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국제중 설립 효과? 사교육 밖에 안 보여"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국제중 설립 효과? 사교육 밖에 안 보여"

[토론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서울시교육청

"국제중은 '사립초등학교→○○○→특목고·자사고→명문대(미국사립대)'라는 '계층 분리형 입시 명문 학교 직렬 구조'에서 유일한 공백인 중학교를 채워 넣은 것에 불과하다."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 "국제중 설립,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방대곤 서울 난우초등학교 교사가 한 말이다. 이 말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국제중학교의 본질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지난 달 20일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선발 과정 등을 담은 '특성화 중학교 지정 및 교명 변경(안)'을 발표했다. 지난 2006년 교육단체와 교육부의 반대로 무산된 국제중 설립을 공정택 교육감 당선에 힘입어 재추진하는 것이다. 공정택 교육감은 국제중을 통해 공교육을 살려 사교육비를 감축하겠다고 밝혔지만, 강남 사교육 시장은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등 28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4·15공교육포기정책반대 연석회의'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국제중은 공교육을 파괴하고, 사교육 시장 배만 불릴 것"이라며 "설립 계획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형 방법과 사교육 억제 방안의 모순
▲ 교육단체와 전문가들은 국제중 설립은 초등학교를 입시 기관으로 전락시키게 될 것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에 새로 생길 국제중 전형은 3단계를 거친다. 시교육청은 국제중이 각각 160명을 입학 정원으로 1단계에서 모집 정원의 5배수에 해당하는 800명을 학교생활기록부를 중심으로 선발하고, 2단계에서는 개별 면접, 집단 토론 등 다양한 면접 방법을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3단계에서는 무작위 공개 추첨을 통한 선발 방식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교육청은 사교육 논란을 의식하면서 무작위 공개 추첨을 강조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장은 "지난 8월 중순, 서울의 많은 학원이 주최한 국제중 입학 설명회장에서는 1차 서류 전형(학교장 추천서와 경시대회 수상 실적) 제출시 학교 임원 활동 실적을 최대한 잘 꾸려 보고하고, 영재교육원 등의 교육 실적이 중요하다는 말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이 학원들은 서류 통과를 위한 포트폴리오는 객관적 자료들을 통해 최대한 나를 잘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또 해당 학원의 40만~50만 원 정도하는 포트폴리오 작성 대비반 선전을 빼 놓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는 "경시대회는 초등학교 교육 과정을 훨씬 뛰어 넘는 수준이어야 입상할 수 있고 사교육을 받지 않고는 경시대회 입상은 불가능에 가까운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박 지부장은 "여기에다가 정원의 3배수인 2차 면접인 집단 토론, 창의력,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 협동심, 리더십 측정 역시 3대 1의 경쟁력을 뚫기 위해 최대한 변별력을 높여야 한다"며 "영어 인증 시험이 없지만, 영어 수학 능력을 파악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하므로 역시 전문 학원 수강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학원가는 벌써부터 2단계 면접과 토론을 위해 청심국제중 면접 예시를 들어 예상 질문 대비와 면접 대응 말하기 훈련 코스를 선전하고 있다.

그는 "이 모든 입학 준비가 사교육비인데, 그럼에도 공정택 교육감은 국제중 설립을 사교육비가 들지 않도록 추진한다는 말을 할 수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초등학교는 입시 기관으로 전락하고, 국제중이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

이어 박 지부장은 "경시대회와 일상적 교과 시험은 학교생활기록부 계량화 기록을 선호하게 되므로 결국 교과 성적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초등 과정에 필요하지도 않은 시험 문제를 제출하여 변별력을 높이는 기본 교육 과정 파행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방대곤 교사도 "이번에 설립 예고된 학교는 2개교이지만, 그 숫자는 점차 늘어갈 것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목고만으로는 부족해 자사고 설립을 주장하는 논리와 같아질 것"이라며 "이후 다른 사학재단도 특성화 중학교 설립을 신청할 것은 불 보듯 뻔하고, 나아가 다른 시·도에서도 국제중과 유사한 특성화중 설립이 봇물 터지듯 번져갈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렇게 될 경우 중학교 입시 부활은 당연한 귀결"이라며 "서울시교육청이 국제중 설립의 연착륙을 위해 제시한 시험 없는 (3차의 무작위) 선발 방식은 수정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초등학교에서는 점수화된 일제고사가 일반화 되고, 초등교육은 중학교 입시를 위한 입시경쟁을 위한 장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중 만들겠다는 발상은 시대착오적…70년대로 회귀하고 있어"

또 유인종 전 서울시 교육감은 "국제중은 5% 지적 엘리트만 길러 95%의 대중을 먹고 살게 만들겠다는 아주 과거의 사고방식"이라고 지적했다.

유인종 전 교육감은 "지금 세계의 교육 사조는 5%의 엘리트 교육에서 완전히 벗어나 기회균등의 원칙 실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고 만인에게 교육의 혜택을 받게 해 그들이 가진 잠재 능력을 최대한으로 펼치게 하는 이른 바 '모든 개인의 최대한의 잠재능력 개발(Maximum Development of Individual Potentiality)'이란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밝힌 '어이없는' 국제중 설립 취지

서울시교육청은 왜 국제중을 설립하려 하는가? 지난달 20일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설립을 발표하며 △국제화, 정보화 시대를 선도할 글로벌 인재 육성 △장기 해외 거주 후 귀국한 학생에 대한 교육 연계성 구축 △ 조기 유학에 따른 폐단 해결 △서울 학생 지방 국제중학교 진학에 따른 학부모 부담을 고려 등 네 가지 이유를 들었다.

■ 해외 귀국 학생 위해 국제중을 2개나?

이런 이유를 보고 토론회 참석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극소수 해외 귀국 학생을 위해 국제중을 2개나 설립한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홍익대 교육학과 이윤미 교수는 "귀국자녀 적응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면서 정작 해외장기거주학생의 국내 적응 실태, 조기 유학 동기 등 국제 중학교 설립을 정당화할 교육 실태 조사 확보 안 돼 있다"며 "더욱이 귀국 자녀에 대한 적응 교육이 주요 목표라면서 단기, 장기 거부자인지 등을 구분해야 하는데 현재 국제중 모집 전형에 이에 대한 기준도 없고, 일반 학생에게 다 개방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송병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교육·청소년위원회 위원장은 "초중등교육법에 따르면 외국인 학교란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의 자녀와 외국에서 일정 기간 거주하고 귀국한 내국인 중 대통령령이 정하는 자에 대한 교육을 위해 설립된 학교'"라며 "귀국 학생이 국내 교육에 적응하려면 외국인 학교를 가는데 굳이 국제중을 설립하려는 건 다른 목적 때문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서울 학생들의 지방 국제중 진학에 따른 학부모 부담을 줄이겠다?

또, 일부 국제중 진학을 희망하는 극소수의 학부모를 위해 서울에 국제중을 설립하겠다는 것도 합리적이진 않아 보인다. 이윤미 교수는 "현재 국제중은 부산과 청심 국제중 두 곳인데, 부산은 지역 학생 위주여서 청심중만 서울 학생들의 진학과 관련이 있다"며 "극소수 국제중 입학과 관련한 문제가 4대 명분 안에 들어가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박영미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도 "자녀를 국제중에 보내는 일부 학부모들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까지 (서울시교육청이) 고심해야겠나"라며 "서울에 있는 대학 보내느라 뼛골이 휘는 지방의 학부모를 위해서는 아무 것도 안 하는 교육청이 이러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조기유학 욕구 수용을 위해 국제중을 설립하겠다는 서울시 발표에 대해 방대곤 교사는 "조기유학은 국제중과 특목고 입학의 선결조건이 되어 버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제중에 입학하기 위해서 오히려 조기유학을 다녀와야 하는 게 불보듯 뻔한 현실이 될 것이는 지적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