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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레이블의 현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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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 레이블의 현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대중음악의 오늘을 보는 시선 ⑨]

대중음악은 창작과 제작, 유통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방송이나 언론 매체, 팬덤 역시 큰 영향을 미치지만 앞에서 언급한 세 가지 요소가 내부적으로 대중음악계를 작동시키는 주요한 요소라 할 수 있다. 기술적 발전과 사회상의 변화로 인해 시대에 따라 대중음악의 얼굴이 변하고 또한 그러한 변화의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게 현실이지만 창작과 제작, 유통을 중심으로 구성, 작동되는 이러한 구조는 불변의 성질일 것이다.

신인 뮤지션의 발굴과 음반의 기획, 제작을 담당하는 레이블은 이러한 구조의 중심에 있는 존재다. 음악창작자의 실력 못지않게 레이블의 역량과 안목 역시 대중음악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일군의 레이블들의 취향과 지향점이 모여 하나의 큰 흐름을 형성하고, 이런 흐름에 따라 대중음악의 진로가 결정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레이블은 대중음악의 중심을 떠받치는 척추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대중음악이 발달한 영미권이나 일본에서는 이런 속성을 일찍부터 파악했기에 가수와 밴드의 활동뿐만 아니라 주요 레이블의 동향 또한 음악팬들의 관심사가 되곤 한다.

90년대 후반 홍대 앞 라이브 클럽을 배경으로 첫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여, 지금은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한국 대중음악의 유력한 구원투수로 거론되고 있는 인디 씬에도 다양한 레이블이 활동하고 있다. 모던록/포크 씬에는 비트볼 뮤직과 카바레 사운드, 파스텔 뮤직이 대표적이고 헤비니스 씬은 도프 엔터테인먼트와 GMC 레코드가 독보적이다. 힙합 씬에서는 소울 컴퍼니가 선전 중이며, 그밖에 신생 레이블인 일렉트릭 뮤즈와 튠테이블 무브먼트가 눈에 띄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인디 씬이 현재 질적인 측면에서 한국 대중음악을 떠받치고 있고 해외 음악 씬과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을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영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현재 모습은 당대의 대중음악의 방향을 가늠 짓는 중요한 열쇠임에 틀림없다.

개성적인 복고와 유머, 비트볼 뮤직

비트볼 뮤직은 과거의 음악적 유산을 갈무리하여 현재의 음악에 접목시키는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그래서 비트볼의 음악은 복고적이면서 강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유의 유머와 위트를 선사한다. 지금까지 라이너스의 담요, 몽구스, 스마일스 등 색깔 있는 인디 뮤지션을 발굴해 왔고, 올해는 달콤한 비누의 EP앨범 [Appetizer]와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록 앨범, 올해의 신인 부문 수상자인 머스탱스의 2집 [Acid Trip], 그리고 눈뜨고 코베인의 2집 [Tales]를 발매했다. 또한 해외 인디레이블과의 교류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시애틀의 명문 인디레이블 서브팝(Sub Pop)과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아이언 앤 와인(Iron&Wine)과 CSS의 음반을 국내에 소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인디 씬 전통의 명가, 카바레 사운드
▲ 여성 싱어송라이터 뎁 ⓒwww.bedep.com

카바레 사운드는 인디 씬의 형성과 함께 출발한 레이블이다. 이런 배경과 맞물려 인디 씬에 깊은 족적을 남긴 은희의 노을, 코코어, 푸른새벽, 플라스틱 피플 등의 뮤지션들이 지난 날 카바레 사운드를 거쳐 갔다. 로우파이 사운드와 미니멀한 사운드에 노하우를 갖고 있고 다양한 음악을 선보이며 자신들의 음악적 지평을 넓히는 게 카바레의 특징이다. 현재 오!브라더스, 캐비넷 싱얼롱즈, 구남과여라이딩스탤라, 페일슈 등이 소속되어 있으며 올해는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싱글 부문 수상자인 페퍼톤스의 2집 [Newstandard]와 여성 싱어송라이터 뎁의 데뷔 앨범 [Parallel Moons]를 발매했다.

인디 씬의 히트 메이커를 꿈꾼다, 파스텔 뮤직

파스텔 뮤직은 현재 인디 레이블들 중에서 가장 큰 규모와 높은 인지도를 지니고 있다. 특히 CF음악과 드라마 OST 분야에 대한 진출이 눈에 띈다. 인디음악의 인지도와 음악적 지평을 확장시켰다는 지지와 근래 비슷한 스타일의 동어반복이 지나치며 초기의 음악적 취향을 버리고 대중영합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비판이 동시에 향하고 있다. 물론 취향과 관점에 따라 각기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주요 인디 레이블들 중 특정 레이블이 최근 제작한 음반들이 음악적 완성도의 평균치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저조한 결과를 보이고 있다면 그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올해 더 멜로디의 보컬 타루의 솔로앨범 [R.A.I.N.B.O.W]와 요조&에릭의 [Yozoh With 소규모아카시아밴드 / Nostalgia]를 발매하였다.

헤비니스 씬의 신흥 강자, 도프 엔터테인먼트

도프 엔터테인먼트는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헤비니스 씬에서 큰 성과를 거두어 왔다.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록 싱글> 부문 수상작인 스트라이커스의 'Turn Back Time'이 수록된 [Untouchable Territories], 작년 최고의 앨범이자 우리 시대 새로운 명반으로 자리매김한 할로우 잰의 1집 [Rough Draft In Progress]가 바로 도프 엔터테인먼트의 손을 거쳐 등장한 앨범들이다. 내한공연 기획과 해외 음반 라이선스에도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특히 일본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도프 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문샤인의 3집 [Eternal]을 발매했고 '펑크 씬의 아이콘' 럭스와 2장의 앨범 계약을 맺은 상태다.

하드코어 씬의 산 증인, GMC 레코드

GMC는 한국 하드코어 씬의 성장과 역사를 함께해왔다. 현재 한국 헤비니스 씬의 1인자로 평가 받는 바세린의 데뷔 앨범 [Bloodthirsty]와 하드코어 씬을 개척한 삼청교육대의 2집 앨범 [Vengeance Is Mine]이 GMC의 대표작이다. 하드코어 전문 레이블을 표방하고 있으며 사업적 성격보다 공동체적 성격이 강하다. 현재 바세린과 삼청교육대 같은 중견 밴드 외에도 앞으로 록 음악 씬을 뜨겁게 달굴 49몰핀스, 나인씬, 넉다운 등의 젊은 밴드들이 포진해 있다.

힙합 씬의 젊은 피, 소울 컴퍼니
▲ 소울 컴퍼니의 아티스트들 ⓒ소울 컴퍼니

소울 컴퍼니는 더 콰이엇과 키비, 두 젊은 힙합 뮤지션을 중심으로 2004년에 결성되었다. 가요에 힙합적인 요소가 가미되는 유행과는 상관없이 여전히 고정적 힙합 수요층이 많지 않은 현실 속에서 소울 컴퍼니는 우리말로 된 랩과 라임에 대한 애착을 내세움과 동시에 젊은 감성을 소울, 재즈적 성향의 비트에 담아 자신들의 음악적 영역을 구축했다. 그 결과 한국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을 대표하는 레이블로 자리매김하였고, 특히 제4회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힙합 앨범> 부문 수상작인 더 콰이엇의 [Q Train]을 내놓는 성과를 올리기에 이른다. 올해 더 콰이엇의 믹스테이프 [Black On The Beat]와 랍티미스트의 2집 [MInd Expander]를 발매했다.

인디 씬의 새로운 움직임, 일렉트릭 뮤즈와 튠테이블 무브먼트

근래에 새롭게 등장해 인디 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레이블로 일렉트릭 뮤즈와 튠테이블 무브먼트가 있다. 플라스틱 피플의 멤버이기도한 김민규의 일렉트릭 뮤즈와 그림자 궁전의 멤버로 예명 '9'로 알려진 송재경의 튠테이블 무브먼트는 라이브 클럽 빵을 중심으로 활동한다는 점과 현재 가장 주목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일렉트릭 뮤즈는 올해 아톰북의 데뷔 앨범 [Warm Hello From The Sun]과 비둘기 우유의 데뷔 앨범 [Aero], 스타리-아이드의 2집 [Sweet Night]를 발매했고, 작년 그림자 궁전의 데뷔 앨범 [그림자 궁전]으로 주목을 받은 튠테이블 무브먼트는 올해 로로스의 [Pax]를 발매했다.

인디레이블의 발전과 명암

대개 해외 음반 라이선스나 국내 음반 재발매, 공연 기획 등을 주요 사업으로 시작했던 인디 레이블들은 2003년을 기점으로 레이블로서의 위상을 갖추고 독자적인 음반 제작에 나서기 시작했다. 여기에 힘을 더한 것이 바로 홈레코딩의 확산이다. 대형 스튜디오를 이용하지 않고도 컴퓨터와 소규모 작업실만으로 음반의 제작이 가능해짐에 따라 소자본 인디 레이블의 음반 제작에 탄력이 붙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런 제작 환경에 어울리는 음악 장르들이 확산되고 이에 대한 작업 노하우도 축적되기에 이른다.

또한 과거에는 제작과정에서 셀프 프로듀싱만을 고집하거나, 아니면 아예 프로듀싱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데 반해 점차 창작물을 보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하고 조율하는 프로듀서의 역할을 인식함에 따라 인디음악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프로듀서의 양성도 모색되고 있다.

인디 레이블의 경영에 있어서는 독자적인 수익구조가 정착됐다. 레이블의 장르와 성향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보통 모던록/포크 레이블의 경우 음원수입이 음반수입보다 많거나 비슷하지만, 헤비니스 계열 레이블은 음반수입과 공연수입이 더 많다. 또한 초기의 주먹구구식 회계와 계약 관행에서 벗어나 점차 경영상의 정밀함과 투명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국내 음반 시장의 불황에 대한 대응으로 해외 진출에 대한 모색이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레이블과의 제휴를 통한 해외 진출과 음반 수입 및 라이선스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도프 엔터테인먼트와 비트볼 뮤직을 중심으로 일본 진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고, 지금까지 스트라이커스와 껌엑스가 성공적인 결과를 얻었다.

물론 인디 레이블들의 현재 모습에 밝은 면만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 기획력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다. 지금까지 인디 씬에서 대중적으로 성공한 앨범의 경우 거의 우연에 따른 결과이거나 뮤지션의 개인 역량에만 의존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직 인디 레이블들이 자신들의 기획력을 바탕으로 히트작을 내놓을 만한 역량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또한 여전히 인디 씬의 바닥에서부터 올라오는 동력을 모두 갈무리하기에는 인디 레이블의 숫자가 부족하다. 근래에 신생 레이블인 일렉트릭 뮤즈와 튠테이블 무브먼트가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들 레이블의 안목이 뛰어난 점도 있지만, 그만큼 기존 레이블들이 담아내지 못한 자원이 많다는 사실에 대한 반증이기도 하다. 인디 씬의 음악적 지층의 확장과 양적, 질적 발전을 위해 더 많은 레이블이 필요한 실정이다.

'음악을 통한 가슴의 떨림'이라는 성과

90년대 후반부터 창작자의 영혼이 스민 '작품'으로서의 성격보다 자본주의적 '기획 상품'으로서의 성격을 강하게 띤 음반들이 대형 연예기획사에 의해 천편일률적인 모양새의 공산품 찍어 내듯 제작되어 한국 대중음악을 점령했다. 결과는 대중음악의 자멸이었다. 현재 대중음악 산업의 불황은 MP3로 대표되는 기술적, 사회적 변화보다 주류 음악 씬의 이러한 행태에 기인한 사태다.

이런 암울한 상황 속에서 스스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기 위해 성장해온 인디 씬은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유력한 대안이다. 창작이라는 본연의 책무를 환기시키고 음악적 다양성을 넓혔으며, 무엇보다 '음악을 통한 가슴의 떨림'이라는 대중음악의 진정한 미덕을 일깨운 것이 지금까지 인디 씬이 거둔 성과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사회적으로 인디 씬과 그 중심을 이루는 인디 레이블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올해 들어 인디 레이블에 대한 정부의 유일한 지원정책이었던 인디레이블육성지원사업이 중단되었다. 레이블 당 1천만 원의 자금지원이 사라진다 해서 당장 인디 레이블들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지원을 바탕으로 좋은 음반들이 많이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아쉬운 대목이다. 해외 문화선진국들이 인디 음악을 비롯한 비주류 문화, 예술의 발전을 위해 장기적, 구조적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본받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인디 레이블에 대한 대중의 애정과 관심이다. 이것이 바로 한국 대중음악의 부흥을 열 첨병으로서 자리매김할 인디 레이블의 발전을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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