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지부는 8일 "금속노조 승인과 관련 없이 이제는 지부교섭에 올인하겠다"며 금속노조 방침과 별개로 독자 노선을 걷겠다고 밝혔다. 금속노조의 방침에 반기를 든 것이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와 산하 최대 조직인 현대차지부가 심각한 갈등 상황에 놓이게 됐다. 또 현대차를 비롯한 산별 중앙 교섭 불참 사업장의 올해 중앙 교섭 전망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국내 최대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의 산별 교섭 장기 전망에도 '빨간등'이 켜졌다.
현대차, 조건부 산별 교섭 참여안 제시
시발점은 휴가 이후 다시 재개된 현대차와 금속노조의 대각선 교섭이었다. 지난 7일 울산공장 본관에서 열린 대각선 교섭에서 현대차는 산별 교섭과 관련한 입장을 제시했다.
현대차의 제시안에는 △사용자단체 가입을 제외한 산별 기본 협약에 합의하고 △산별 교섭 관련 제반 사항을 먼저 합의한 이후 내년 중앙 교섭에 참가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오는 10월 중으로 산별 교섭과 관련된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 협의체를 만들자고 현대차는 제안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10년 동안 여름 휴가 전 임금 및 단체 협상을 타결해 왔었다. 하지만 올해는 "중앙 교섭 타결 없이는 지부 교섭도 없다"는 금속노조 차원의 원칙에 따라 중앙 교섭 참가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하느라 올해 임금 협상과 관련된 지부 교섭은 시작도 못 했다.
산별교섭에 부정적 입장을 이어 오던 현대차가 휴가 이후 재개된 교섭에서 이 같은 수준의 제시안을 내놓자, 현대차지부가 곧바로 "금속노조의 승인절차를 밟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상황 때문이다.
금속노조는 "부족하다"는데 현대차지부는 "중앙 교섭 이걸로 끝"
하지만 금속노조는 현대차의 안에 대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내부 논란이 치열했던 GM대우 안보다도 낮은 수준이어서 승인해주기 어렵다는 것. 산별 교섭과 관련한 GM대우 노사의 의견 접근안은 △산별 기본 협약 수용 △사용자 단체 가입 및 개편 논의 △중앙 교섭 조인식 참가 등이었다.
금속노조가 현대차 안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지부는 이날 "금속노조에서 승인되지 않더라도 중앙 교섭은 일단락하고 지부 교섭을 본격적으로 벌이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중앙 교섭은 이것으로 끝났다"고 '하극상'을 한 셈.
현대차지부의 강력한 의지 속에 당초 이날 오후로 예정됐던 금속노조의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열리지도 못한 채 유보됐다. 표면적 이유는 성원 미달이었지만, 현대차 제시안에 대한 금속노조 내부의 고민과 부담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달 2일 벌인 민주노총 차원의 총파업으로 정갑득 위원장 등 집행부가 수배된 가운데 최대 조직과의 갈등까지, 금속노조가 진퇴양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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