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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정부가 관리도 하고 감독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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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 정부가 관리도 하고 감독도 한다?

시민단체 "실효성 없는 개인정보보호법 철회해야"

행정안전부가 지난 12일 입법예고한 개인 정보 보호 법안을 놓고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비판의 핵심은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설립하지 않았다는 것.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이 꾸준히 요구해온 것이다. 이들은 국가 권력이나 사업자에 의해 개인 정보가 잘 보호되고 있는지, 오·남용 사례는 없는지 제대로 감독할 수 있는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즉 국가인권위원회 수준의 위상과 권한을 가진 개인정보보호기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 행안부가 입법예고한 법안은 '개인정보보호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두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정책 수립, 실태 조사, 지침 수립, 의견 및 권고, 자료 제출 요구 및 검사, 시정 조치 등은 행안부 장관의 권한으로 설정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역할은 정책 개선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거나, 공공기관의 개인 정보 이용·제공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는 것뿐이다. 이에 따르면 주민등록번호를 부여하고 관리하는 등 개인 정보를 생성하고 관리하는 행안부는 감독을 받아야 할 부처인데도 스스로를 감독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대해 진보네트워크센터, 문화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는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알맹이가 빠진 법안"이라며 "감독의 대상인 행정안전부장관이 감독권을 독식하겠다는 황당한 개인정보보호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감독받아야 할 행안부가 감독?…'고양이 앞에 생선 맡긴 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문화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함께하는시민행동은 19일 서울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부처이기주의로 가득한 행정안전부 개인정보보호법안을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프레시안

시민단체들은 "행정안전부는 주민등록정보와 CCTV 등 수많은 개인 정보를 직접 관리하고 있는 부처로서 그 자체가 주요한 감독 대상"이라며 "그런 행안부가 자기 자신을 감독하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주민등록전산망에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과연 행안부가 스스로를 상대로 엄정하게 고발하고 징계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김승욱 인권단체연석회의 활동가는 "한국은 개인 정보 보호에 대해 접근 권한과 사용 권한, 암호화 등 제도적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며 "심지어 통일부, 농림부 등의 직원들은 USB에 암호를 걸어놓지도 않고 한 번에 2000만 건에 달하는 개인 정보를 수시로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행안부의 법안을 놓고 "행안부의 권한만 강화하려는 부처이기주의의 산물"이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17대 국회에서 행정부는 통합 개인정보보호법의 제정을 위한 공청회나 토론회에 참여해 반대 의견을 말해 왔다"며 "이렇게 반대하던 행안부가 이번에는 국회가 개원하기 전에 신속하게 이 법안을 마련한 것은 행안부 장관의 권한이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명박 정부의 정보 인권은 후진국 수준

실제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같은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두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 국제연합(UN)은 1990년 '개인정보 전산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면서 특별히 각국에 독립적인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둘 것을 권고했다. 또, 유럽에서는 이런 독립적인 감시 기구를 두는 것이 유럽연합(EU)의 가입조건이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1995년에 유럽의회는 독립적인 감독 기구의 설치를 유럽연합 각국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의무로 규정하는 지침을 제정했다"며 "그 결과 유럽연합의 각국은 영국의 정보보호감독청, 프랑스의 정보보호감독위원회 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밖에 독일, 스웨덴,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벨기에, 체코 등등 유럽 각국 및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도 독립감독기구를 설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원재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선진화, 글로벌 스탠다드를 요구하는 이명박 정부는 정작 이런 독립적 감시 기구 설치하는 것에 대해서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키지 않는다"며 "행안부는 자기 부처 권한을 강화하려고 부처이기주의를 발동해 이를 막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들 시민단체는 "앞으로 계속해서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독립적인 권한 강화를 요구하고, 17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관련 법안을 정비해 다시 상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은 법 적용 대상을 공공·민간의 모든 개인 정보 처리자로 확대해 개인 정보 보호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그동안 개인 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은 공공영역과 민간영역의 일부에 국한돼 있어 개인 정보가 보호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많았기 때문이다.

행안부는 지난 12일 "공공기관과 정보통신사업자 등 일부만을 규율하는 현행법 체계 하에서는 국가사회 전반의 개인 정보 보호 수준을 대폭 강화하는 근본적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개인정보보호법'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공공·민간의 모든 영역에 적용되는 개인정보의 수집에서 파기까지 단계별 처리원칙 제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 식별 번호의 수집·이용 제한 △CCTV 개인영상정보보호 △개인정보 유출사실의 통지제도 등이 반영된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앞서 지난 17대 국회에서 민주노동당 노회찬, 열린우리당 이은영,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 등이 발의한 바 있으나, 각 당 사이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다가 17대 국회가 끝나면서 폐기됐다.

이날 기자 회견에 참석한 시민단체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에서 각각 발의한 개인정보보호법안에도 독립적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설립은 공통적이고도 핵심적인 내용이었다"며 "독립적 감독 기구를 설립해 개인정보 보호에 관한 최고의 기관의 위상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이날 시민단체들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해 감시를 받아야 할 행정안전부는 스스로에게 감독 권한을 강화해 주는 법안을 마련했다"며 "독립적인 감독 기구인 '개인정보보호위원'의 권한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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