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 등 7명이 긴급 체포된 것과 관련해 문제가 된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 회원인 정원섭 씨는 체포된 사노련 운영위원이 조사를 받고 있는 서울 종로구 옥인동 대공분실 앞에서 27일 이렇게 말했다. (☞관련 기사 : 웬 '이적단체'…연세대 오세철 교수 등 긴급 체포)
그는 말을 이었다.
"2월 23일 공식 출범 이전부터 공개 활동을 해 왔다. 이런 얘기들은 더욱이 출범 이전부터 3년 이상 계속 해 왔던 얘기다. 그런데 이제 와 구속이라니. 이명박 정권이 (사노련 사건을 통해 자신이) 몰리고 있는 상황을 전환하려 한다."
정 씨의 간단한 이 말은 소위 '이적단체 사노련 사건'의 본질과 이명박 정부의 목적을 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내 눈을 의심했다…저들에게는 사냥감이 필요했던 것"
북한 정권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갖고 있는 사노련 운영위원 체포 소식은 모든 이들에게 '충격적'인 일이었다. "예상은 했던 일이지만 어제 뉴스를 보고 눈을 의심했다"는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의 말은 모두의 심정을 대변하고 있었다.
"높은 정치 의식이 없더라도 최소한의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기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번 사건의 의도는 너무나 명백하다"고 단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누가 봐도 "어처구니없는" 일을 벌이는 이명박 정부의 목표는 "촛불의 기운이 다소 주춤해진 틈을 타, 공안 정국을 조성함으로써 정부에 맞선 투쟁에 대한 감시와 통제 탄압 체제를 한층 더 강화"는 것이라는 얘기였다.
이들은 "저들에게는 사냥감이 필요"했고, 사노련이 그 타깃이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들 단체는 "사노련에 대한 탄압은 우리 모두에 대한 탄압임을 한 순간도 의심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이 정권은 공기업 선진화를 얘기하지만, 가장 후진적인 것이 이명박 자신"이라고 맹비난했다. "다 죽어가는 국가보안법을 살려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것이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며, "법을 지키라고 국민들에게 얘기하지만, 민주주의 글로벌 스탠더드조차 못 지키는" 것이 이 정권이기 때문이다.
정치권도 "대체 어떻게 국가보안법이 적용되는지 묻고 싶다"
정치권도 사노련 사건을 '공안 정국의 신호탄'으로 규정하고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노동당 박승흡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군사독재 시절 지긋지긋하게 봤던 공안 사건들이 재연되고 있다"며 "촛불 집회 참가자를 무차별 연행하고 민주노총 지도부를 체포하고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네티즌을 구속하고 공영방송을 탈취했던 일련의 공안탄압 정국의 연장선에 있는 이 사건을 만들어내면서 경찰은 밑도 끝도 없이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부르짖고 있다"고 조롱했다.
박 대변인은 또 "경찰은 '사노련이 결성된 시점부터 지속적으로 추적 수사를 벌여왔다'고 자랑스럽게 밝혔다"며 "하지만 이는 명백한 불법 감시이자 정치 사찰이다. 지금 얼마나 많은 국민과 사회단체가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는지, 또 언제 경찰에 끌려갈지 모를 일"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도 "깜짝 놀랐다"고 했다. 민주당 최재성 대변인은 체포된 오세철 교수에 대해 "군사정권 시절부터 사회주의자로 분류돼 있었지만 북한에 대해 분명한 반대를 해 오고 사회주의권을 오히려 노동자 계급이 타도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지었던 사람"이라며 "어떤 혐의로 국가보안법을 적용할 수 있는지 되물어 보고 싶다"고 말했다.
"국보법, 그 때 폐지시켰더라면…"
비록 민주당도 이 사건에 대해 "공안 통치의 끝은 강렬한 국민적 저항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한나라당과 정부를 겨냥했지만, 이날 옥인동 앞 기자 회견에서는 "그 때 국가보안법을 폐지시켰어야 한다"는 뒤늦은 후회도 나왔다.
김광수 노동해방연대 사무처장은 "국보법 투쟁은 이제 지겹다"고 했고,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소속 조성민 씨는 "몇 년 전에 폐지시켰다면 이런 고통은 없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조 씨는 "국보법 투쟁은 이제 이 땅에서 사라져야 하는 운동이 돼야 한다"며 이번 기회로 국가보안법을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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