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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S 정책이 부활한다고요?

[김종배의 it] 국민이 '물'로 보이나?

1.

3S정책이 부활하는 걸까요?

많은 이들이 그렇게 우려합니다. 올림픽 때문에 중요한 이슈가 묻히고 있고,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특별한 계기 없이 상승하고 있다며 그렇게 간주합니다.

청와대가 올림픽 메달리스트의 거리행진에 이명박 대통령이 동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리는 터이니 우려는 더욱 짙어집니다. 다른 건 몰라도 정부가 올림픽 덕을 보려는 의도가 없다고 단정할 근거는 찾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너무 일방적입니다. 이런 우려는 국민을 우민으로 전제한 것입니다. 3S가 국민을 우민으로 만든다는 논리에는 국민이 3S에 놀아날 만큼 충분히 어리석다는 전제가 깔려있습니다.
▲ ⓒ연합

2.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3S정책을 펴는 것과 그 정책이 먹혀드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단순히 정치학 원론에 기대어 부동의를 표하는 게 아닙니다. 경험이 있습니다. 3S정책의 전성기였던 5공 시절의 경험이 있습니다.

몰두했던 게 사실입니다. 프로야구에 열광했고 흑백에서 칼라로 변한 '바보상자'를 탐닉했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세뇌 당하지는 않았습니다. 정치사회적 현안을 외면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6월 항쟁을 전개했습니다. 그로 인해 서울올림픽에 깔린 음험한 정치적 의도를 걷어냈습니다. 서울올림픽을 순수한 스포츠 제전으로 치르도록 만들었습니다. 국민이 그랬습니다.

이 한 예로 부족하다면 이런 사례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85년 2.12총선이 있었습니다. 5공의 철권통치와 함께 3S정책이 만개하던 때에 치러진 총선이었습니다. 이 총선에서 국민은 이른바 '정통 야당세력'을 복원시켰습니다. 더불어 86년 개헌투쟁과 87년 6월 항쟁의 기반을 닦았습니다.

3S정책과는 다른 경우이지만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2002년, 온 국민이 월드컵에 붉게 물들었을 때 미선이와 효순이가 죽었습니다. 두 어린 생명의 죽음은 철저하게 묻혔습니다. 제 기억이 맞다면 어느 한 신문의 제2사회면 구석에 1단 기사로 짧게 처리된 게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살아났습니다. 월드컵의 감동이 가시고 일상이 전개됨과 동시에 미선이와 효순이는 전 국민의 애도 대상이 됐고 대선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습니다.

3.

'일탈'이라고 해석합니다. 베이징 올림픽에 몰두하는 현상의 기저에는 일상탈출 심리가 깔려있다고 읽습니다.

무엇 하나 바뀌는 게 없는 갑갑한 일상,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답답한 현실로부터 탈출해 삶에 환풍 효과를 주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일종의 심리적 여행이라고 받아들입니다.

뭐라 할 수가 없습니다. 지치면 쉬어야 합니다. 잠시 짜증나는 일상을 잊고 대리만족의 쾌감을 맛볼 기회를 갖고자 하는 건 너무나 소박한 바람입니다.

여행은 이주가 아닙니다. 복귀를 약속한 떠남이지요.

4.

거꾸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이배영 선수에게 애정과 격려를 보내는 국민을 보면서 성숙된 민도를 발견합니다. 장미란 선수의 금메달과 세계신기록 못잖게 그녀가 겪은 인간적 고뇌에 천착하는 국민을 보면서 진지한 민도를 확인합니다. 그것은 결과보다는 과정을, 성과보다는 자세를 중시하는 민도입니다.

민도는 조금씩 축적되고 언젠가는 발산됩니다. 이배영 선수를 향한 시선, 장미란 선수를 향한 눈길은 이식된 게 아닙니다. 그것은 삶의 과정에서 조금씩 진화하고 발전하고 성숙된 것입니다. 그래서 별개일 수가 없습니다. 이 민도가 유독 스포츠에서만 발산되고 다른 정치사회적 현안에 대해선 사그러진다고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올림픽에서 나타난 열광의 기운이, 따스하면서도 이성적인 시선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습니다. 에너지는 보존되는 게 자연의 법칙이니까요.

* 이 글은 뉴스블로그 '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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