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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 자체가 액션이자 스턴트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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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 자체가 액션이자 스턴트인 시대!

[뷰포인트] <우린 액션배우다> 리뷰

류승완 감독이 2000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를 내놨을 때 영화계는 환호했다. 그리고 아연 긴장했다. 이 발칙한 액션 키드의 출현은 한국 영화계가 새로운 길에 들어서고 있음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류승완은 기성의 감독들에게 영화란 순혈의 이즘(ism)과 열정이 만들어 내는 산물임을 여실히 증명해 냈다. 류승완 감독이 최근 6번째 35mm 장편 <다찌마와 리>를 내놓으며 착실하게 기성감독이 돼가고 있을 때 그의 후신 격의 새로운 액션 키드 정병길 감독이 독특한 다큐멘터리 <우린 액션배우다>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것은 하나의 상징이자 아이러니처럼 느껴진다. 한 세대의 막내 격 감독과 새로운 세대의 첫 주자 격 감독이 시장에서 조우한 셈이 됐기 때문이다. 새내기 감독은 아직 작은 존재에 불과하지만 영화계 내에 만들어 낸 진동과 파장은 무시하지 못할 정도다. 분명히 한 세대가 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린 액션배우다
<우린 액션배우다>는 정두홍 액션스쿨에 들어간 8기생 동기들의 얘기를 담는다. 모두들 스턴트맨, 곧 액션배우가 되기를 꿈꾸는 친구들이다. 처음에 십여명이었던 동기생들 가운데 끝까지 스턴트맨이 된 사람은 단 세명. 진석과 귀덕, 성일이다. 감독인 정병길도 액션스쿨에 함께 들어간 동기생이지만 일찌감치 연출 쪽으로 눈을 돌렸다. 스턴트맨이 되기를 포기했지만 늘 이들 주변을 맴도는 세진이란 인물도 이 다큐의 주요 출연자다. 스턴트맨이 꿈이었던 사람들의 얘기를 담는 다큐멘터리지만, 형식 면에서나 내용 면에서나 <우린 액션배우다>는 고정관념을 뒤집는다. 일단 이 작품은 완벽한 다큐가 아니다. 다큐가 가져야 할 사실성,객관성,거리 두기따위는 애초에 염두에 두지 않는다. 카메라를 쥔 감독은 자유자재로 대상이 되는 인물들 마음 속을 드나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냉정하게 시선을 깔고 가만히 앉아 있는 형국을 선보인다. 감독 자신도 어차피 자신이 찍으려는 사람들의 일원이었다. 자연스럽게 동질감을 표출시키되 의도적으로 이질감을 연출시킨다. 관찰자로서의 감독의 입장과 피관찰자로서의 인물들 사이를 분방하게 오가는 듯한 태도는 오히려 기묘하게도 이들에 대한 감정이입의 순도를 극대화 시킨다. 영화 중간중간, 분명 연출한 듯한 장면들이 속속 등장하는 것도 흥미로운 부분이다. 어쩌면 다큐의 기본기도 안돼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장면은 그 '의도'를 '의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다큐 전체의 분위기를 경쾌하고 발랄하게 만든다. 다큐가 다큐로서만이 아니라 페이크 다큐, 심지어 극영화적인 요소까지 포괄함으로써 작품 전체를 하이브리드한 신종의 작품으로 둔갑시키는데 성공시킨다. 이 영화가 새롭게 느껴지는 건 그때문이다.
우린 액션배우다
내용면에서도 기성의 작품들과 다른 지점에 서있음을 보여준다. 스턴트맨들의 삶에서 예상되는 애환,고충,눈물,감동 등등의 정서를 죄다 뒷전으로 밀어버린 듯한 인상을 준다. 이 영화엔 눈물이 별로 없다. 가슴을 바짝 죄게 하는 감동스런 대목도 의도적으로 축약하거나 건너뛰려 한다. 그보다는 웃음을 전면에 배치시키려 한다. 목숨을 건 스턴트를 하는 사람들의 얘기지만 이 영화엔 차라리 웃음을 주고받는 순간들에 더 큰 주안점을 둔다. <우린 액션배우다>가 여타의 흔한 인간승리 스토리로 전락하지 않은 건, 웃음을 곳곳에 배치하려는 세심한 연출력 때문이다. 28살의 어린 감독이 뛰어난 디테일을 보인 것은 순전히 다큐의 대상이 되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 때문이다. 스턴트맨들은 앞에 있는 사람이라기 보다는 뒤에 있는 사람들이다. 스타라기 보다는 스타를 돕는 사람들이며, 1인자나 2인자라기 보다는 3인자나 4인자 정도밖에 되지 않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곰곰히 복기해 보면 이 사람들이 결코 뒤에만 머물거나 혹은 주변에만 머무는 사람들이 아님을 알 수가 있다. 다큐 <우린 액션배우다>는 바로 그점을 찬찬히 상기시켜 준다. 지난 4월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인기상을 받을 만큼 큰 화제를 모았던 <우린 액션배우다>는 아마츄어가 만든 가장 프로페셔널한 작품이다. 프로페셔널들이 만드는 아마츄어리즘적인 작품에 비해 이런 영화가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영화에 대한 마음가짐을 다르게 하게 만든. 스턴트맨들의 세계를 알고 싶으신지. 그 안에 나름대로 얼마나 많은 웃음과 해학이 담겨져 있는지 확인하고 싶으신지. 인생이란 걸 울고 화내면서 살기 보다는 웃고 참으면서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고 싶으신지. 그렇다면 20대 젊은 피들이 만든 <우린 액션배우다>를 보시기들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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