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전교조에 스산한 바람이 분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전교조에 스산한 바람이 분다

[김종배의 it] 2010년 겨냥한 공정택 승부수, 전교조는?

우선 몇 가지 사례를 추리자.

10월에 학업성취도 평가가 실시된다. 초등학교 6학년과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이 일제히 시험을 치른다.

10월 이후가 되면 서울시교육청과 전교조 서울지부가 2004년 체결한 단체협약이 해지될지 모른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이 그렇게 말했다. 일단 대화를 해 본 뒤 여의치 않으면 10월 이후에 해지하겠다고 했다.

11월이 되면 '교원평가법'이 발의될 예정이다. 동료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교사의 수업, 학생지도, 학교경영 활동을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평가영역별 맞춤형 연수를 실시하는 내용이다.

흩어져 있는 것 같다. 별개인 것 같다. 하지만 아니다. 하나의 몸통에서 나온 것이고, 하나의 목표 아래 도열한 것이다.
▲ ⓒ프레시안

논의를 풍부히 하기 위해 사례를 추가하자.

2010년이 되면 두 가지 제도가 새로 시행된다. 학교 정보공시제가 실시되고 고교선택제가 시행된다.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가 학교별로 3등급으로 나뉘어 공개되고 학생과 학부모는 이 정보를 기초 삼아 고교를 선택해 지원하게 된다.

추렸으니 이제 조합하자. 어떤 모습이 드러날까?

학업성취도 평가가 일제히 실시된 다음에 학교 성적이 공개되면 우열이 드러난다. 학교의 우열과 함께 학교별 교사 수준이 자연스레 드러난다.

학부모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자녀가 학력 미달 학교에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분주히 움직일 것이고,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는 면학분위기를 조성하라고 압박할 게 뻔하다. 학교재단과 학교장도 멀거니 구경만 할 리 없다. 자기 학교가 기피 학교로 낙인찍히는 걸 막기 위해 교사들의 '분발'을 독려하고 강제할 게 자명하다.

촉구와 압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교원평가제가 있다. 평가하고 요구할 수 있다. 교사의 공과를 공식적으로 따지고, 교사에 대한 상벌제를 제도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자명하다. 각개약진 하는 것 같은 정책들이 사실은 한 지점을 향하고 있다. 타깃은 교사다.

정리하고 나니 의문이 든다. 일의 선후가 바뀐 것 같다. 학업성취도 평가를 실시하고 이어서 학교 정보공시제를 시행한 다음에 교원평가제를 하면 무리가 없다. 잡음도 줄일 수 있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왜 일을 거꾸로 가져가려는 걸까?

행정적인 사유가 있고 정치적인 이유가 있다.

학생의 수업과 진학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제도를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시행할 수는 없다. 예고를 해야 하고 마음의 준비를 시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을 부르고 반발을 야기한다.

그러나 이 점보다 더 중요한 건 정치적 지형이다. 마침표를 찍어야 하는 2010년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그때까지 정부의 추진력이 살아있으리란 보장이 없다. 게다가 바로 그 해에 교육감 직선이 실시된다. 이 선거에서 어떤 사람이 교육감에 당선될지 알 수가 없다.

'차라리'가 아니라 '반드시'다. 이명박 정부의 '힘'이 살아있는 지금 길을 닦아놔야 한다. 2010년에 가서 정책이 뒤집히지 않도록 제도화를 완료해야 한다. 그리고 정책 반대세력을 제압해 놔야 한다. 물론 그 대상은 전교조다.

사례 조합과정에서 공정택 교육감의 '단협 해지' 발언을 뺐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의 발언은 '정책'이 아니라 '전략'을 살피는 매개다.

누가 봐도 명백하다. 공정택 교육감의 발언은 '싸움걸기'다. 전교조를 상대로 '한판 붙자'고 선언하는 것이다. 자세히 보면 명징하다. 공정택 교육감이 걸고자 하는 싸움은 이른바 '조직 이기주의와의 전면전'이다.

그가 그랬다. "2004년 단협에 있어서는 안 될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학생·학부모를 위한 수요자 교육이 이뤄지려면 단호히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열거했다. "있어서는 안 될 내용"으로 학습지도안 폐지, 방학·휴일 중 근무교사 배치 금지, 교사 출퇴근 기록부 작성 금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비공개 등을 나열했다.

예상할 수 있다. 전교조의 '결사반대' 목소리가 높아질수록 '조직 이기주의' 공격이 거세질 게 자명하다. '교원평가법' 입법을 추진하는 여당이 가만있을 리 없고, '교원평가제'를 추진한 바 있는 옛날의 여당 민주당이 '무조건 지지'를 보낼 리 없다. 전교조에 삐딱한 태도를 보이는 학부모들(리얼미터의 2006년 조사에서 전교조를 지지한다는 응답률은 23.4%였다)이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공정택 교육감의 '이기주의' 공세가 성공하면 전교조는 갇힌다. 병참로가 끊기고 진격로가 막힌다. 뒤이어 한나라당이 공중전을 감행한다. '교원평가법'으로 융단폭격을 가한다. 그럼 끝이다.

어떨까? 전교조가 과연 이런 불리한 형세를 극복할 수 있을까?

관건은 하나다. 전교조가 '이기주의' 낙인을 씻어내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게 돼 있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