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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실체·약점 알았으니 이길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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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실체·약점 알았으니 이길 일만 남았다"

[인터뷰]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한서정 대표

더 이상 아무도 촛불을 말하지 않는다. 대신 한국 사회는 '절망'의 기운으로 가득하다.

미국산 쇠고기는 사실상 처음 조건 그대로 수입됐다. 두 번이나 국민 앞에 머리 숙였던 대통령은 이제 촛불 따위에 기죽으면 안 된다고 힘주어 말한다.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언론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를 호령하는 '상왕' 역할을 하고 있다.

민영화 정책, 감세 정책, 대기업 규제 완화 등 이명박 정부는 애초 계획했던 경제 정책을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그런 한 쪽에서 들리는 것은 서민의 곡소리다. 정부는 '9월 위기' 같은 것 없다고 강변하지만, 서민 경제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한국방송(KBS), YTN은 이미 이명박 정부가 장악했다. 문화방송(MBC) <PD수첩>은 뭇매를 맞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8명의 수배자는 서울 조계사에 도피 중이다. 조·중·동 광고 중단 운동을 했던 이들, 포털사이트에서 활동하던 누리꾼을 향한 검경의 압박은 갈수록 거세다.

100일이 넘게 계속된 촛불 집회는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가? 촛불을 들었던 이들이 이룬 건 무엇이고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프레시안>이 100일 넘게 촛불을 밝힌 그들을 다시 만나 이 질문을 던졌다. <편집자>

인터뷰를 기획하고 섭외하는 과정에서 대상자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촛불을 들었던 이들은 너무 바쁘거나, 지쳐있거나, 조심스러워서 만나기가 어려웠다. 특히 이 단체 관계자와의 만남은 몇 번의 통화 끝에 성사됐다. 그렇게 잡은 약속 장소는 경기도 의왕의 서울구치소.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언소주'라는 약칭으로도 통하는 이들은 촛불 정국에서 만들어진 온라인 커뮤니티 중 가장 널리 알려진 모임이자 조직으로 성장한 모임 가운데 하나다. 특별한 광고를 낸 것도,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인 것도 아니었다.

그들은 단지 온라인 상에 널리 퍼진 '숙제'에 관심을 가지고 모인 이들이다. 이 활동은 온라인 상에 조·중·동의 광고주 리스트를 올리고, 해당 기업에 항의 전화를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조·중·동의 논조에 항의하기 위한 불매운동이었다.

경제적 타격을 받은 이들 신문이 가만 있을 리 없었다. 조·중·동은 이런 '광고주 압박 운동'을 반자본주의적 범법 행위로 몰아갔고, 검찰은 그 논리를 수용해 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수사를 위해 광고주에 고소를 요구하는가 하면, 법에도 없는 처벌 근거를 만들기 위해 엉뚱한 해외 사례까지 동원했다. 방송통신위원회까지 나서 포털사이트를 압박했다. 이들의 호들갑은 5만 여명이 모인 온라인 모임을 한순간에 전국적인 '범죄 조직'으로 만들었다.

지금 이들은 촛불을 들었던 누리꾼 중에서 가장 전면에 나서서 싸우고 있다. 커뮤니티 개설자와 운영자 2명이 구속됐고, 초기 운영진 22명이 전원 기소됐다. 업무 방해 혐의였다. 이에 항의하기 위해 회원들은 서울 명동성당 들머리에 단식 농성을 벌였다. 생계가 끊어진 구속자들을 위한 후원회도 조직됐다.

싸움이 길어질 것이라고 모두들 입을 모았다. 보다 조직적인 싸움을 하기 위해 이들은 지난 달 30일 창립 총회를 갖고 같은 이름의 비영리단체를 공식 출범했다. 발기인과 후원 회원을 합쳐 3100명에 달한다. 여느 시민단체보다 많은 숫자다. 기존 언론·사회단체도 광고주 목록 올리기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연대 활동에 나섰다.

지난 달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개설자인 '쭈니'씨의 면회를 위해 서울구치소를 찾은 한서정 공동대표를 만났다.

"겁주려는 의도가 빤히 보이는데…화가 났다"
▲ 다음 카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 ⓒ프레시안

"(운영진에게) 사전 구속영장이 신청되고 나서부터 잘 먹지를 못했다. 단식에 동참하려고 지난 일요일부터 며칠간 먹지 못하기도 했다."


한 대표의 얼굴이 상해보이는 건 초조한 표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목소리는 누구라도 눈치챌 만큼 지쳐 있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생활과 단체 일을 두고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부르는 활동에 온몸을 맡기고 있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온라인 카페가 개설된 날짜는 지난 5월 31일. 한 대표는 "100일도 안 된 카페를 비영리단체로 출범하는 일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거기에다 조·중·동과 검찰과 싸우고 탄압 받아가면서 하려니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그의 일상이 이렇게 바뀐 것은 한순간이었다. 그의 표현대로 운동이라곤 시민단체에 회비 내는 회원 정도만 하고, 웅변 학원을 운영하며 고3, 중3 자녀를 키우고 있던 그였다. 그러나 한 대표는 학원 운영을 '과거형'이라고 표현했다.

"학원 문을 닫았다. '내가 당장 먹고 살게 없으면 누군가 쌀은 주겠지'라는 심정으로 지난 주에 사업을 접고 폐쇄 신고를 했다. 검찰, 조·중·동과 남은 평생을 두고 싸워야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올인할 만한 가치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는 왜, 언제부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그에게 들은 이야기는 조중동이 즐겨 쓰는 '선동된 누리꾼'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은 그 파급력으로 인해 곧 촛불 정국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프레시안

"원래는 유령 회원이다시피 했다. 안티 MB 카페(이명박 탄핵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회원으로 가입해 있었는데, 조·중·동 퇴장 국민캠페인이 개설됐다는 소식을 듣고 '그래, 조·중·동도 문제 있어' 정도의 문제의식으로 가입했다. 그런데 <조선일보>, <동아일보>에서 하는 짓을 지켜보는데, 먼저 반성하고 무릎꿇어야 하는 상황에서 역으로 시민들을 공격하는게 화가 나더라.

그러다가 카페에서 기자 회견을 도와줄 분을 찾는 공지 글이 올라왔다. 내가 웅변 학원 원장이니까 읽고 말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으니까, 그런 부분을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날 오후 쪽지를 보냈고, 다음날 아침에 기자 회견에 참석했다. 변호사들이 발언하는데, 누리꾼 입장에서 발언도 필요하다 생각해 정리 발언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검찰이 운영진 출국금지를 하더라. 너무 웃기고 그 자체가 코미디였다. 화가 났다. 일반인들은 길거리에서 교통경찰만 봐도 위축되길 마련이다. 검찰이 의도하는 바는 겁을 주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나는 겁을 안 먹었다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생각했다. 누군가는 그런 모습을 보여줘야 다른 이들도 위축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테니까.

그런데 점점 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착하고 건실한 사람들이 뭘 잘못했다고 소환하나. 그래서 회의가 있으면 참석을 하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성명서도 발표하고, 기자 회견문도 작성했다. 그러다가 카페지기를 맡고, 공동대표까지 맡게 됐다. 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맡아야 할 것이고, 어떻게 보면 고마운 일일 수도 있고."


"조·중·동의 아킬레스건을 알게 된 것, 촛불의 성과다"

촛불 집회, 그리고 조·중·동 광고주 압박 운동을 계기로 자신의 일상과 '직업'까지 바뀐 한서정 대표. 그렇다면 그는 100일 넘게 진행된 촛불 집회가 남긴 성과를 어떤 것으로 보고 있을까.

"조·중·동의 아킬레스건은 광고 불매 운동이라는 것을 국민이 알게 된 점, 그것이 가장 큰 성과인 것 같다. 사실 이명박 정부는 시한부 정권 아닌가. 앞으로 얼마나 많은 잘못을 저지를까에 대한 안타까움은 있지만 언젠가 물러날 정권과의 싸움은 사실은 쉽다. 조·중·동 80년 역사와 싸우는 것보다."
▲ "청와대만 지키면 되냐는 말이 <조선일보> 사설에 나온 다음날, 조선일보 사옥 앞에 닭장차(경찰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것 밖에 안 되는 정권이었다." ⓒ프레시안

그러나 그 싸움은 아직까지 어렵다. 공권력과 보수 신문의 긴밀한 공조는 구속, 기소 등으로 카페 회원들의 일상 정도는 가볍게 뒤흔들 만큼 강력하다. 그러나 한 대표는 이 같은 공조가 오히려 단체 활동에 더 큰 당위성을 부여하고 결집력을 높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누누히 하는 얘기가 우리 단체 출범의 일등 공신을 검찰이라는 말"이라며 "비조직적이고, 체계적이지 못하고, 중구난방인 온라인 카페를 체계적, 조직적, 지속적인 오프라인 조직으로 만들어준 일등 공신이 검찰"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만 지키면 되냐는 말이 <조선일보> 사설에 나온 다음날, <조선일보> 사옥 앞에 닭장차(경찰버스)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것 밖에 안 되는 정권이었다.

우리는 그것이 친일 세력 잔재가 아직도 남아 있는 조직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걸 지키려면 얼마나 발악을 해야 할지.

중요한 건 시민들이 거기까지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우리가 친일 청산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또 조·중·동을 잡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 뉴라이트나 한나라당 같은 수구 세력이 날뛰고 있는 것을 볼 수밖에 없게 됐다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가 그것이라는 점까지 알아 버렸다."

"나를 왜곡한 조·중·동을 어떻게 두고 보나"
▲ "이번에 시민들이 왜 이렇게 조·중·동에 대해서 확연히 알았나. 그것은 촛불을 든 자신, 즉 '나'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든 시민을 그들은 폭도로 매도하고 왜곡하지 않았나." ⓒ민주언론시민연합

그렇기 때문에 한 대표는 보수 언론이 이제는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간 안티 조선 운동 등 기존 언론운동이 노력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촛불 집회를 계기로 '공감'이라는 원동력을 얻었다는 것이다. 또 조·중·동이 변한다면 정부도 달라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에 시민들이 왜 이렇게 조·중·동에 대해서 확연히 알았나. 그것은 촛불을 든 자신, 즉 '나'를 왜곡했기 때문이다. 거리에 나가 촛불을 든 시민을 그들은 폭도로 매도하고 왜곡하지 않았나.

그 전에는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왜곡했기 때문에 그 폐해가 얼마나 큰지 실감을 못했는데, 그것을 우리가 이번에 피부로 느낀 거다. 그렇기 때문에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자기네들도 믿는거다. 부수를 믿고, 80년 동안 세뇌 시켰던 보수 세력을 믿는 거다. 그러나 그 보수 세력이 깨지고 있다고 본다. 그래서 서서히 바뀌어 갈 것이다. 너무 많은 시민이 알아버렸기 때문에.

조·중·동의 보도 태도만 달라져도 이명박 정부가 저렇게 함부로 못한다. 조·중·동이 냉철한 시각에서 바르게, 왜곡되지 않은 기사를 있는 그대로만 내보내줘도 이 정권이 이렇게 함부로 국민에게 못한다."

한 대표는 그렇게 '현실을 알아버린 촛불', 수백 만명이 공통적으로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촛불은 꺼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촛불이 정당성 내지는 정체성을 잃었다고 하는데 아니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는 이들이 훨씬 많다. 그들이 표현을 안 할 뿐이지. 가슴 속에 불씨는 다 남아있고 또 계속 확산되고 있다 .촛불도 지역 촛불로 확산되어서 구체적인 행동에 들어가기 시작했고, 지역에서 바른 언론 알리기 운동 등이 확산되고 있다.

나는 늘 말한다. 촛불은 진화 중이라고. 중앙에 모였던 촛불이 나뉘어져서 불씨가 되어서 각 지역으로 가서 타올랐다가 다시 중앙에 모일 때는 화산처럼 폭발할 것이라고. 그때는 양상이 다를 것이라고.

지금 시도되고 있지 않나. 오늘(8월 27일)도 불교가 (범불교도대회를) 하고 있고…. 단번에 성사되진 않겠지만 훈련과 학습을 거치면서 잘못된 부분은 보완해가면서 자꾸 자라날 것이다. 구체적인 시기는 잘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2010년 지방 선거에서 변화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국민이 펜보다 강하다"
▲ 한서정 언론소비자주권 국민캠페인 공동대표. ⓒ뉴시스

한 대표는 마지막으로 '나뉘어진 불씨' 중 하나인 언소주의 활동의 응원해 달라고 말했다. 시민단체 활동가와 정치인, 전문가 한 명 없이, '숙제'에 공감하는 누리꾼으로만 구성된 단체이지만 적극적으로 활동에 참여하는 이들은 수십 명에 달한다. 그는 "우리는 일단 열심히 광고주 압박 운동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조·중·동에 광고를 내면 아주 귀찮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모니터링과 운동을 해나갈 것이다.

다른 언론 장악 문제도 심각하다는 걸 안다. 그러나 그쪽은 앞서 일하는 분들이 많이 있어서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의 색깔을 가지고 우선은 조·중·동에 집중해야겠다고 의논이 모아지고 있다.

그들도 언젠가는 바꾸지 않으면 힘들다는 걸 알지 않을까. 논조를 바꾸든지 문을 닫든지 둘 중 하나로 결정할 것이다. 그 결정은 조·중·동의 몫이다.

일을 하다보면 노무현 대통령도 못 이긴 그들을 우리가 이기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어느 날 그런 말이 떠오르더라. 국민이 펜보다 강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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