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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와 어청수의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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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만수와 어청수의 기구한 운명

[김종배의 it] MB가 두 사람을 경질 못하는 까닭

강만수와 어청수, 두 사람의 운명이 참 기구하다. 돌고 돌았는데 결국은 제자리다.

기사회생하는가 싶었다. 환율을 방치한 책임 때문에, 촛불집회를 미온적(여) 또는 강압적(야)으로 대처한 책임 때문에 자리에서 쫓겨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살아남았다. 두 사람 모두 대리경질 덕에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중경 차관이 대리경질 된 덕에, 어청수 경찰청장은 한진희 서울경찰청장이 대리문책(주성영 한나라당 의원 표현)된 덕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 ⓒ뉴시스

그리고 몇 달…. 다시 백척간두에 섰다. 강만수 장관은 금융 패닉의 책임론에 시달리고 있고 어청수 청장은 불교계의 원성에 흔들리고 있다.

이런 걸 두고 동병상련이라고 하던가? 반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두 사람이 '붕어빵 경험'을 공유했으니 다른 말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팔자소관은 아니다. 되풀이 되는 우연은 더 이상 우연이 아닌 법, 두 사람이 같은 기간에 같은 경험을 했다면 거기엔 필시 곡절이 있게 마련이다. 뭘까? 두 사람을 '상련' 지경으로 내몬 '동병'이 뭘까?

다른 데 있지 않다. 두 사람의 인사권을 쥔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이 문제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강만수 장관은 경제철학을 공유하는 '동지'이자 신앙을 공유하는 '친구'다. 강 장관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환율 방기도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747'을 달성하려다가 빚어진 일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어청수 청장은 통치철학을 집행하는 '충신'이자 아픔을 잊게 해준 '구원자'다. 어 청장이 물대포를 쏘고 조계종 총무원장의 승용차를 과잉 검문검색하는 사태를 연출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법치'를 실현하려다가 빚어진 일이다.

자를 수가 없다. 이런 사람들을 단 칼에 베는 건 인정상 할 일이 아니다. 도리가 아니다.

감상적이라고 일거에 내칠 일이 아니다. '인정'과 '도리'는 잘 디자인 된 포장지다. 그 '인정'과 '도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전략'을 감싼다.

강만수 장관은 'MB노믹스'의 화신이다. 'MB노믹스'는 이명박 정부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전략과제다. 그래서 자르기가 어렵다. 강만수 장관을 자르면 'MB노믹스'가 조정될지 모른다.
▲ ⓒ뉴시스

어청수 청장은 '법치'의 집행자다. '법치'는 이명박 정부의 정책집행의 효율성을 담보할 핵심 전략과제다. 그래서 솎아내기가 힘들다. 어청수 청장을 자르면 '법치'의 일선조직이 흔들릴지 모른다.

확연해진다. 강만수와 어청수, 두 사람의 사퇴를 둘러싼 공방엔 상당히 무거운 정치적 함의가 깔려있다. 이명박 정부를 끌고가는 두 수레바퀴, 즉 'MB노믹스'와 '법치'의 속도와 수위를 둘러싼 이견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속단하지는 말자. 이런 진단이 이명박 대통령의 '사퇴 불가'를 선언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곧장 연결되는 건 아니다.

다른 방법이 하나 있다. 이미 써본 방법이다. 대리 경질하는 것이다. 'MB노믹스'를 대리 구현할 수 있는 인물, '법치'를 대리 집행할 수 있는 인물만 있다면 대리 경질하면 그만이다. 본질은 놔둔 채 분위기만 바꾸는 차원에서 그렇게 하면 된다.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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