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문 대표가 이 발언을 하던 자리에 공동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합의한 자유선진당 의원들은 한 명도 없었다. 선진당은 야당 합동 의총에 참가하지 않았다.
선진당에 관한 소식은 한나라당 쪽에서 들려왔다. 홍준표 원내대표는 선진당과 창조한국당이 공동교섭단체 구성 등록을 한 6일 곧바로 권선택 선진당 원내대표를 찾아가 원구성 협상 의사를 전했다. 7일에는 "본회의에서 투표를 하면 선진당 조순형 의원이 법사위 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선진당 카드를 이용해 민주당을 압박했다.
8일에는 원구성을 위한 국회법 등의 법안 개정 작업에 착수했음을 밝혔다. 원구성을 강행하더라도 선진당을 파트너로 앉히면 '단독 강행'이라는 부정적 꼬리표를 뗄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의 참여를 기다리되, 안되면 선진당과 원구성을 밀어붙일 수밖에 없다는 게 한나라당의 분위기다.
원구성은 개점 휴업인 18대 국회가 가동되기 위해 언젠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원구성'이 갖는 의미는 이같은 원칙론으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MB식 개혁'을 뒷받침할 우향우 법안이 논의되고 처리되는 통로가 열리는 첫관문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과 선진당의 '원구성 밀월'에는 보이지 않는 지렛대가 있다. 창조한국당이 보유한 3석의 의석이다. 이 세 석을 얹어 선진당이 교섭단체 구성에 성공하지 못했다면 지금의 밀월은 진행되기 어려웠다. 여기서 문국현 대표의 '미필적 고의'가 발생한다.
그의 정치적 소신에는 "역사를 거꾸로 돌리고 나라를 표류시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이 가득 차 있는지 몰라도, 선진당과 교섭단체를 구성한 정치 행위의 효과는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밀어붙이기식 국정운영에 결코 작지 않은 날개를 달아주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국회에서 교섭단체의 지위를 얻지 못하면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각종 협상에서도 배제되기 때문이라는 '기능적 입장'을 내세워 나름의 이유를 강조했지만, 이 '기능적' 결합이 얼마나 심각한 '정치적' 효과를 낼 수 있는지가 당장 드러난 셈이다.
정치적 견해 및 소신과 정치적 행동의 결과가 이처럼 심각한 모순에 직면할 때 정치인, 혹은 정치세력은 '존재가치'를 잃는다. 문국현의 브랜드가 '가치의 정치'라는 건 이렇게 보면 아이러니다.
이런저런 복잡한 거 빼고 좋게 봐줘야 할까? '3석의 힘'이 이토록 효율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낸 것도 '문국현의 실력'이라고….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