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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상가에 두 번 문의 전화하면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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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상가에 두 번 문의 전화하면 '범죄'?

경찰 또 과잉수사 논란…"코드 맞추기 아니냐"

경찰이 촛불 집회에 참가한 누리꾼을 잇따라 입건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하면서 과잉 수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촛불 집회와 조금이라도 엮인 일반 시민을 놓고 강도 높은 수사를 벌이는 것으로 드러나 인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주인 없다고 해서 두 번 전화한 게 '협박'?

서울 노원구에 사는 주부 김수미(41·가명) 씨는 지난 8월 13일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느닷없이 소환 통보를 받았다. 광화문 근처 상가 중 촛불 집회로 인해 피해를 봤다며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한 업체들에 전화를 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같은 날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소송에 참여한 업체 리스트를 올린 누리꾼 김모 씨에 대해 구속 영장을 청구하고 김 씨를 비롯한 9명을 입건했다. 다음 날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이들이 올린 리스트를 보고 "불 질러버리겠다", "제대로 망하게 해주겠다" 등의 협박 전화가 잇따랐다는 기사를 실었다.

그러나 이를 놓고 김 씨는 "다른 이들은 몰라도 나의 경우는 온라인에서 소송업체의 리스트를 보고, 정보가 잘못된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소송 여부가 궁금해 5군데 업체에 전화로 문의를 했던 것 뿐"이라며 "당시 책임있는 답변을 해줄 상점 주인이 없다는 답변에 한 번 더 전화를 걸어 물어본 것이 전부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런데 경찰이 두 번 이상 같은 업체에 전화를 한 사람을 모조리 수사 대상에 올려놓고 소환 통보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경찰의 소환 통보를 납득할 수 없었지만, 수사에 협조를 해야겠다는 판단에 지난 8월 21일 1차 조사에 응했다. 김 씨는 "협박을 했다는 증거도 전혀 없었다"며 "경찰 역시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켰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 씨는 같은 달 30일 2차 소환 통보를 받았다. 그 이유를 묻는 김 씨에게 경찰은 사이버범죄수사대로 이관된다며 보강 수사를 해야 한다고 답했다. 김 씨는 이에 대해 불출석 사유서를 내면서 "더 이상 밝힐 내용도 없고,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 사안"이라며 "대한민국 공권력이, 일반 시민이 궁금해서 한 전화 몇 통에 이런 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에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밝혔다.

김 씨는 "경찰은 소환에 응하지 않으면 체포 영장을 청구할 수도 있다며 겁을 주었다"며 "경찰 조사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스스로 코드맞추는 경찰"…"전화한 것 자체가 협박 될 수 있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체포는 합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며 "한 번 출석을 안 했다고 체포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협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에서는 진실의 발견과 함께 엄격한 합리성이 요구된다"며 "이미 소환에 응했던 사람에게 편의에 따라 출석을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오창익 국장은 "지금 경찰 자체가 촛불 정국을 수사하면서 대통령에게 스스로 코드맞추기를 하고 있다"며 "일반 시민들에게는 경찰의 연락 자체가 공포로 다가오는 현실에서 최대한 신중하게 수사를 해야 하는데, 오히려 그런 점을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8일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본인 스스로 판단해서 진술할 게 더 없다고 한 것은 출석에 불응하는 사유가 되지 않는다"며 "체포 영장은 협박이 아니라 출석 요구때 알려줘야 할 절차를 얘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전화를 한 것이 자기 생각에서야 범죄가 안될 수 있겠지만 진정인 입장에서는 전화로 소송을 했냐고 묻는 것 자체가 공포와 협박이 될 수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전화를 한 행위로도 범죄 구성 요건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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