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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외환위기 때로 되돌아간다"

<FT> "경제정책 수장이 1997년 망령 불러 일으켜"

한국 경제 상황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발생 당시를 연상시킨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여건이 과거보다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외부채, 가계대출 부문 등의 급증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3일 유료 서비스 LEX의 '1997년으로 되돌아가는 한국(Korea: 1997 rewind)'이라는 칼럼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잠자는 숲 속의 미녀는 시간이 흐른 줄 모를 것"
  
  <FT>는 유명 동화인 '잠자는 숲 속의 미녀'를 인용하며 "만약 잠자는 숲 속의 미녀가 오늘 서울에서 깨어난다면 과연 그녀는 11년 동안 잠들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라고 물었다. 지난 11년간 한국 경제가 변화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말이다.
  
  <FT>는 그 근거로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는 사실과 함께 한국은행이 원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 7월에만 100억 달러를 매각한 점을 들었다. 이는 97년 아시아 금융위기가 커진 직후 한은의 조처를 상기시키는 부분이다. 또 내수와 고용이 줄어드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특히 <FT>는 "한국의 최고 경제정책 입안자가 지난달 국회에서 1997년의 망령(spectre)을 불러일으켰다"고 표현했다. 이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가리킨 것으로 예상된다.
  
  강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긴급현안질의에 참석해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비판에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시장이 그렇게 받아들인 데 대해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해 빈축을 샀다. 그는 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고유가와 원화 약세로 충격이 커졌다'는 분석에는 "국제기구 페이퍼 번역에까지 관여할 시간이 없다"는 무성의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한국 경제 일부 측면서 오히려 퇴보?
  
  <FT>는 나아가 경제 일부 지표에서는 과거에 비해 오히려 퇴보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97년 외환위기의 씨앗을 품었던 대외부채는 1분기 말 기준으로 4000억 달러를 넘어 당시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율로도 당시보다 크게 증가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나라빚 뿐만 아니라 서민가계, 기업 등 개별 경제주체의 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도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지적했다. 이 신문은 "신용카드 위기에도 불구하고 한국 소비자들은 다시 레버리지를 높이고 있다"면서 GDP의 80%에 달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증가한 가계대출과 함께 기업대출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을 위기 징후로 꼽았다. <FT>는 HSBC 추산을 인용하며 "시중은행의 대출과 채권을 모두 합한 넓은 의미의 부채를 기준으로 할 경우 이미 기업과 가계 부채 합은 GDP의 300%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FT>는 마지막으로 지난 주 금통위의 금리 인상 결정도 앞으로 국가 경제에 주름살을 드리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신문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한국의 시중은행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에 취약해 보인다. 국내에서의 유동성 부족은 (한국의) 은행을 태국, 말레이시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러 나가도록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역시 외환위기 당시를 그대로 떠올리게 만드는 부분이다. 당시 종금사 등이 동남아시아 금융시장에서 빌린 단기외채가 2금융권 붕괴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비판이 외환위기 이후 쏟아져 나왔다.
  
  <FT>는 "카드부문에서 당장 대규모 붕괴가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일부 균열은 무시무시할 정도로(eerily) 익숙한 풍경"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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