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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소설'이라면서 웬 '설거지' 타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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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소설'이라면서 웬 '설거지' 타령인가?"

[기고] 정부의 광우병 소설 쓰기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6월 '대통령 지시 사항'을 근거로 각 시·도교육청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홍보하고 그 실적을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일전에는 정부 차원에서 공무원에게 온라인 사이트에 가서 쇠고기에 대한 홍보 글을 올리도록 지시했다는 것도 이미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렇게 미국인보다 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확신하며 열심히 그 안전성을 강변하는 정부의 주장을 들여다보면 한편의 소설이 된다. 광우병은 전염병도 아닌 전달병이고, 복어독과 같으며, 걸릴 확률은 번개 맞을 확률보다 낮고 더욱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는 내용이다.
  
  광우병 발생이 번개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그 근거로 삼는 것이 '하버드 위해성 평가 모델'이라는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엄격한 기준에 비하여 매우 허술한 미국의 기준을 정당화하기 위하여 미국 농무부도 종종 인용하는 모델이며, 캐나다 유래의 소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후 미국 내의 자국 소에서 발병할 확률이 16억분의 1이라고 미국 농무부가 주장한 근거이도 하다. 불행히도 그 후 확률이 그토록 낮다고 말한 미국 소에서 연이어 광우병 발생이 있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으며, 이 하버드 모델이 얼마나 확률 숫자 놀이에 불과한지는 현장의 과학자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최근 애커먼 박사도 2008년도 연구 논문에서 미국 농무부가 하버드 모델로 광우병 정책을 마련하는 것은 "높은 위험도의 도박"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안일했던 미국 광우병 정책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요구함과 더불어 EU나 일본과 같이 보다 엄격한 광우병 관리를 하는 나라들의 선례를 따를 것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충분한 사료 강화 조치 후에도 광우병은 발생한다. 이것은 강화된 사료 관리만으로는 질병 관리가 부족할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이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최근에야 이루어지고 있다. 미국 환경청 소속의 위긴스 박사는 광우병 감염소로부터의 분변을 통해 병원성 프리온이 배출되며 이는 토양 오염을 가져오고, 또한 토양 성분과 결합한 병원성 프리온은 매우 안정된 상태가 된다는 것을 금년 5월 보고했다. 현 시점에서 광우병은 양이나 사슴과는 달리 수평감염은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믿어지지만 이러한 최근의 연구 결과는 그 점에 있어서 충분한 주의가 필요함과 더불어 환경오염의 가능성마저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러한 상황은 최근 <미국신경학연보> 6월호에 게재된 미국 국립프리온질병감시센터의 감베티 교수의 논문을 참고할 때 더욱 심각해진다. 현재까지 광우병(BSE)이나 인간광우병(vCJD)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되는 국제적으로 공인된 검사법은 검사법 자체로는 정상과 병원성 프리온을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검사하려는 조직을 효소 처리한 후에 그 조직 중에 파괴되지 않고 여전히 남아있는 프리온을 측정함으로서 병원성 프리온을 검출하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번에 감베티 교수가 보고한 병원성 프리온은 마치 정상 프리온처럼 효소 처리로 파괴되며 또한 유전자의 돌연변이도 없다는 점이 특이하다. 따라서 지금까지 광우병이나 인간광우병의 원인인 병원성 프리온을 검출하는데 사용해온 공인 검사법으로는 이런 유형의 병원성 프리온을 검출하는 것은 어려우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단순 치매라고 판단된 사례도 실제로는 이러한 유형의 병원성 프리온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감베티 교수는 우리는 프리온 질병에 있어서 단지 빙산의 일각을 보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광우병은 TSE(Transmissible spongiform encephalopathy)라는 프리온 질병의 하나이기에 전달성(transmissble)이라는 단어가 있어서 전염병이 아니라 일본식 용어인 전달병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주장, 혹은 프리온이 바이러스가 아니라 단백질이기 때문에 호흡기나 접촉 등으로는 감염되지 않고 변형 프리온을 섭취했을 때만 전파된다는 점에서 다른 질병보다 안전하다는 식의 주장은 매우 비과학적이기에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이질이나 콜레라와 같은 식이성 감염의 경우에도 환자와의 단순한 접촉이나 공기로 전염되지 않지만 엄연한 전염병이며, AIDS의 경우도 일상적 접촉이나 공기로 전염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3000만 명 이상을 사망으로 몰고 간 전형적인 전염병이다. 또 복어 독은 중독된 이를 사망에 이르게 하지만 광우병은 소 체내에서 증폭되어 여러 형태로 분비되거나 소비되어 주변 환경과 동물이나 사람을 감염시킨다는 점에서 일반 식이성 전염병과 다를 바 없다.
  
  병명에서 전달성(transmissible)이란 다른 전염병에도 흔히 쓰는 표현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매우 전염성이 높은 동물 법정전염병인 돼지전염성위장염(TGE·Transmissible Gastroenteritis)이라는 병명에 전달성이라는 단어가 있다고 하여 누구도 전달병이라는 일본식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광우병을 연구하기 위해서는 생물안전등급(BSL ; biosafty level) 3의 엄중한 차폐 시설이 필요하다는 것 역시 이 질병의 위험성과 전염성을 말해주고 있다.
  
  또한 광우병이 5년 내로 사라진다는 정부의 견해는 과학적 학술 논문이나 엄격한 역학 모델에 의해서 제시된 견해가 아니다. 사전 예방 원칙의 철저한 적용에 의해 그 발생이 감소하고 있으며 누구나 이 질병이 사라지는 것을 원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국제 학회에서도 광우병이 사라질 전염병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는 단 1명도 없으며, 또 그런 결론을 내린 연구 논문 역시 단 한 편도 없다. 오히려 이 분야의 다음 노벨상 수상자라고 일컬어지는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아구치 박사는 2008년도 최근 논문에서 인간광우병만 보아도 앞으로 40여 년 이상은 지켜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광우병이 곧 사라진다고 하는 것은 정부가 졸속 협상 타결의 문제점을 희석하기 위하여 과학적 근거 없이 등장시킨 논리이자 소설에 불과하다.
  
  이점에 있어서 얼마나 학문적 근거가 없는지 국회 공청회에서 이 병이 사라질 질병이라고 주장한 여당 의원이 제시한 자료라는 것도 과학자가 아닌 미국 작가가 인터뷰 중에 말한 내용에 불과했다. 이런 정부의 자세이니 미국의 입김에 따라 2004년도에 만들어진 국제수역사무국(OIE)의 SRM 기준이 최근에 만들어진 EU의 SRM 기준보다 더 과학적이라고 우기게 되는 상황이 되었다.
  
  정부는 이렇게 소설에 가까운 주장으로 미국쇠고기가 안전하다고 말하면서 현재의 협상을 합리화 하지만, 협상 타결에 대한 책임을 '설거지론'으로 전 정권에 넘기려 하고 있는 현 정권의 이중적 모습을 볼 때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정부의 주장이 허구라는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만일 지금의 타결이 정말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고 협상 대표자의 말처럼 '미국의 선물'이라면 굳이 설거지론을 등장시킬 필요도 없이 왜 현 정권의 빛나는 업적으로 홍보하지 않는 것일까. 도박에 가까운 정책과 더불어 광우병에 대한 소설을 쓰고 있는 정부가 건전한 학문적 비판을 무시하고 촛불 집회를 강경 진압하며, 검찰을 동원하여 언론과 인터넷을 장악함으로서 당장 만족한 미소를 지을지는 모르나 국민을 위하는 정부라면 하루 빨리 정신 차려 더 이상의 국내외적 추태는 없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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