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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중병설에 'PD수첩'을 떠올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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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중병설에 'PD수첩'을 떠올리는 까닭

[김종배의 it] 'PD수첩'에 들이댄 언론의 잣대를 적용하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걸어다니는 종합병동이다. 아니 거동이 불편하다고 하니까 누워있는 종합병동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겠다. 병이 한두 개가 아니다. 뇌졸중에 뇌일혈에 뇌출혈·뇌경색까지 두루 앓고 있다. 여기에 불규칙적인 뇌졸중 경련까지 일으키고 있다고 하니 뇌 계통으로는 성한 데가 없는 인물이다.
  
  정확히 말하자. 김정일 위원장이 실제로 이런 게 아니다. 언론이 보도하는 김정일 위원장의 병증이 이런 것이다. 익명의 '소식통'과 '관계자'와 '전문가'의 입을 빌어 이렇게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지적이 나온다. 언론이 너무 앞서나간다고 힐난한다. 확인된 건 아무 것도 없는데 언론이 무리하게 추측 보도를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항변 여지는 있다. 대북정보에 가장 정통한 김성호 국정원장이 국회 정보위에 출석해 "김정일 위원장이 8월 14일 이후 순환기 계통(뇌혈관 계통)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 언론의 보도는 가장 권위있는 김성호 국정원장의 말에 토대를 두고 다른 '소식통'과 '관계자' '전문가'의 전언을 붙인 것이다.
  
  애써 부정하지는 않겠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병설은 당장 확인되지 않는다고 외면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반도 정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니까 한계가 있더라도 보도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의 알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차원에서 그렇게 해야 한다.
  
  일단 이렇게 전제하자. 한계상황에 갇혀 있다 하더라도 사실을 규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순순히 받아들이자.
  
  그리고 되묻자. 그럼 왜 'PD수첩'에 대해서는 융단폭격을 가했느냐고 물어보자.
  
  다를 게 없었다. 'PD수첩'도 한계를 안고 있었다. 'PD수첩'이 취재와 보도를 할 때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은 확진되지 않았다. 미국 보건당국이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이 인간 광우병이 아니라고 최종 결론을 내린 시점은 5월, 'PD수첩'이 방송된 4월 29일 이후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입 닫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인간 광우병에 대한 우려는 일반적인 것이었고,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염려 또한 상존하는 것이었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이 타결됐고 미국산 쇠고기는 국내에 상륙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떻게든 사실을 규명해야 했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지 아닌지를 점검해야 했다. 국민의 건강권과 알권리를 위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를 만났고 아레사 빈슨을 진료했던 의사를 만났고 이들의 말을 전했다. 그래서 '다우너' 소의 위험성을 살폈고 '다우너' 소가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과정이 똑 같고 경위가 똑 같다. '김정일 언론'이나 'PD수첩'이나 다를 게 없다.
  
  항변이 나올지 모르겠다. 'PD수첩'은 '실수'를 하지 않았냐고, 그것도 아주 중대한 '실수'를 하지 않았냐고 반문할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아레사 빈슨 어머니가 인간 광우병과 광우병을 혼용했는데도 인간 광우병으로 단정해 전달한 점, 그리고 '다우너' 소의 병증이 한두 개가 아닌데도 광우병에 걸린 소라고 잘못 말한 점을 사례로 들지 모르겠다.
  
  그럼 이건 어떨까?
  
  언론이 김정일 중병설을 용감무쌍하게 추측 보도하는 첫 번째 근거는 김성호 국정원장의 국회 보고내용이다. 하지만 이 또한 확인된 게 아니다. 김성호 국정원장의 보고 내용은 여러 경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추정한 것에 불과하다. 더구나 김성호 국정원장이 밝힌 김정일 위원장의 병증은 '순환기(뇌혈관) 계통 질환'이었다. 김성호 국정원장은 뇌졸중·뇌일혈·뇌출혈·뇌경색 가운데 어느 하나를 특정해 보고하지 않았다.
  
  언론이 마구잡이로 보도하고 있는 전언의 주체는 하나 같이 익명이다. '소식통'이거나 '관계자' 아니면 '전문가'다. 자신의 말에 책임지지 않는 인물들이 마구잡이로 말하고 언론은 이를 받아 적고 있는 것이다.
  
  이리 비교해도 그렇고 저리 비교해도 그렇다. 'PD수첩'의 보도보다 나을 게 없다. 'PD수첩'을 향해 저널리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았다고 성토했던 언론이 'PD수첩'보다 하등 나을 것 없는 보도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물론 지금 최종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김정일 중병설이 사실인지 아닌지, 사실이라면 그 병증이 무엇인지가 모두 밝혀진 후에야 판정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언할 수 있다.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갈 수는 없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모두가 될지 일부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다치게 돼 있다. 'PD수첩만도 못한 언론'으로 낙인찍히게 돼 있다. 역시 전부가 될지 일부가 될지 알 수 없지만 비판받게 돼 있다. '저널리즘 원칙을 어긴 보도'로 욕먹게 돼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중병설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다면 모든 언론이 참화를 빚는다. 김정일 위원장의 병증이 어느 하나로 확정되면 다른 병증을 보도한 언론은 오보 멍에를 쓴다. 김정일 위원장이 활동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 반신불수로 몰아간 언론은 엉터리 언론으로 비판받는다.
  
  너무 야박하다고 툴툴 댈 일이 아니다. 정치적 저의를 갖고 사소한 실수를 침소봉대한다고 변명할 일도 아니다. 언론이 'PD수첩' 공격과정에서 몸소 정립한 저널리즘 원칙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니까 뭐라 해서는 안 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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