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되레 호된 질타를 하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견지동 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향해 "불교가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분명히 느끼고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통령의 섬김은 하나님과 추종자에게만 국한된 것인가"
종교평화위원회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글'을 통해 "대통령께서는 국민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이들은 "이 대통령은 취임 일성으로 '국민을 하나님처럼 섬기겠다'고 말했다"며 "고소영 내각, 강부자 사람과 마찬가지로 촛불을 든 사람도 다 같은 우리 국민인데 그 간절한 기도 대신 되돌아 온 것은 '광우병 괴담' 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후 거대한 컨테이너 장벽이 우리를 가로막았다"며 "대통령께서 하신 '섬김'은 하나님을 믿고, 당신만을 추종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된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이들은 "국민의 바람은 두 번, 세 번 사과하라는 것이 아니었다"며 "왜 <PD수첩>이 어떻고,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젊은이들이 석 달 넉 달 넘게 밤이슬을 맞게 하고, 칼부림까지 당하게 만들었나"라고 질타했다.
이들은 "베이징올림픽에서 우리 야구대표팀이 우승할 때 감독은 선수를 굳게 믿었고, 선수는 감독의 작전을 잘 이해하고 따라서 일궈낸 금메달이라고 한다"며 "그러나 이 대통령은 '섬기겠다'고 하면서도 국민을 믿지 않고 갈등만 증폭시켜 놓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국민에게는 오직 경제만 살리면 된다고 설명했을 뿐, 국민과 함께하는 믿은의 정치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종교평화위원회는 "불교계가 왜 뿔이 났겠나"라고 물은 뒤 "겉으로는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부터 스스로 만들어 온 업보이며, 더욱이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종교 편향이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고) 거듭 약속하고도 여전히 학교, 경찰서, 검사실, 정부 기관 등등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곳에서 종교 편향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통령께서 '나와는 상관없이 일부 고위공직자들이 그랬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렇지 않다"며 "대통령이 직접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니까, 그 나머지 사람들이 스스로 알아서 충성심을 보이고자 행동하는데 어떻게 대통령과 무관하다고 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대통령과의 대화, OO일보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진 않았나?"
또 이들은 지난 9일 방영된 '대통령과의 대화'를 놓고 가혹하게 비평했다. 이들은 "대통령의 진실한 말씀을 듣고자 그날 TV 앞에 앉은 많은 국민과 100분이 흐른 후 국민의 모습을 '진짜로' 보았나. 아니면 아첨하고 아부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인사만을 받지는 않았나. OO일보 등의 보도 기사를 보면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나"라고 물었다.
이들은 "대통령은 대화 중에 '값싸고 질 좋은 OO'를 우리 국민이 많이 먹으면 좋겠다고 했다"며 "대량으로 생산되고 수입된 물건과 물품에는 값싸고 질 좋은 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정녕 모르나"라고 물었다. 이들은 "지금 이 대통령은 구멍가게 장사를 하는게 아니다"라며 "가난을 끊기 위해 자식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전국에 자사고와 특목고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국민을 이해를 못하겠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 시위에 대해 '무섭다'며 '법치와 원칙'을 강조한 것을 두고서도 "국민은 '법이 도덕의 최소한'이라고 중고등학교에서 이미 다 배워 잘 알고 있다"며 "그런데 인(仁)의 정치가 아닌 강제진압, 폭력진압, 공안정치를 앞세워 하는 법치주의는 결국 독재 권력으로 치달은 뼈저린 우리의 역사가 이미 교훈처럼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금 어청수 경찰청장처럼 해서는 법치 실현은 커녕 더욱 갈등의 골만 깊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통합을 강조했지만 이것저것을 한꺼번에 한 그릇에 담는 것은 통합이 아니다"라며 "불교계와의 갈등을 말 한마디로 묶어 국민 통합을 하겠다는 발상은 금방 밑천이 다 드러날 것이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불교는 그간 권력에 아부한 적도 있고 대사회적 문제에 침묵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이번 불교의 목소리는 이명박 정부와 일부 기독개신교 인사에 의해 '종교간 평화'가 깨뜨려지고 있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나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공무원 복무규정을 개정했다고 국민과 불교가 만나는 현장조차 종교편향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생각일 뿐"이라며 "대통령부터 먼저 실천할 때 비로소 현장도 같이 변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도덕·비상식적 치안 총수, 왜 굳게 믿는지…"
또 종교평화위원회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해임되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손안식 상임위원장은 "어청수 경찰청장은 지난 10일 대구에 와서 '사과하겠다', '면담을 요청한다' 등의 말을 구두로라도 전혀 하지 않았다"며 "예의범절이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위원장은 "불시에 와서 사과하겠다니, 도대체 치안 총수가 법을 얘기하면서 원칙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라며 "이런 비도덕적이고 비상식적인 사람을 대통령이 왜 굳게 믿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권오국 사무국장도 "경찰복음화 포스터에 대해 어 청장은 관례라고 말하는데, 공보판에 게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어 청장을 압박했다. 이들은 "불교계는 어청수 경찰청장이 스스로 사퇴하길 바란다"며 재차 강조했다.
또 이들은 "일부 일간지에서 많은 스님들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에 마음을 열었는데 강성파 몇몇이 불교계의 불만을 주도하고 있다는 논조로 여론 몰이를 할 모양"이라며 "불교계를 분열시키고, 자극하는 이런 보도 태도에 대해 나름대로 분석하고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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