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있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이 제일 걱정을 많이 하는데 베이징에서 지내고 있는 나는 오히려 특별한 생각이 없는 게 사실이다. 아마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경기장에서 하루를 보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가끔씩 테러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을 때가 있는데 그건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이다.
16일 아침 늑장을 부리다가 결국은 셔틀버스를 놓치고 말았다. 학교에서 경기장까지 차로 십여 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별 걱정 없이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올림픽 자원봉사에게 주어지는 혜택인 대중교통 무료 이용을 맘껏 사용할 수 있는 기회여서 발걸음은 가벼웠다.
그러나 지하철역에 다다르자 뭔가 이상한 것을 눈치챘다. 평소 출근길보다 사람이 더 많이 몰려있는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지하철역에서 공항이나 경기장처럼 X-ray 소지품 검사를 하고 있었다.
가방을 벨트 위에 올려놓고 나오기를 기다리니 그 사람 많은 출근시간에 사람들이 개찰구에 몰려있는 것이었다. 올림픽 공원 입구에서 소지품 검사를 하는 건 당연하게만 보였지만 지하철역에서 하는 검사는 왠지 낯설기만 했다.
올림픽 준비를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같이 일하는 중국 친구가 자기 고향에서 버스테러 사건이 있었다며 걱정했던 적이 있다. 나도 한국에서 뉴스를 통해 알고 있었던 터라 같이 애기를 나누었었는데 그 친구는 한국에서도 그 테러를 보도했다는 사실에 굉장히 놀라워했다. 그리고는 외국에서는 그 문제를 어떻게 보는지 조심스레 물어왔다. 중국 친구들 역시 아닌 듯 하여도 내심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다.
요즘 베이징은 모든 곳이 신분증 검사가 만연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특히 베이징에 소재한 대학들이 그 중 하나인데,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중국의 올림픽 경기장은 대학교 내에 위치한 경우가 많다. 탁구경기장이라든지 배드민턴 경기장이 그렇다. 그래서 대학마다 교문부터 캠퍼스 내까지 몇 차례에 걸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곤 한다. 그 사실을 모르고 학생증을 기숙사에 놓고 나왔다가 친구를 교문까지 불러낸 적도 있다.
지하철역 소지품 및 신분증 검사에 대한 의견은 다양하다.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있고 또 이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다. 올림픽 개막 전부터 쓰촨성 지진과 유혈사태 등으로 다사다난했던 중국, 올림픽이 개막한 이후에도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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