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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에 150억 쓴 靑, 장애인 예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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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분수대에 150억 쓴 靑, 장애인 예산은?"

장애인들, 활동보조인 서비스 확대와 가족지원제도 요구

"우리 아이가 집 옆에 고등학교를 다닙니다. 몇 년 전만 해도 그 학교는 장애인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아이는 지금 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여러분, 이게 다 무엇 때문입니까? 우리가 투쟁을 해서 얻은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흘리는 땀은 그냥 땀이 아닙니다."

지난 13일 오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인복지예산확보 촉구 전국 집중 결의대회'에 참석한 장애인 자녀를 둔 학부모의 말이다. 장애인은 무언가 필요하면 늘 투쟁을 해야지만 얻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전국장애인부모연대 ·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가 주관한 이날 결의대회에는 500여 명의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활동보조인 수혜 대상과 이용시간을 제한하지 말 것과 장애인 가족 지원 제도 마련을 요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아울러 정부에 이와 관련된 2009년 예산을 확보를 요구했다.
▲지난 13일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장애인과 그 가족 500여 명이 모여 정부에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를 요구했다. ⓒ프레시안

▲국가인권위원회로 행진을 시작하는 장애인들. 이들을 막아서는 경찰의 무전기에서는 "장애인도 못 막아? 발로 막아도 되겠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프레시안

이들은 광화문에서 결의대회를 가진 후 중구 무교동에 위치한 국가인권위원회로 행진했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경찰에 의해 행진이 저지당하는 등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경남에 사는 1급 장애인 최진기(28) 씨가 경찰의 방패에 맞아 왼쪽 눈 아래 뼈가 함몰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활동보조인 서비스 대상과 이용시간을 제한하지 말라"

이들은 "현재 보건복지가족부에서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활동보조와 가족지원 관련 예산은 중증장애인과 그 가족의 삶을 개선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수준에 불과하다"며 "복지부가 요청한 예산이 그대로 확보된다 하더라도 활동보조 서비스가 필요한 35만 명의 중증장애인 중 고작 2만7000명인 7.7%만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서비스 이용 시간도 고작 하루 평균 20분 가량만 늘어날 뿐"이라고 지적했다.

복지부는 2008년 1급 중증 장애인 2만 명을 위한 활동보조인 제도 예산으로 약750억 원을 운용 중이다. 복지부는 2009년에는 이 제도에 대한 서비스 홍보가 잘 이루어진 만큼 이용자가 7000명이 늘어난 2만7000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서 약 508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기획재정부에 신청해 놓은 상태다.

이들은 또 "활동보조인서비스제도는 서비스 대상 및 시간제한을 철폐하라는 중증장애인들의 요구가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 기사: 더위에 살 짓무른 장애인들, 활동 보조인이 부족하다)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정부는 장애인에게 밥 먹고, 용변 보고, 옷 입는데 한 달에 90시간만 쓰라고 한다. 사람이 하루에 3시간 동안만 밥 먹는 건 아니다. 활동 보조인을 이용하는 2만 명의 장애인은 평균 월 56시간을 쓴다. 아동은 더 적다"며 "장애인의 이동할 권리, 재활의 권리, 노동할 권리를 정부는 대체 어디에 숨겨 놓았나"라고 따졌다.

"장애인 가족이란 개념조차 없어"
▲이들은 활동보조인서비스 이용 대상과 시간을 확충하고, 장애인 가족 지원 체계를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프레시안

또한, 이들은 "다문화 가정이란 용어도 있고, 이들에 대한 지원도 있지만, 장애인 가족은 개념도 없고 따라서 지원도 없다"며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장애인 가족의 집단 자살사건들을 보면 장애인 가족의 심각한 고통에 대해 사회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아이돌보미 제도를 시행해 신청 가정 중 일부에 한해 월 120시간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 아동에 대한 활동보조 서비스는 월 최대 50시간에 불과할 만큼 장애 아동과 그 가족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상태다.

성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최용기 소장은 "정부가 활동보조인을 성인은 최대 월 최대 180시간까지 허용하지만, 아동에게는 50시간만 제공하는 이유는 아동은 부모의 양육을 받을 수 있어 더 적게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장애인이 있는 가정의 역할을 인정하면서도 이에 대한 지원은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장애인 가족 지원 서비스를 확충하라"며 △장애인가족이 지역사회 내에서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례 관리자를 두는 사례 관리 서비스 △육체적 부담을 덜기 위한 장애인 가족 지원 도우미 제도 △장애아동의 건강 발달 촉진 및 장애인 가족의 경제적 부담 해소를 위한 장애아동 재활 치료 서비스 등의 도입을 요구했다.

이들은 "이명박 정부가 유일하게 계획한 장애인 가족 지원 서비스로 치료서비스를 지원하는 사업을 하고 있으나 이는 시범사업의 형태로 극히 일부의 장애아동들만이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복지부는 현재 장애 아동에 대한 재활치료지원 명목으로 230여억 원을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상태다. 이는 장애인등록증을 가진 장애 아동 10만여 명 중 18%에 불과한 장애 아동만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이다.

"전시성 행정 예산도 4500억 원을 배정하는데…"

이들은 그동안 이 문제를 두고 복지부 담당자들과 수차례 만나 정책을 건의했다. 또 내년도 정부예산 부처별 계획이 마무리되는 지난 7월 초부터 복지부 앞에서 집단 농성을 벌이고, 복지부 장관실 로비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기습시위를 벌였다. 현재는 서울 국가인권위 7층 상담실에서 11일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장애인들이 복지부에 강력히 요구하자 최근 복지부는 활동보조서비스 및 장애인 가족지원 제도 도입에 필요한 예산을 재정부에 추가로 요구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복지와 관련한 신규예산은 없다. 국민 생활이 어려우니,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현 정부의 기조에 맞게 장애인에 대한 예산 확대를 사실상 실현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에 대해 박홍구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장은 "청와대의 분수대에는 150억 원을 쓰고, 하이 서울 페스티벌에는 4500억 원을 쓴다"며 "장애인의 생존권에 쓰는 건 아깝고, 전시행정에 쓰는 건 아깝지 않은가"고 따졌다.

장애인을 위한 나라?…모두를 위한 나라!

이들은 "지금 우리들의 농성은 단순히 내년도에 장애인복지예산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다"며 "우리들의 단식농성은 활동보조인서비스와 가족지원은 장애인의 생존권에 해당되는 문제임을 알리려고 벌이는 투쟁이다. 장애인의 생존권 문제는 돈이 있으면 하고, 돈이 없으면 책임질 수 없는 문제가 아니라 정부가 존재하는 한 언제나 가장 최우선 과제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임을 우리사회에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효성 전교조 특수교육위원회 위원장은 "이명박 정부에 '장애인 프렌들리'를 부탁한다"며 "장애인이동권연대에서 2년 동안 투쟁해서 지하철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했다. 지금 그 주 이용자가 누구인가. 바로 노인이다. 이런 시설은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비장애인에게도 기본적인 권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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