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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이적 단체'?…연세대 오세철 교수 등 긴급 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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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이적 단체'?…연세대 오세철 교수 등 긴급 체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경찰 "이적 표현물 배포했다"

'이적 단체'와 '국가보안법'의 망령이 다시 살아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죽어가던 것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한두 가지는 아니지만,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조차 "사문화돼서 굳이 고칠 필요조차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내던 국가보안법이 버젓이 살아 "아무 것도 한 일 없는" 단체를 이적 단체로 만들어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다시 살아난 '이적단체'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바로 가기)이다. 경찰은 이 단체의 운영위원인 오세철 연세대 명예 교수 등 7명을 26일 오전 긴급 체포했다.

'이적 단체' 사노련이 한 일은? "신문 몇 장 낸 것"
▲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사문화된 국가보안법 망령이 돌아오고 있다.ⓒ프레시안

경찰은 이날 오세철 교수가 운영위원장으로 있는 '사회주의노동자연합(사노련)'에 대해 "국가 변란은 선전·선동하고 안보에 위해를 끼치는 문건을 제작·배포한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보안법상 이적 단체 구성 혐의 및 이적 표현물 배포 등의 혐의가 있다는 것.

경찰은 오 교수 외에도 정원현, 오민규, 남궁원 등 노동운동가를 연행하는 한편 자택 압수 수색을 통해 서적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증거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남대문경찰서에서 이들의 혐의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이며, 수사 대상은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사노련은 지난 2월 23일 공식 출범한 단체로 친북 성향의 자주(NL)계열이 아닌 평등(PD) 계열의 조직이다. 이 단체는 사회주의 노동자당 건설을 목표로 비정규직 철폐 투쟁 등에 적극적으로 결합해 왔다.

하지만 고작 출범 6개월이 지났을 뿐인 이 단체가 '이적 행위'를 했다는 경찰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 여러 활동가의 공통된 증언이다.

한 노동계 활동가는 사노련을 놓고 "전체 좌파가 모인 조직도 아니고 소수 좌파들이 모여 만든 조직으로 격주로 신문을 낸 것 외에는 솔직히 한 일이 없다"고 설명했다. 사노련이 발행한 신문에 실린 내용도 '적을 이롭게 하는 표현물'이 담겨 있다기보다는 현대자동차에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는 주간 연속 2교대제 등에 대한 사노련의 입장 정도가 담겨 있을 뿐이다. 이 관계자는 "사노련은 심지어 촛불 정국에서조차 굉장히 뒤늦게 촛불 집회에 참여했던 조직"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의 한 주변 인사는 "영장은 7월 30일 자로 나왔는데 보안수사대에서 지금까지 들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적 표현물 제작에 무게가 실렸는지 이적 단체 구성에 무게가 실렸는지 잘 모르겠지만 촛불 정국에서 사노련 명의로 '다소 센' 유인물들이 배포됐는데 그때부터 공안 당국 시야에 들어간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책에 마르크스만 들어가면 잡아가는 세상으로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일을 둘러싸고 노동계 뿐만 아니라 대중단체 활동가들까지도 잔뜩 긴장하는 표정이다.

공안기관에서 각종 '조직 사건'을 준비 중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돈 지는 이미 오래된 일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공개적인 대중단체인 민주노총 지도부도 현재 '촛불 총파업'으로 지도부 체포 영장이 발부된 바 있고, 그 가운데 진영옥 수석부위원장과 정갑득 금속노조 위원장 등은 이미 검거돼 구속됐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좌파 활동가는 "책에 마르크스만 들어가면 잡아가는 세상으로 회귀하는 것 같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이 활동가는 "오세철 교수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건 연세대 총장을 포함해 연세대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라며 "경찰이 성과를 내려면 왕년에 오 교수만큼 마르크스주의에 경도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의 집도 한 번 압수 수색해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국가정보원 등 공안 계열 전문가들이 지난 10년 동안 먹고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노련 같은 조직까지 걸고 넘어지겠느냐"며 "세상이 거꾸로 가는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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