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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대통령'은 '명박산성' 어청수를 자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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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로 대통령'은 '명박산성' 어청수를 자를까?

남은 시간은 사흘…MB 주말 결심 주목

어청수 경찰청장의 진퇴 논란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9일로 예정된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까지가 분수령이다. 추석을 앞두고 '민심 달래기', '불심 달래기'가 절실한 여권은 남은 사흘을 최대 고비로 본다.
  
  9일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청와대가 만약 사퇴 쪽으로 결론을 내린다면 9일 전에 어 청장이 자진사퇴 형식을 취하는 게 모양새가 좋다. 이 대통령은 국민과의 대화에서 자연스럽게 불교계에 유감의 뜻을 표하면 늦었지만 이번 사태의 연착륙이 가능하다.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에서 이번 주말 쯤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이런 시나리오가 회자되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요지부동이다. 어 청장이 물러날 경우 경찰조직이 동요할 우려가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표면적인 이유다. 또한 '전국경찰복음화 금식대성회' 광고 포스터에 어 청장의 사진이 게재된 것이나, 경찰이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의 차량을 검색·검문한 사건이 임기 중인 경찰총수를 경질할 만큼의 사유는 아니라는 논리다.
  
  청와대가 내세우는 '퇴진 불가 사유'는 새삼스럽고 궁핍하다. 그 사유를 뛰어 넘는 차원에서 왜 어 청장 문제를 털고 가야하는지에 대한 진언이 한나라당에서, 청와대 내부에서 수차례 제기됐음에도 이를 이 대통령이 진언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반증으로 읽히기 때문이다. 겉으론 '불심 달래기'에 여념이 없지만, 불교계의 요구 대한 '장로 대통령'의 종교적 불편함이 심연에 깔려있다는 말도 들린다.
  
  개별 의원 수준에서 한나라당은 부글부글 끓고 있다. '어청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리에 표출되기도 한다. 나경원 의원은 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종교계 문제는 정서적인 문제여서 어청수 경찰청장이 자진사퇴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성영, 원희룡, 이계진 등도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메아리는 물론 없다. 여당의 실세들이 모두 모이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어 청장 퇴진 의견을 모아 청와대에 전달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청와대 기류는 바뀐 게 없다. 오히려 청와대와 소통이 원활한 당의 '실세'들은 다른 얘기를 공개적으로 하기 시작했다.
  
  CBS에 따르면 이상득 의원은 이날 "경찰의 조계종 총무원장 검문이 결례인 것은 맞지만 경찰로서 직무에 충실했던 것"이라며 "어 청장은 잘못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진사퇴하라는 것은 '잘못했으니 나가라'는 것인데 경찰청장이 사과는 할 수는 있지만 물러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잘랐다. 그는 "대통령의 사과도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등도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은 있을 수 있지만 어 청장 퇴진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고집'이 완강한 이상, 책임공유의 면적이 넓은 인사들로서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당 밖의 보수진영은 불교계가 종교편향의 시정 차원에서 요구하는 이 문제에 색깔론의 덫을 놨다. 조갑제 <월간조선> 전 대표는 촛불집회를 거론하며 "어 청장이 지휘한 경찰은 국민의 자유와 재산을 지켜낸 영웅들"이라며 "촛불 난동을 진압한 경찰의 총수를 희생시켜 촛불난동 세력에 아부하겠다는 것이냐"고 한나라당에 화살을 날렸다.
  
  결국 어 청장의 진퇴 문제는 청와대 최고위급의 '의심받는 종교관'을 토양으로 당·청 갈등의 맹아가 싹트는 한편 이념 문제까지 덩달아 얽혀버린 흉물로 성장해버린 꼴이다.
  
  모두가 얘기하듯이 호미로 막을 시기는 벌써 지났다. 가래로라도 막을 시간은 딱 사흘 남았다. 누구도 풀 수 없다. 전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달린 문제다. 사후 책임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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