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는 사실상 처음 조건 그대로 수입됐다. 두 번이나 국민 앞에 머리 숙였던 대통령은 이제 촛불 따위에 기죽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를 호령하는 '상왕' 역할을 하고 있다.
민영화 정책, 감세 정책, 대기업 규제 완화 등 이명박 정부는 애초 계획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 한 쪽에서 들리는 것은 서민의 곡소리다. 정부는 '9월 위기' 같은 것 없다고 강변하지만, 서민 경제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한국방송(KBS), YTN은 이미 이명박 정부가 장악했다. 문화방송(MBC) <PD수첩>은 뭇매를 맞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8명의 수배자는 서울 조계사에 도피 중이다.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을 했던 이들,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던 누리꾼을 향한 검경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다.
100일이 넘게 계속된 촛불 집회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이룬 건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이 100일 넘게 촛불을 밝힌 그들을 다시 만나 이 질문을 던졌다. <편집자>
100일간 진행된 촛불 집회는 이전 집회와는 확연히 다른 점이 있었다. 배후를 캐묻는 정부와 보수 진영의 판단과 달리 실제 현장에서 기존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거의 눈에 띠지 않았다는 점이다.
촛불 집회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사회단체의 참여도 활발해졌다. 집회 때마다 대운하 반대, 의료 민영화 반대, 조·중·동 불매를 비롯한 각종 단체의 활동을 알리는 서명 운동이 전개됐다.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집회가 한창일 때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를 비롯한 각 단체의 천막이 광장을 둘러쌌다.
인권·문화단체 등을 중심으로 난상 토론, 밤샘 콘서트 등 다양한 시도도 전개됐다. 그러나 민영화, 대운하와 같은 현안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는데도 정작 현장에 있었던 사회단체나 활동가 개인이 주목을 받는 경우는 없었다.
오히려 집회의 분위기를 이끌었던 건 '시민 음악대', '김밥 부대' 등 낯선 누리꾼 모임이었다. 또 참가자들이 집에서 만들어온 피켓, 컴퓨터 마우스를 끌고 다니는 것과 같은 퍼포먼스가 집회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경찰이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를 수배했을 때, 이로 인해 촛불 집회가 큰 타격을 받으리라고 생각하는 이는 없었다.
한편, 1400여 개 단체로 구성된 국민대책회의를 향한 불만도 온·오프라인 상에서 상당히 표출됐다. 시민·사회단체가 중심이 된 탓에 촛불 집회를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정작 중요한 국면마다 리더십을 발휘하기는커녕 혼선만 가중한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 가운데 유독 '촛불 시민'의 지지를 한 몸에 받은 시민단체가 있다. '촛불아 모여라, 될 때까지 모여라', '함께살자 대한민국', '촛불이 지킵니다, 촛불이 길입니다', '아이들이 무슨 죄냐 우리들이 지켜주자' 등등. 집회 참가자라면 한번쯤은 손에 들어봤음직한 인상적인 문구의 손피켓 밑에는 이들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촛불 집회에서 가장 '스타'가 됐던 촛불 소녀 캐릭터를 가장 먼저 들고 나온 것도 이들이었다. 바로 나눔문화다.
나눔문화는 지난 5월 처음으로 촛불을 밝혔던 10대 청소년들과 꾸준하게 소통하고 있는 단체이기도 하다. 온라인 커뮤니티 '촛불 소녀 코리아', 그리고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이들은 '촛불 소녀'와 함께하는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 왔다. 촛불 집회에 나갔던 이들은 촛불 소녀 캐릭터가 그려진 빨간 티셔츠를 입은 청소년들이 거리를 활보했던 광경을 쉽게 잊지 못했을 것이다.
나눔문화의 본업은 평화단체이다. 박노해 시인 등이 8년 전 꾸린 이 단체는 분쟁 현장의 아픔을 나누고, 평화 운동을 고민해 온 단체이다. 촛불 집회 현장에서 톡톡한 역할을 했던 나눔문화는 대책회의 활동에도 활발히 참여해 왔다.
나눔문화는 손피켓과 캐릭터가 이전부터 새로운 감성으로 평화 문제에 접근하려고 했던 노력에서 나왔다고 했다. 그들은 지금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또 대책회의에 결합했던 사회단체들이 생각하는 과제는 무엇일까. 지난 달 28일, 서울 광화문 근처 한 카페에서 나눔문화 허택 사무처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 사회는 건널 수 없는 다리를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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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촛불이 꺼졌다고들 한다. 현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허택 : 우리는 '숨고르기'의 시기라고 보고 있다. 촛불의 첫 번째 시즌이 끝나고 두 번째 시즌으로 가는 시기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촛불이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 지금 중요한 것은 자신감을 갖고 착실하게 준비하는 일이다.
프레시안 : 촛불의 첫 번째 시즌이 끝났다는 말은 구체적으로 어떤 뜻인가.
허택 : 촛불이 지금 정지됐다기보다는 일어설 수밖에 없는 상태인데, 현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시기라고 본다. 언제고 다시 이어질 것이다.
그 이유는 촛불의 힘과 성격 때문이다. 너무나 급격하고 새로운 운동이었다. 계속 이끌어나가기 위한 준비와 정리 단계가 온 것 같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은연코 촛불 운동, 촛불 저항, 촛불 시위라는 단어를 쓰지만, 아직까지 지난 5~6월에 있었던 세계 역사상 유례없던 그 사건에 놓고 정확한 명명과 분석이 안 되고 있다. 우리는 이번 촛불에 이름을 붙인다면 혁명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68혁명을 보자. 당시에도 제도적인 변화는 못 이뤄냈지만, 모두들 그 전과 후의 유럽은 다르다고 얘기한다. 그 당시 사람과 문화와 삶을 전체적으로 바꿔냈기 때문이다.
저희는 이번 촛불이 한국 사회 전체적인 사회 문화 혁명의 신호탄이라고 보고 있다. 내부에서는 BC/AC(Before Candle/After Candle)라고도 부른다. 다시 건널 수 없는 다리를 지난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번 촛불을 계기로 예전의 한국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진보나 보수 할 것 없이 낡고, '후진' 것들이 명백히 드러나고 갈라서게 됐다고 생각한다.
일단 무너지고 심판받은 대상들이 있다. 촛불이 무서웠던 건 기존 기득권 세력들이 미래 세대로부터 버림받았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뉴라이트, 조·중·동, 강부자 등등. 더군다나 진보운동 자체의 한계도 드러났다.
프레시안 : 이 같은 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원인은 무엇일까.
허택 : 첫째는 지난 10년 간 축적된 분노다. 한나라당과 기득권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고 얘기하지만 그렇게 얘기할 사람이 뒤바뀐 것 같다. 그들은 실제로 10년간 진행된 양극화 속에서 끊임없이 부를 축적해왔다.
반면 일반인들은 IMF 이후 미국식 세계화 과정에서 양극화, 비정규직, 청년실업, 농촌문제에 시달렸다. 물론 노무현, DJ 정부 아래 민주화와 통일 현안이 진보적으로 이뤄졌지만, 국민들은 심화된 양극화 속에서도 예전처럼 분명하게 저항의 행동을 하기도 어려웠다. 5월의 촛불은 10년간의 깊은 뿌리와 닿아있다고 본다.
두 번째 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다. 10년의 고통 속에서 남아있던 국민들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는게 이명박 정부 출범이 갖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로는 10년 간 쌓아온 민주주의와 인터넷을 통한 소통이 뒷받침됐다는 점이다.
"민중이 기득권보다 문화적으로 앞선 점, 자신감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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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처음 촛불을 밝혔던 주체는 10대 청소년들이었다. 또 인터넷 상의 토론도 주요 역할을 했다. 이들은 기존 세력과 달리 어떻게 혁명과 같은 집회를 이뤄낼 수 있었을까.
허택 : 우리는 촛불 소녀를 이 시대의 예언자라고 말한다. 단순히 광우병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 시대의 부당함을 감지하고 도화선을 붙였다고 생각한다. 이들에게는 두 가지의 특성이 있는데, 하나는 그 누구보다 굉장한 고통 속에 있다는 점이다. 잠을 못 자고 밥을 잘 못 먹는다. 자율권도 없고, 경쟁 속에 몰아붙여지고 있다.
또 정말 순수한 감수성과 새로운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말 한 마디로 상황의 본질을 짚어내는 이야기를 한다.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데 100명의 전경이 에워싸면 보통 사람들은 두려움과 공포를 느낄텐데 그들은 무섭지 않냐는 물음에 '헐~' 한 마디로 정리를 하더라.
그들이 사태를 파악하는 기본 가치관은 앞으로 남은 삶과 미래이다. 모든 판단의 기준은 나의 삶과 나의 미래이고, 그를 기준으로 이명박이 옳으냐 그르냐고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누리꾼을 얘기할 때 우리는 '네티즌 계급'이라고 칭한다. 즉각적으로 어떤 사안에 대해 공감하고 아이디어를 집단 생산하는 새로운 형태의 집단이 나온 것이다. 이 그룹은 지식 생산 경제 시대 속에서 생산의 필수 주체들이자 소비와 라이프스타일까지 좌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정부 관료가 언젠가 촛불 시위 나온 사람들이 천민이라고 했다. 사실 기존의 노조나 노동운동은 정치 투쟁, 노조 투쟁을 해왔는데 그 사회의 주류 문화는 기득권이 가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번 운동에서 포착한 것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민중이 기득권보다 지식, 문화, 창조력에 있어서 월등히 앞섰다는 점이다. 우리가 더 많이 알고, 더 세련되고, 더 멋있구나. 이렇게 누리꾼들이 자신감을 가졌다.
"시민·민중운동과 네티즌 운동으로 재편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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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기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결합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그런 에너지를 끌고 나가기엔 한계가 있었던 건 아닐까.
허택 : 대책회의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본다. 이번 정국은 사실상 대책회의가 큰 역할을 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집회 시간과 장소를 공지하는 등 충실하게 시민의 참여를 보장해주는 정도였지 시민들도 대책회의를 그대로 따르는 건 아니었었다.
어쨌건 운동의 새로운 양식과 주체가 기존 운동 주체와 만났다. 그것을 존중하고 함께 하려는 노력은 했지만 금방 바뀌긴 힘들었다. 이번 경험이 중요한 이유다.
프레시안 : 대책회의 내부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나.
허택 : 노력은 분명히 있었다. 계속 시민들 반응을 존중하고 함께 하려고 했다. 그러나 아이디어나 실무 차원에서 해결되긴 힘든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이번 촛불을 계기로 기존 운동의 방식과 세력이 굉장히 많이 재편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운동의 저비용 고효율이 가능해질 것이다. 사실 한 사회를 바꾸려면 엄청난 자기 희생과 비용, 에너지가 든다. 이런 고비용의 운동이 인터넷을 통해서 저비용 고효율로 바뀌게 됐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통해 시민들이 더욱 쉽게 사회 참여를 하고 행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기존 프로젝트적 시민운동은 누리꾼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본다. 언소주(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의 경우처럼 하나의 사안을 갖고 하는 운동이 이번에 훨씬 빠르게 되지 않았나. 앞으로 기존 운동 세력은 더욱 희생적인 고도의 이념 운동이나, 총체적인 삶을 끝까지 바꿔내는 운동으로 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기존의 진보 운동이 소위 시민운동, 민중운동 이렇게 양대 체제로 나뉘었다면, 앞으로는 시민·민중운동이 한 축이 되고, 또 한 축으로는 '네티즌 운동'이 편성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진보 운동부터 '후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프레시안 : 누구라도 '네티즌', 누리꾼이 될 수 있다. 이를 운동의 한 축을 이루는 세력이라고 하기엔 너무 광범위한 해석이 아닐까.
허택 : '누리꾼스럽다'는 말은 권력을 우습게 여기고 굉장히 심각한 상황도 반전을 시켜 우스운 상황으로 만들어버리면서 자기네끼리 정체성이나 커뮤니티를 형성해나가는 사람들을 말한다. 그런 사람들이 이번에 촛불에 뛰어든 사람들이자 주체이다.
즉 정체성이 중요하다. 실생활에서는 갖기 힘들었던 삶의 진보적 요소가 인터넷을 통해서 긍정적으로 체득된 형태를 누리꾼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이렇게 1대1 맞대면을 하면 각자 직업을 의식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자유롭고 평등하게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즉각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된다. 이것이 광장에서 실질적으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 실현됐다. 온라인 상에서의 진보적인 요소가 삶 속에서도 확장되게 만드는 일은 기존의 운동세력이 같이 해야 하는 과제다.
프레시안 : 그런 고민이 진보 운동 내부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나.
허택 : 기존 진보 운동의 진지하고 뼈저린 자기 성찰과 쇄신이 이번에 나온 화두다. 근본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대책회의도 단기적인 방법론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들어가야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촛불 소녀나 네티즌, '개념찬' 30대 여성에 비해 기존 운동권이 얼마나 진부했는지에 대한 물음과 자기 답을 가져야 한다.
지난해 말 대선 패배한 뒤, 여러 언론, 운동권 내에서 진보운동의 위기가 많이 얘기되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이번 촛불을 계기로 운동이 일어나면서 그것에 대해서 망각하고 운동이 잘되고 있다고 하는 착시 현상에 사로잡힌다면 절대 안된다고 생각한다. 분명 새로운 주체에 의해, 이명박 때문에 일어난 운동이다.
우리 자체부터 후진 사람이 안되도록 끊임없이 쇄신해야 한다. 많은 노력과 성찰, 쇄신이 필요하다.
프레시안 : 촛불 정국 속에서 대책회의에 대한 누리꾼들의 불만도 많이 나왔다. 특히 방법론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허택 : 창조적 아이디어가 기존 운동에서 나오기는 힘들다. 무능해서라기보다는 굉장히 무겁고, 고비용이기 때문이다. 대책회의가 많은 오류도 있었지만, 또 대책회의가 아니었다면 되지 않는 것들도 있었다. 양쪽이 서로 역할을 보되 같이 함께 하려는 노력이 많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서로 바라보면서 발전해야 하지 서로 불신하거나 실망해선 안된다.
나눔문화도 그런 노력을 하려고 한다. 촛불 소녀를 가르치려고 하기 보다는 배우고, 누리꾼의 창발적 아이디어를 닮아가려고 하고. 저희 같은 경우에는 고비용 운동단체이긴 하지만, 또 평생 운동을 하면서 갈 사람들이다. 끝까지 책임성을 갖되, 그런 요소는 닮아가려고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이 뒤로 후퇴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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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안 : 혁명이 일어났다고 해도 미국산 쇠고기는 수입됐고, 기득권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현실은 여전히 달라진게 없다. 거기에 실망하는 이들도 많은 것 같다.
허택 : 정부는 공안 사건, 공영방송 장악 등 계속 강경으로 가고 있다. 반면 누리꾼이 갖고 있는 진보적 요소는 연행, 구속 등 고비용 조직들이 겪었던 문제를 만나면서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것은 촛불은 승리했다는 자신감이다. 근거는 많다. 100일만에 지금 정부와 수십 년 뿌리박았던 기득권 세력을 심판하게 됐고, 미래 세대에 완전히 정서적으로 버림받았다.
또 새로운 운동주체가 등장했고, 지금껏 진부한 운동권의 한계선이 깨졌다. 여러 공안 탄압에도 불구하고 승리한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자신감과 여유를 가지면서 새롭게 겪는 문제를 침착하게 극복해나가야 된다. 그것이 숨고르기의 의미다.
프레시안 : 대부분 시민들의 경제 상황이 어려워져간다. 그런데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결과는 이런 경제적, 계급적 상황과는 반대의 상황이 나왔다. 사회문화적 혁명이 앞으로 실제 정치에서 구현될 수 있을까.
허택 : 경험하면 달라지는 것 같다. 예를 들어 88만 원 세대로 불리는 20대는 그런 경험이 없었다. 지금의 10대가 그 나이가 됐을 때는 뭐가 달라질까. 청소년이 내놓은 답은 '경험하면 달라진다'였다.
누리꾼도 마찬가지다. 온라인으로 만났던 이들이 광장에서도 함께 할 수 있겠구나 하는 경험을 했다. 이 경험이 뒤로 후퇴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혁명이라는 것이다.
"자신감과 여유를 끝까지 안고 가는게 중요하다"
프레시안 : 누리꾼과 촛불 소녀들은 계속 촛불을 들까?
허택 : 촛불 소녀들과 얘기를 하다보면, 명박산성보다 높은 부모 세대와의 갈등에 대한 고민도 만만치 않다. 생활 속에서 민중들이 자기 현장을 고민하듯 생활 속에서 구체적인 고민이 이뤄지고 있다고 본다. 더군다나 이번 촛불을 통해 사회적인 고민을 했기 때문에 고민이 풍부해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이후에 언제든 촛불이 모였을 때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함께 할 것이다. 거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른 모습으로 촛불이 생활 속에서 타오르고 있다.
최근 숨고르기 국면에서 소수화되고 공안 탄압이 되다 보니까 강경화되고 공안 탄압이 이뤄지면서 집회 문화가 초기와는 많이 달라졌다. 촛불 소녀들은 한 마디로 '저 분들이 전경을 닮아갔다'고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하더라. 소수화되면 그렇게 되는건데 그래서 자신감과 여유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촛불 소녀들도 이명박 정부를 가장 '후지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이야기한다. 공안정국 조성은 최종 카드에 가깝다. 68혁명 때도 혁명적인 정권이 들어선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그 뒤로는 문제만 생기면 사람들이 들고 일어나서 대통령이 시민들 때문에 정치 못 하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이 정권이 시민들 무서워서 정치 못 하겠다, 제대로 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도록 우리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프레시안 : 나눔문화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
허택 : 기존 진보 운동에 던진 메시지처럼 저희 역시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반추해보면서 계속 운동하고 연구할 것이다.
또 기존에 계속 8년간 해왔던 세계 분쟁 지역에서의 평화활동도 해나갈 것이다. 한 쪽에서 추구했던 대안적 삶의 고민들을 계속 하면서 새로운 운동과 결합되면서 성과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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