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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氏, 녹색 타령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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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氏, 녹색 타령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해!"

[화제의 책] 한 CEO의 '녹색' 실천 보고서

지난 8월 15일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 성장"을 얘기했다. 항상 '삽질'이 연상되는 그가 뜬금없이 '녹색' 타령을 하자 많은 이들이 그 속내를 궁금해 했다. 더구나 이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하기 불과 이틀 전에 정부는 "2030년까지 전국에 원자력 발전소를 11기 짓겠다"고 공언을 한 터였다.

채 이틀도 안 돼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했던 녹색의 실체가 무엇인지 밝혀졌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7일 "원자력 발전소는 현재로서는 아주 유효한 대안"이라며 "우리처럼 자원 빈국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통해 에너지를 충당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녹색 성장과 원자력 발전소 확대는) 서로 배치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쓴웃음만 나왔다.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삽질 이미지를 녹색으로 바꿔보려고 시도했지만, 공부도 고민도 해본 적이 없으니 다시 1960년대의 원자력 타령으로 회귀한 꼴이기 때문이다. 답답한 참에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CEO 출신이 녹색을 강조하는 책을 펴내서 읽어보았다.

바로 <리빙그린>(조원범·조향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이다. 이 책을 읽은 소감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다. "MB氏, 녹색 타령 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해!"

'녹색'은 지역 먹을거리부터 시작
▲ '삽질'이 연상되는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 성장"을 언급했다. 그러나 그 실체는 원자력 발전소 확대였다. ⓒ뉴시스

그레그 혼은 30대 중반에 이미 세계 최대의 건강 보조 식품 회사의 CEO로 승승장구 중이었다. 그러나 이 성공한 기업가도 환경오염의 마수를 피하지는 못했다. 그는 요즘 유행하는 '새집 증후군'을 심각하게 앓으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할 지경에 처했다. 결단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삶의 모든 것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이 책은 그 실험의 결과다.

혼은 우선 먹을거리를 바꾸기 시작했다. 혼이 염두에 둔 가장 좋은 먹을거리는 바로 유기 농업으로 재배한 지역 먹을거리(local food)이다. 이런 먹을거리는 제초제를 비롯한 화학 물질이 덜 포함돼 있을 뿐만 아니라 영양분도 훨씬 더 풍부하다. 이런 먹을거리는 비싸다고? 혼의 얘기를 들어보자.

"지역 장터를 이용하면 훨씬 더 싼 값으로 질 좋고 몸에도 좋은 식품을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농산물에는 '유기농'이라는 공식적인 라벨이 붙어 있지는 않지만, 판매자를 통해 농약이나 제초제 그리고 합성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지역 농산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혼은 먹이 사슬의 아랫부분에 위치한 먹을거리를 권한다. 육류, 어류 대신 채식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보라는 것. 이 실천은 우리 몸에 축적된 화학 물질의 양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지구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된다. 쇠고기 1㎏을 생산하려면 곡물 약 10㎏과 물 약 2만5000ℓ가 들지만 밀 1㎏을 생산하는 데는 물 약 100ℓ면 충분하다.

그럼, 이명박 정부는 어떨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앞장선 데서 잘 알 수 있듯이 이명박 정부는 유기 농업으로 생산한 지역 먹을거리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이 정부는 국내의 논에는 공장·주택을 짓고, 외국에 논을 사서 먹을거리를 재배한다고 한다. 논에다 공장을 짓고, 지붕을 녹색으로 칠하고 녹색 경영을 하고 있다고 우기는 꼴이다.

진짜 녹색 에너지는 외면하고 원자력 타령만?

혼과 이명박 대통령이 생각하는 녹색이 얼마나 다른지 보여주는 극명한 예는 원자력 에너지를 놓고 보이는 태도다. 이동관 대변인의 말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대통령은 원자력 에너지를 '녹색 에너지'로 생각하는 게 분명하다. 그럼, 과연 미국의 성공한 CEO 혼은 원자력 에너지를 어떻게 생각할까?

"(원자력 에너지는) 화석 연료는 아니지만 매장량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재생 불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분류된다. 원자력 발전소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1만 년' 이상 방사성을 띠기 때문에 처리하는 일이 극히 어렵고 위험할 뿐더러 처리 과정에서도 부수적인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

이 지적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덧붙이자면, 원자력 에너지로 상업 발전을 시작한 지 무려 50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폐기물을 처리할 방법을 찾지 못했다. '원자력 르네상스'라는 일부 언론의 호들갑에도 불구하고, 한국·중국·인도를 제외하고는 원자력 발전소 확대를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일찍부터 준비해온 스웨덴의 상황을 보면, 이것이 얼마나 골칫거리인지 잘 알 수 있다. 스웨덴의 과학자들이 고준위 폐기물 처리장을 설치하면서 고심하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위험 경고'를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이다. 오랜 시간을 외부와 격리해야 하는 이 처리장에 현재 언어로 "위험하다"고 써놓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이명박 정부는 아무런 대책 없이 현재의 20기에 추가로 11기를 덧붙여 31기의 원자력 발전소 대국을 계획 중이다. 중국도 2030년까지 전체 에너지의 20%를 풍력, 태양 에너지와 같은 재생 가능 에너지를 확보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는데, 이명박 정부의 재생 가능 에너지 목표는 고작 11%에 불과하다.

그간 재생 가능 에너지 산업계는 "한국은 일조량이 재생 가능 에너지 보급률이 가장 높은 독일보다 20% 많고(태양 에너지), 3면이 바다라서 풍부한 해상 풍력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풍력 에너지), 바이오매스 에너지의 활용 가능성도 크다"고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이런 '진짜' 녹색 에너지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이명박 대통령,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 <리빙그린>(그레그 혼 지음, 조원범·조향 옮김, 사이언스북스 펴냄). "먹을거리와 에너지 위기 시대에 살아남는 친환경 생활 지침"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책 곳곳에 당장 할 수 있는 '녹색 실천' 방법을 써놓아 아주 유용하다. ⓒ프레시안

혼이 <리빙그린>에서 가장 강조하는 '녹색' 실천은 바로 '아껴 쓰기'이다. 대단한 실천이 아니다. 창·문의 틈을 메우고(냉·난방 비용 15% 절약), 실내 온도를 2도 조절하고(냉·난방 비용 8% 절약),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전구로 바꾸는 것(미국의 모든 가정이 실천에 옮기면 자동차 300만 대를 도로에서 줄이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과 같은 것이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런 실천은 제대로만 한다면 엄청난 효과를 낳는다. 실제로 집을 나오면서 전기 제품의 코드를 뽑아두는 것만으로도 큰 이득을 볼 수 있다. 미국 에너지국의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 이렇게 코드를 뽑지 않아 낭비되는 에너지는 웬만한 규모의 발전소 스물여섯 곳에서 생산하는 전기와 맞먹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런 '아껴 쓰기'를 강조하지 않는다. 에너지 수요는 계속 늘어날 테니, 원자력 발전소를 지어서 전기를 공급하고, 석유·가스는 '해외 자주 개발'을 통해 확보하겠다는 구태의연한 대응이 전부이다. 그리고 이 대통령은 이런 계획을 '녹색'이라고 포장해 국민에게 발표했다.

혼은 마지막으로 녹색 실천이 소비자의 주머니를 열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나라 살림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혼은 환경운동가나 생태주의자가 아니다. 그는 돈 버는 데 남다른 능력을 보였던 기업인으로서 왜 '녹색'이 중요한지 역설하고 있을 뿐이다.

"'일자리 대 환경'이라는 진부하고 잘못된 거래를 거부하는 대신에, 이 두 가지를 모두 고려한 해결책을 정치가들에게 요구하는 유권자들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유권자들은 경제를 지탱하는 연료를 수입에 의존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곤경에 빠뜨릴 것이란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유권자는 (에너지 독립을 강조함으로써) 자신의 애국심을 표현하고 있다."

'녹색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혼의 이런 언급을 읽으면서 미국의 일개 기업인의 비전에도 못 미치는 이명박 대통령의 녹색 타령이 답답한 건 혼자만이 아닐 것이다. 이제 27일이면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주재하는 국가에너지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원자력 발전소 11기를 짓는 안을 확정한다. 이런 MB氏를 역사는 어떻게 기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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