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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희 의원도 강만수 장관 닮아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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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임태희 의원도 강만수 장관 닮아가나

[기고]경제학 내팽겨친 여권의 정책 담당자들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은 3일 "지난해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22.7%이다. 조세부담률을 미국과 일본 수준인 20% 수준까지 점차 낮춰야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22.7%라니.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조세부담률이 20% 수준이라니. 이 무슨 어이없는 소리인가. 대부분의 국민들도 의아해할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와 거의 모든 언론사들은 우리나라 조세부담률이 25%내외라고 발표하고 보도해 왔기 때문이다.

2005년 한·미·일의 조세부담률 각각 24.7%, 27.3%, 27.3%

9·1 감세폭탄을 내놓으면서 재정부 관료들이 꼼수를 쓴 것인데, 미국과 일본의 조세부담률이 20% 수준이라는 주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OECD에 의하면 2005년 한국과 일본,미국의 조세부담률은 다음과 같다.

[표-1] 2005년 한국과 일본,미국의 조세부담률
(자료 출처) : OECD

표에서 보다시피 2005년 한·미·일의 조세부담률은 각각 24.7%, 27.3%, 27.3%이다. 강만수 경제팀은 마치 우리나라의 조세부담률이 미국, 일본과 비교해 낮은 것처럼 발표하기 위하여 조세부담률에서 사회보장세를 제외하는 유치한 짓을 한 것이다.

사회보장세는 다소 특수성이 있기는 하나 일반 조세와 별다른 차이가 없다. 예를 들어 건강보험료의 경우 일반 조세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 현행법대로 1년에 4조 원 정도를 다른 세목에서 징수하여 건강보험공단에 보조하는 것과, 더 이상 다른 세목에서 4조 원을 징수하지 않고 건강보험료를 4조 원 올리는 것과 국민들의 총조세부담액에 무슨 차이가 있냐는 말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사들은 사회보장세 제외한 조세부담률을 '조세부담률'이라 하고 사회보장세를 포함한 조세부담률을 '국민부담률'이라 하기도 하는데, 국민부담률이란 용어는 국제적으로 전혀 통용되지 않고 있는 용어이다.

재정부는 또 OECD 평균 조세부담률에서도 사회보장세를 빼 놓음으로써 36.2%의 조세부담률을 26.9%로 낮춰 놓고 있는데, 이런 술수 또한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부유층의 감세혜택 172만 원, 하위 20%의 혜택은 제로

임태희 의원은 또 2일 CBS와의 인터뷰에서 서민 봉급생활자들이 받는 혜택은 소득세 2% 인하 정도에 그치는 반면 소수 10% 부유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고가 주택의 양도세 면제, 상속·증여세 감세 등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우선 소득세의 경우에는 낮은 세율의 경우에는 25%를 내렸다. 그리고 8800만 원 이상 높은 구간에 매겨지는 세금은 약 5.7%를 내렸다"고 답변했다. 이런 주장 또한 국민들을 수치로 현혹하는 매우 불성실한 태도라 할 수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서민층 근로자들이 받는 감세혜택은 25%니 뭐니 하는 숫자와 무관하게 매우 작다. (아래 [표-2]는 필자가 세무회계사무소의 협조를 얻어 기획재정부와 동일한 가정으로 계산한 것이다).

[표-2] 분위별 근로소득세 감소효과(4인 가구 기준/단위 : 만원)
(주)연봉 8000만원과 1억원과 관련한 자료는 재정부의 발표자료임
(원자료 출처) : 통계청 가계조사연보(2007)

[표-2]에서 보다시피 최저소득층에 해당하는 하위 20% 근로자에게는 감세혜택이 한 푼도 없고, 총급여가 3,4,5분위에 해당하는 근로자에 대한 감세혜택도 월 1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재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연간 8000만 원의 연봉을 받는 근로자는 연간 135만 원(월 11.3만 원), 연봉 1억 원을 받는 근로자는 연간 172만 원(월 14.3만 원)이나 되는 감세혜택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임태희도 "법인세 인하가 바로 투자로 이어지지 않는다" 인정

2일 <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임 의원이 그나마 옳은 소리를 한 대목은 바로 이 대목이다.

"소비나 대기업들의 투자가, 세금 낮췄다고 바로 그것이 소비로 연결된다고 저희들은 보지 않습니다."

대기업들에 대한 법인세를 낮췄다고 하여 그것이 바로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임 의원의 생각은 옳다. 나는 법인세 감세액 9.8 조원 중에 20~30%만이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부유층들에 대한 소득세를 낮추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모두 소비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옳은 말이다.

그런데 왜 임 의원은 이런 불확실한 정책에 목매달고 이보다 우수한 재정지출정책의 효과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일까. 나로서는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한나라당과 정부가 부유층을 위한 21.3조 원(5.1조 원의 유류세 환급 제외) 감세안을 철회하고 이 액수 전부를 대학생들을 위한 등록금 지원이나 저소득층을 위한 소득보전 지원에 나서게 된다면 21.3조 원의 90% 이상은 즉각적으로 소비로 이어져 경제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인데 말이다.

참고로 대학생과 대학생 부모들의 평균소비성향(=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은 평균적으로 80%가 넘고 저소득층의 평균소비성향은 100%가 넘는다.

[표-3] 분위별 평균소비성향(2007)
(주) 평균소비성향 = 소비지출액/가처분소득
(주) 근로자 가구에는 대기업 임원 등 피용자 가구 전체가 포함됨
(원자료출처) : 통계청

감세로 9~10조 원의 수요증가효과 vs 재정지출로 17.8조 원의 수요증가효과

9·1 감세정책과 필자의 정책적 대안의 경제적 효과가 어떻게 다르게 나타날지 비교해 보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 유류세 환급액을 제외한 21.3조 원의 감세액 중 소비세 감세액 0.6조와 관세 감세액 0.8조 원을 빼고 나머지 19.9조 원을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경제적 효과를 더 크게 할 수 있을까.

[표-4] 9·1감세 대책의 경제적 효과 추정

[표-5] 필자가 예시하는 대안의 경제적 효과 추정
(주) 평균소비성향이 100%를 넘는 저소득층의 경우 이를 100%로 간주하고 계산함.

위의 두 가지 표에서 보듯이 9·1감세대책과 필자가 예시하는 대안의 경제적 효과는 무려 1.8배나 차이가 난다. 물론 투자는 소비에 비해 총요소생산성을 자극하는 정도가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그 점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1.8배의 차이는 쉽게 좁혀지기 어려운 엄청나게 큰 차이이다.

참고로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연관표에서는 소비와 투자의 경제적 효과를 별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 둘 다 총수요의 하나로서 경제성장에 동일하게 기여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런 점이 산업연관표의 한계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설비투자가 소비에 비해 총요소생산성을 자극하는 정도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 해도 필자의 대안이 9·1 감세대책에 비해 월등하게 우수한 것은 사실이다.

강만수, 경제학도 수학도 내팽개치고 '감'으로?

흥미로운 것은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런 사실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다는 것이다.

강만수 장관은 "교과서에 나와 있는 대로 수학적으로 계산하면 재정 지출의 감소가 미칠 악영향이 더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하지만 수리로 풀 수 없는 부분도 있는데 감세가 기업에 미칠 동태적인 효과, 전후방 효과를 모두 고려하면 꼭 그렇다고 볼 수도 없다"며 '이론과 현실은 다르다'는 믿음을 내세웠다.(<오마이뉴스> 9월 3일)

이렇게 강 장관이 경제학이고 수학이고 다 팽개치고 오직 본인의 맹목적인 대기업 사랑만을 현실이라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 이런 강 장관을 보면서 오직 '감(感)'으로 정치를 하고 '감(感)'으로 국가를 운영한다며 고집을 피우다 국가경제를 최악의 궁지로 몰라 넣은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올리는 것은 나만의 과도한 상상일까.

그동안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 의장은 강만수 장관과 달리 '막가파식 정책'은 지양하겠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는 듯한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초록은 동색'인지라 갈수록 임 의원이 강만수 장관을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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