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가 11일 내놓은 41개 공기업에 대한 1차 '선진화' 방안에 대해 노동계는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41개 공기업 가운데 상당수 노조가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위원장 이석행)은 "국민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의 독선이 반복됐다"며 "결국 위기에 빠진 정권을 더욱 궁지로 몰아가는 '제 발등 찍기'가 될 것"이라고 비난을 퍼부었다.
반면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체결한 한국노총(위원장 장석춘)은 "무분별한 공공부문 구조개악으로 치닫을 수 있는 위험성을 여전히 안고 있음을 경계한다"면서도 "정부가 한국노총과의 정책협의 과정에서 나온 의견을 수용한 것에 대해 당연하고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노총 "쇠고기 협상 이은 또 다른 자충수"
민주노총은 정부의 공공부문 사유화 정책이 "한미 쇠고기 협상에 이은 또 다른 자충수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위원장 임성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편익은 도외시한 시장화 정책으로 돈 되는 사업은 전부 재벌에 넘기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지불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라며 '정부가 국민을 버렸다'는데 비판의 초점을 맞췄다. 또 다시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내놓았다는 얘기다.
임성규 위원장은 "공공부문 혁신의 필요성에는 우리도 공감하지만 이건 아니다"라며 "돈 되는 부분은 다 팔기로 해서 재벌만 좋아할 선진화 계획"이라고 비난했다. 임성규 위원장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공공부문 선진화 계획으로) 상반기의 촛불보다 더 거대한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차 민영화 대상에 포함된 노조 위원장들도 참석해 정부 계획을 비판했다. 지분 49% 매각안이 나온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강용규 노조 위원장은 "4년 연속 수천 억 흑자를 내고 3년 연속 세계공항평가에서 1위를 하며 효율성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는 인천공항의 지분 매각은 민영화 그 자체가 목적인 국부 유출"이라고 맹비난했다.
면세점, 골프장 사업의 매각 계획이 발표된 관광공사의 이학주 노조 위원장도 "그간 재벌들이 계속 눈독 들여왔던 돈 되는 사업의 민영화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과연 '브레이크' 될까? '글쎄…'
하지만 이 같은 반대 목소리와 별도로 실제 노동계가 정부의 계획에 실제 브레이크를 걸 수 있는 동력이 있는지는 미지수다. 민주노총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강력한 공공부문 사유화 반대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고, 공공운수연맹도 총파업 찬반투표 등을 준비하고 있지만 여러 현실 여건이 녹록치 않다.
1차 발표된 대상 기업에서 철도공사, 한국전력 등 대규모 공기업은 모두 제외됐고, 나머지 공기업도 '각계 격파' 형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전기, 가스, 수도, 의료보험 등 국민들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영역은 모두 제외한다고 밝혔다. 또 이석행 위원장 등 지도부가 체포영장이 떨어져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당장 이날 임성규 위원장은 향후 투쟁계획을 묻는 질문에 "12일부터 1박 2일 간 이미 가동 중인 기간산업 공동투쟁본부 확대간부 수련회를 갖고 8월 말~9월 초 대규모 집회를 계획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오는 9월 말까지 노조 별로 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임 위원장은 "예년 기간산업노조의 투쟁과는 확실히 다를 것"이라고 공언했지만, 실제 공공부문 노조들이 공동 파업을 통해 정부 계획을 막아낼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한국노총 "2·3단계 발표 전에도 정책협의로 우리 뜻 관철시킬 것"
특히 한나라당과 정책연대를 체결한 한국노총이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정부 발표 직전인 지난 10일 저녁 한나라당과 고위정책협의회를 열고 의견 조율을 했던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에서 우려보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앞세웠다. "당초 정부가 추진하려던 전력판매부문 분리, 한전KPS 민영화 등 에너지 관련부문에 대한 구조개악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당연하고 바람직하다"고 평가했다.
또 한국노총은 "한국석유공사와 대한광업진흥공사의 기능 확대 역시 적절한 결정으로 받아들이며 주택관리공단의 사회복지기능 확대 방침도 환영한다"고 밝혔다.
한국노총은 이어 "그러나 상당수 기관의 민영화 위험이 남아 있고 조직 축소 등으로 인한 고용불안과 약자희생의 문제가 도사리고 있으며 일부 기관의 통폐합 문제도 지극히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며 "2·3단계 계획에 앞서서 정책협의를 통해 우리의 뜻을 관철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혀, 투쟁보다는 대화로 풀어갈 뜻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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