 가능성도 있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페리 감독의 영화에 대한 흑인 관객들의 충성도가 워낙 높은데, 흑인 인구가 많은 남부 주들이 허리케인 피해때문에 극장운영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바람에 박스오피스에 영향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3위는 성격파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알 파치노가 95년 <히트>이래 13년만에 함께 출연한 경찰 드라마 <라이처스 킬(Righteous Kill)>이 차지했다. 뉴욕시경의 두 베테랑 형사들이 법의 심판을 피해 달아나는 범죄자들을 개인적으로 응징 살해하는 미지의 연쇄 살인범을 쫓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첫주말 성적은 1650만달러. 4위는 1939년 조지 쿠커 감독의 동명작품을 리메이크한 <여자들(The Women)>. 멕 라이언 , 아네트 베닝, 에바 멘데스, 데브라 메싱이 4명의 친구들로 등장한다. 메리(멕 라이언)은 멋진 집, 부자 남편, 딸, 사장이 아버지 덕에 짤릴 염려없는 직장 등 모든 것을 가진 여자다. 그런데 성공한 패션잡지 편집장인 친구 실비아와 메리의 남편이 관계를 맺고 있다는 소문이 나머지 친구들의 귀에 들어오게 된다. 두 친구는 메리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인가 말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게 된다. <섹스& 더 시티>에서 서로를 극진하게 챙기던 네 친구들과 달리 <여자들>의 네 친구는 우정과 질투, 위로와 폭로 사이를 위험스럽게 오가게 된다. 39년판에서는 노마 쉬어러, 조안 크로포드 등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했었다. 30년대 화제작을 리메이크했다는 점에서 높은 기대를 받았지만, 평론가들의 그리 신통치않은 반응 때문인지 4위로 데뷔하는데 그쳤다. 박스오피스 5~10위 작품들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방콕 데인저러스>의 급 추락. 전주 1위로 데뷔했던 이 작품은 한주뒤 8위로 뚝 떨어졌다. 별로 '데인저러스'하지 않은 맥빠진 액션물이란 입소문 때문인 듯하다. 새로 개봉한 작품들의 흥행세 덕분에 박스오피스 상위 12편의 총 흥행성적은 8660만달러로, 전주보다 무려 72%나 껑충 뛰었다. 전주 상위 12편이 벌어들인 5000만달러는 지난 5년간 최악의 실적이었다. 그런가하면, 전년 대비 같은 기간 성적에 비해서도 34%나 흥행성적이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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