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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왜 '공기업 선진화'에 침묵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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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은 왜 '공기업 선진화'에 침묵했나?

[토론회] "노조, 요구 투쟁 넘어선 참여 운동 벌여야"

이명박 정부가 최근 1차 공기업 민영화(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촛불 집회의 성과로 이명박 정부가 애초에 구상했던 민영화 계획에 비해 그 범위와 속도가 일정정도 후퇴한 것은 사실이지만, 노조에서 예견했던 것처럼 대대적인 촛불 집회가 일어나지는 않았다. 왜일까?

오건호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실장은 20일 '자본의 신자유주의, 노동의 사회공공성' 토론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선진화 방안만이 아니라 공공부문도 사회적 신뢰를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노조가 공공부문 혁신을 먼저 외쳐야

오 실장은 "공기업 민영화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갑자기 제기된 것인 아니라 지난 10년 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문제가 될 쟁점"이라며 "노동운동에서 보다 더 본질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공부문 혁신의 주도권을 누가 쥘 것이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명박에 투항하는 꼴이 되지 않고 노동운동이 주도권을 갖기 위해선 스스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노동운동이 공공부문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혁신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노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는 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

그는 "노조는 자신의 생산물이 지니는 사회공공적 고리를 발견하고 공론화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며 "자신들이 생산한 도시가스, 전기, 물, 항공서비스, 토지개발 등이 어떻게 하면 보다 서민친화적일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민영화를 추진한다고 밝힌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 남아 있어야 된다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기업은행의 공공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노조가 과연 이런 고민을 제대로 했냐는 지적이다.

"사실상 공공성 의제를 처음 제기한 전교조가 어느새 여론 비판의 도마에 오른 상황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공무원노조가 연금지키기 투쟁에 나설 때 일반 시민들은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해외투기자본, 국내 거대은행, 살인적 고금리 서민금융기관들에 분노하는 시민들이 과연 금융노동자를 금융공공성의 대변자로 받아들일까?"

그러다보니 이명박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강력한 대응을 못하게 됐고, 공기업 노조의 사유화 반대 투쟁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한 투쟁의 '외피'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게 됐다.

과연 학부모들이 가장 원하는 게 '무상' 교육인가

오 실장은 "올림픽을 계기로 이명박 정부의 시장만능주의가 본색을 드러내고 있고 이후 정세에 따라 언제든지 더 강한 공세가 몰아닥칠 것"이라며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노동운동의 역할이 막중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지만 노동운동은 정체성 자체를 질문 당하는 처지에 몰려 있다"며 "이런 의미에서 노조의 사회공공성 운동은 자신의 사회적 존재 의의를 확고히 하는 '사회적 인정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노조가 조합원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것을 넘어 사회 연대적 운동체로 거듭 나야 한다는 것.

민주노총은 지난 2003년 이후 사회공공성 운동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이제까지 큰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오 실장은 "사회공공성 운동은 대안운동이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노조의 사회공공성 운동은 정부 정책을 반대하는 구호로만 머물거나 선언적 대안으로 안주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고 한계를 지적했다.

"지금까지 교육관련 핵심 의제는 무상교육이다. 과연 지금 학부모들이 교육 문제에서 가장 관심을 두는 것이 '무상'인가. 의료공공성 운동에 있어서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얘기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대안이 없다. 사보험은 시민들에게 눈에 보이는 상품을 전시하는데 진보진영은 '주장'만 반복하고 있다. 건강보험료율을 인상하자는 대담하고 공세적인 요구가 필요하다. 이걸 빼고 무상의료를 외치니까 더 이상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이다."

'돈'에 대한 얘기를 회피해서는 안 된다

그는 현실적 대안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재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 교육, 연금, 주거, 에너지, 대중교통 등 사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에 대한 계획이 없으면 사회공공성은 그야말로 '뜬 구름 잡는' 얘기에 그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오 실장은 "자본에게 더 내라는 요구만으로는 사회적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다"며 "노동운동 스스로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자신의 즉자적 이해를 부차화하는 선도적 실천이 필요하다. 세금이든, 보험료든 국가 재정을 확대하는 방안을 노동운동이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노동운동은 국가와 자본을 향한 요구 투쟁에 집중해 왔다면 이제는 요구적 운동과 동시에 참여적 사회공공성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현정희 공공서비스노조 부위원장은 '참여적 운동'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 부위원장은 "노동자들의 참여를 통해 정부와 자본에 더 많은 책임을 요구할 수도 있지만 신자유주의 정권에 있어 참여가 곧 사회연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수 있고 자본의 논리를 정당화시켜 주기도 한다"며 "오히려 참여보다 더 많은 이들의 적극적인 요구 투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성희 비정규직노동센터 소장은 노조를 중심으로 '공공성 담보를 위한 사회적 연대' 구성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공공부문의 민영화의 궁극적 실제 피해자는 사회적 약자를 비롯한 중하층 대다수 사회 구성원이지만 공공성 파괴의 심각한 악영향과 파장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척박한 상태"라며 "이런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사회단체의 능동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공공부문 노동조합은 사회공공성 실현이라는 구호가 공공부문 종사자의 직접적 이해만을 보장하는 수준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입증해나갈 사업을 중심에 두고 실천해나가야 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회는 사회공공연구소 설립 기념 토론회였다. 사회공공연구소는 신자유주의의 시장화에 대항하는 사회공공성 의제를 공론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 연구소다.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이 재정을 출연했고, 경제·복지·노동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연구진으로 참여했다.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가 초대 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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