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정연주 무덤' 위에 무슨 꽃을 피울 건가?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정연주 무덤' 위에 무슨 꽃을 피울 건가?

[김종배의 it] '국가신뢰의 붕괴'를 애도함

곡을 해야 할 판이다. 조문을 읽고 조종을 울려야 할 상황이다.

정연주 사장을 애도하는 조문이 아니다. KBS의 공영성에 조종을 울리려는 것도 아니다. 그건 전체가 아니다. 부분일 뿐이다.

'국가'가 무너졌다. '국가'의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위패를 준비해야 할 만큼 '국가'의 신뢰는 기사상태에 빠졌다.

총동원됐다. 국가의 중추기관이 거의 망라되다시피 했다. 정연주 사장 한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 국가 운영을 담당하는 중심축이 횡과 종으로 도열해 매스게임을 연출했다.

감사원은 해임을 권고했고, 검찰은 배임 기소를 담당했으며, 경찰은 해임 가결을 보위했다. 조중동은 해임의 정당성을 설파했고 대학은 한 이사, 나아가 정연주 사장의 해임 기반을 조성했다.

더불어 무너졌다. 권력기관의 권위가 무너졌고 언론기관의 불편부당성이 붕괴됐으며 학문기관의 순수성이 얼룩졌다.
▲ ⓒ프레시안

도대체 어떻게 설명하고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감사원이 해임 권고의 사유로 삼은 '현저한 비위'와 검찰이 기소의 근거로 든 '업무상 배임'이 법원 판결로 확정되면 되는 것인가? 조중동이 공격 논리로 삼았던 편파성이 국민에 의해 인정되고 동의대가 해고 사유로 들었던 근무 태만이 입증되면 되는 것인가? 그러면 국가기관 총동원은 공권력의 정당한 행사가 되고 나라 바로세우기의 일환이 되는 것인가?

인정할 수 없다. 아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비위와 배임은 논란 요소를 제거하지 못한 일방적 주장에 머물러 있으며, 편파성은 역편파의 증좌로 설파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고, 근무태만은 감독태만의 역현상으로 이해되고 있다.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국민 다수가 전폭적 동의를 표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아직은 칼을 빼들 때가 아니라고, 지금은 좀 더 많이 토론하고 좀 더 충분히 입증해야 할 때라고 여긴다. 비위와 배임은 최소한 법원의 심판이라도 한 번 받아봐야 한다고 보고 있고, 편파와 근무태만을 읊조리려면 그 주체의 정당성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간주한다.

문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 공감대가 성숙되지 않은 상태인데도 정권의 국정 일정표에 맞춰 국가기관이 군말 없이 시중을 드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국민이 국정에 신뢰를 보내고 자발적 참여를 마다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물으면 될 일 같다. 밀어붙이면 될 것이다. 이사회가 가결한 정연주 사장 해임 제청을 청와대가 받아들이면, 그래서 다른 사장을 앉히면 과정의 굴곡이 있더라도 KBS 물갈이는 얼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거기서 그칠 것 같지 않다. 그 다음이 문제다. 그렇게 새로 짠 국가기간방송 KBS를 통해 뭘 방송하려고 하는 것인가?

정연주 사장과 함께 국가기관의 권위와 국가행정의 신뢰가 순장됐는데 도대체 '정연주 무덤' 위에 무슨 꽃을 피울 수 있단 말인가?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