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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와 정종환의 다른 듯 같은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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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MB와 정종환의 다른 듯 같은 얘기

[김종배의 it] 주무 장관이 밝힌 '대운하 소신'이 '사견'?

'소신'은 의견일까? 아니면 '사실'일까? 이렇게 묻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 누구나 다 안다. 소신은 의견이다.

그럼 이렇게 묻자.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소신은 의견일까? 그래서 표현의 자유를 맘껏 구가해도 되는 걸까?

한승수 총리는 그렇다고 했다. 어제 국회에 출석해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대운하 발언은 '개인적 소신'일 뿐이라고 했다. 대운하는 '끝난 얘기'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장관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는 총리가 '끝난 얘기'라고 했으면 그렇게 믿어야 할 텐데 시중의 반응은 그렇지가 않다. 두 사람의 발언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어떤 게 더 진실에 근접한 것인지를 재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종환 장관의 소신을 '개인적 소신'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정종환 장관의 소신을 의견이 아닌 사실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은 것이다. 소신이 사실로 간주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에 물은 것이다.
▲ 이명박 대통령과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왼쪽)ⓒ연합뉴스

고위 공직자의 소신은 단순한 개인 의견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가 어떤 의도로 말을 하건 시중은 그것을 의지 또는 정책방향으로 읽는다. 한국은행 총재가 공식석상에서 말을 할 때 토씨 하나까지 꼼꼼히 고르는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그에겐 개인적 소신일지 몰라도 시중은 '시그널'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세 살 젖먹이가 아니고서야 이 평범한 이치를 모를 리 없다. 정종환 장관이라면 더 말 할 나위 없다. 그런데도 되풀이 말했다. 이미 '끝난 얘기'를 국회에서 말했고 기자들 앞에서 말했다.

이쯤되면 옐로 카드를 꺼내들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경고 멘트라도 해야 한다.

'입방정'으로 치부할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지금까지 취해온 조치를 기준으로 삼으면 정종환 장관의 언동은 국론분열행위에 해당한다.

'PD수첩'에 그러지 않았는가. 오역이 왜곡을 낳고 왜곡이 국론분열과 사회혼란을 야기했다고 단정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사법당국까지 동원해 준엄한 단죄의 칼을 겨누지 않았는가.

인터넷에 그러지 않았는가. 이름 없는 무명소졸의 단순한 퍼나르기조차 여론을 왜곡하는 것으로 몰아 규제의 사슬을 채우려 하지 않았는가.

한 치도 가볍지 않다. 대운하가 갖는 폭발력이 미국산 쇠고기에 견줘 결코 가볍지 않다. 정종환 장관의 언동이 방송과 인터넷의 혹세무민 행위에 견줘 결코 가볍지 않다.

왜일까? 사안의 중대성이나 행위의 엄중함으로만 따지면 옐로카드가 아니라 레드카드를 꺼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이명박 대통령은 왜 말이 없고, 총리는 왜 '개인적 소신'이라고만 치부하는 걸까?

다시 읽고 다시 들으니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다르지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이랬다. "대운하는 국민이 반대하면 추진하지 않겠다.

정종환 장관의 말은 이랬다. "대운하는 국민이 필요하다고 할 때 다시 할 수도 있다."

전혀 다르지 않다. 한 사람은 '국민이 반대하면'이란 가정법을 쓴 것이고, 다른 한 사람은 '국민이 찬성하면'이란 가정법을 쓴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종환 장관은 동의이음어를 쓰고 있는 것이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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