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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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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백일홍

[도종환이 보내는 '시인의 엽서'] <68>


피어서 열흘을 아름다운 꽃이 없고
살면서 끝없이 사랑 받는 사람 없다고
사람들은 그렇게 말을 하는데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석달 열흘을 피어 있는 꽃도 있고
살면서 늘 사랑스러운 사람도 없는 게 아니어

함께 있다 돌아서면
돌아서며 다시 그리워지는 꽃 같은 사람 없는 게 아니어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꽃이 백일을 아름답게 피어 있는 게 아니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목백일홍나무는 환한 것이다
꽃은 져도 나무는 여전히 꽃으로 아름다운 것이다

제 안에 소리 없이 꽃잎 시들어 가는 걸 알면서
온 몸 다해 다시 꽃을 피워내며
아무도 모르게 거듭나고 거듭나는 것이다

* 나도 처음엔 나무 이름이 목백일홍이라서 꽃이 백일 동안 피어 있는 꽃나무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꽃나무 아래 꽃들이 붉게 떨어져 쌓여 있었습니다. 꽃은 며칠간 피어 있다 지는데, 지고 나면 옆자리에서 또 피어나는 것이었습니다. 한여름부터 초가을까지 꽃이 지면 계속해서 다시 또 피어나기 때문에 멀리서보면 늘 꽃이 피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름다운 목백일홍나무를 보며 저 나무도 제 안에서 거듭나고 거듭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쓰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끝없이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나무를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었습니다. 늘 사랑스러운 사람, 늘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사람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아름다움이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아름답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지 못하고 있지만 그는 자신과 자신의 이름, 자신이 지금까지 이룩해 놓은 것을 지키기 위해 온몸을 다해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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