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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엔 안 써요, 학교 서열화 없어요"

'교육정보공개법', "교과부 발표 우습다"

'자율'과 '경쟁'을 강조하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이 갈수록 속도를 내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7일 '교육관련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특례법 시행령(안)'을 발표했다. 이 시행령(안)은 전국 초·중·고교 학교별 학업 성취도 평가 결과를 2010년부터 3등급으로 나눠 공개하는 사항을 골자로 담고 있다.
  
  지금까지 매년 10월 초6·중3·고1 학생 일부를 대상으로 실시되어온 국가 수준 학업 성취도 평가를 올해부터 전국 모든 초6·중3·고1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일제고사 형태로 확대 실시한다. 이 결과를 각 학교별로 '보통학력 이상(50% 이상)' '기초학력'(20% 이상∼50% 미만) '기초학력 미달(20% 미만)'로 나눠 공개한다는 것.
  
  교과부는 학교 서열화를 방지하기 위해 학교별 학업 성취도를 3등급으로 나눠 공개한다고 밝혔다. 또 교과부는 "학교 서열화 우려와 학부모 알 권리 충족이라는 대립되는 요구를 고려해 마련했다"며 "평가 결과가 내신이나 입시에 반영되지 않는만큼 사교육 부담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삼성증권 "사교육 시장에 호재"
  
  그러나 교육계와 시장의 반응은 교과부의 장밋빛 전망과는 정반대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와 학벌없는 사회 등 교육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정책이 반드시 고교평준화를 해체하고 고교 서열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삼성증권은 8일 학업성취도 공개 정책은 사교육 시장에 호재가 될 것이라며 교육주에 '비중 확대' 의견을 제시했다.
  
  황정하 애널리스트는 <아시아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교과부의 정책이 중·고등부 사교육 수요를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며 "학교 간 점수 비교로 학교 서열화가 예상되고, 특히 2010년부터 서울지역에서 시행될 고교 선택제와 연계해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입 자율화, 고교 선택제…MB식 '경쟁 교육'은 이미 한창
  
  이 같은 전망은 이미 널리 알려진 '자율'과 '경쟁'이라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 철학에서 우선 비롯된다.
  
  이명박 정부는 올해 초 '대학입시 자율화 방안을 발표하며 점차적으로 대입 완전 자율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2년 이후 대학의 학생선발 자율권을 명문화해 보장하도록 법령을 정비하고, 수능 시험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완전히 맡긴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업 성취도 성적 공개는 각 대학에서 '자율적'으로 각 고등학교에 등급을 매기는 데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고교 등급제를 정당화하는 근거로 악용될 소지도 높다. "평가 결과가 대입에 반영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교과부의 발표가 면피용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는 이유다.
  
  대입까지 갈 것도 없이 학교별 성적 공개는 고교 입시부터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선에 성공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은 고교 선택제를 2010년부터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교별 등급이 공개되면 성적이 부진한 학교는 기피 대상이 된다. 특목고, 자사고 확대 설립과 맞물리면 '귀족 학교' 진학을 위한 쏠림 현상도 예측된다.
  
  문제는 또 있다. 교과부는 학부모의 알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학교별 성적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을 고려한 추가 재원 배정 우수 교사 배치 등 다양한 정책 지원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교육 환경이 열악한 학교를 지원하는 교육복지투자우선지역 예산을 20% 가까이 삭감했다. 기초학력 부진학생의 비율이 개선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도 했다. 이는 "성적이 부진한 학교는 퇴출할 수도 있다"고 밝힌 공정택 교육감의 계획과도 일치한다. 참교육학부모회는 성명에서 "교육격차해소를 위한 투자는 줄이고 경쟁기제를 강화하면서 교육의 기본책무를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시험 대비형 획일적 교육, 초·중학교까지 확산될 것"
  
  학교별 성적 정보가 홈페이지에 공개되고, 이것이 대입에 활용되고 고교 선택제에 활용될 경우, 일선 학교에서는 자연스럽게 매년 10월 있을 학업 성취도 평가에 얽매일 가능성이 커진다.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교과목에 대해 실시되는 시험에서 높은 성적을 올리기 위한 교육이 확산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범 곰TV 총괄이사는 "각 학교에서는 낮은 평가가 나가지 않도록 그만큼 신경쓸 것이고, 점수를 올리기 위한 시험대비형 교육을 하게 될 것"이라며 "고교 교육이 수능 위주로 획일화되는 경향이 심한데 이런 현상이 초·중학교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학벌 위주의 한국 사회 풍토에서 성적 공개는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일각에서는 미국, 영국 등 외국에서도 학교별 평가를 실시해 정책에 반영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교육 등 우리나라와 교육 여건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 학교별 성적 공개는 일부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도 학교별 정보 공개는 의무 사항이 아니다.
  
  한만중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미국처럼 중퇴 학생이 많고 기초학력이 부진학생이 많아 학교에 책무성을 묻는 나라와 OECD에서 높은 학업 성취도를 보이는 우리나라는 같지 않다"라며 "사고력과 인성 교육이 엉망인 한국 교육 환경에서 중요한 것은 체험 학습과 인성 교육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중앙> "파격적인 정보 공개 약속했었는데…"
  
  한편, 성적 공개를 국가 수준 평가에 한해서만 실시하겠다고 한 교과부의 시행령(안)과는 달리 일선 학교와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차원이나 지역별로 실시되는 평가 결과 또한 공개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 3월 중1을 상대로 시도교육감협의회 주관으로 실시한 진단평가에서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별, 지역별 평균 성적을 공개하기도 했다. 성적 공개가 사실상 초·중·고 전체 학년을 대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수 언론에서는 이번 교과부의 시행령(안)의 수위가 낮다고 압박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만 해도 파격적인 정보 공개를 약속했다"며 "그러나 시행령(안)에 나타난 공개 수위는 상당히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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