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별아. 잘 지내고 있니? 엄마도 잘 지내고 있어. 이제 엄마는 입덧이 끝났고 배가 조금씩 불러오고 있어. 아직은 겉으로 크게 드러날 정도는 아니지만 점점 바지가 조여오고 있어서 옷들을 큰 사이즈로 바꿨단다.
이번 주에 엄마는 또 검사를 하러 병원에 갔어. 지난번에 검사하고 4주 만에 가는 거니, 새삼 병원이 낯설게 느껴져. 원래 임신 초기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으면 4주에 1회 정도 정기검진을 하지만, 엄마는 초기에 워낙 자주 병원을 들락거려서인지 참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 그동안 우리 별이는 얼마나 컸을까?
음파를 통해 본 별이는 무엇이 그렇게도 바쁜지 꼬물꼬물 뱃속에서 한시도 쉬지 않고 움직이고 있었어. 저렇게 꼼지락대는데 엄마는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야. 이제 별이는 17주, 지금쯤이면 첫 태동이 느껴질 시기가 되었다는데 아직 엄마는 잘 모르겠어. 어서 별이의 움직임을 느껴보고 싶어.
엄마는 정기검진을 간 김에 트리플 테스트도 받았어. 지난번에 잠깐 이야기했지만, 트리플 테스트는 주로 '기형아 테스트'라고 불리는데, 아기에게 염색체 이상이나 신경관 결손 등의 기형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검사로, 주로 태아의 다운증후군을 파악할 목적으로 진행돼. 일단 초기 정밀 초음파로 목둘레를 검사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확인받고 싶은 마음에 자꾸 검사를 받게 되더구나.
트리플 테스트는 엄마의 혈액을 채취해서, 혈액 속제 존재하는 3가지(triple)의 표지 물질의 농도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비롯한 일련이 태아 기형들을 간접적으로 테스트하는 방법이야. 이 때 살펴보는 세 가지 물질은 알파태아단백(alpha-fetoprotein), 비포합성 에스트리올(unconjugated estriol), 융모성 성선자극호르몬(human chorionic gonadotropin)이라고 해. 만약 피검사를 해서 엄마 피 속에 이들 세 가지 물질의 농도가 높으면-즉, 트리플 테스트 값이 양성이면-, 태아가 다운증후군, 신경관 결손증(일명 무뇌아) 등의 이상이 있는 경우가 많다고 본단다.
트리플 테스트는 임산부의 혈액만 채취하면 되니 매우 간단하고 편리한데다가 태아에에게도 안전한 방법이라서 많이 실시되고 있지.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이 검사를 의무적으로 하고 있고, 보건소에서도 무료로 해준대. 이렇게 트리플 테스트가 널리 보급됨으로 인해 상당수의 선천성 이상을 미리 파악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지만, 트리플 테스트는 여러 가지 단점도 가지고 있어. 그 단점이란 검사의 정확도가 비교적 낮고 검사 시기가 늦은 편이라는 것이야. 트리플 테스트의 정확도는 60~70%, 그리고 위양성률(실제로 태아는 정상인데, 트리플 테스트 값에서 이상이 나타나는 경우) 5% 정도지.
거의 모든 임신부들이 트리플 테스트를 받는데 그 중에서는 결과값이 양성으로 나와서 크게 놀라는 사람들이 많아. 임신부들이 자주 모이는 카페 게시판을 살펴보면 아기의 트리플 테스트값이 양성이어서 어쩔 줄 모르는 엄마들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어.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그 글에 달린 댓글들의 내용인데, '우리 아가도 양성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정상이었어요'라는 댓글들이 대부분이야. 아니, 트리플 테스트가 태아의 이상을 판별하는 검사라고 했는데, 왜 이 검사가 틀린 경우가 이렇게 많은 걸까?
실제로 트리플 테스트 값이 위험 수준으로 나온다고 하더라도 진짜로 태아에게 이상이 있는 경우는 적은 편이야. 이걸 이해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통계학적 지식이 필요해. 트리플 테스트는 검사 방법이 간편한데 비해,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는 문제를 가지고 있어. 대개 트리플 테스트를 하게 되면 위양성율, 즉 실제로는 음성인데 양성으로 나오는 비율이 5% 정도 돼. 5%라면 20명 중에 1명 꼴인데 실제로 다운증후군이나 신경관 결손 같은 심각한 태아 이상은 이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
실제로 논문에 나온 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면, 1만 명의 임신부들을 대상으로 트리플 테스트를 하는 경우, 약 500명 정도에게서 양성 판정이 나지. 그런데 실제로 이 임산부들을 대상으로 다시 양수 천자 등의 정밀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정말로 다운증후군을 가진 태아는 8명뿐이었어. 그러니까 양성 판정을 받은 태아 500명 중 8명에게만 다운증후군이 발견되었으니, 트리플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해도 실제로 다운증후군 아기가 태어날 확률은 정도 밖에 안 돼. 그러니 게시판의 댓글에 '우리 아기도 트리플 테스트 양성이었는데 정상으로 태어났어요'란 글이 압도적으로 많이 올라오는 거지.
이는 트리플 테스트는 진단법이 아니라, 단순 검진법이기 때문이야. 검진(screening)과 진단(diagnosis)은 달라. 진단은 확실한 병명을 판단하는 것이지만, 검진은 '질병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집단을 선별하는 것'이기 때문이야. 우리가 병원에서 정기적으로 건강을 체크하는 것을 '건강 검진'이라고 하는 것은 건강 검진 그 자체가 병명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신체 상태를 측정하여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 사람을 선별하는 것뿐이야. 그래서 건강 검진에서 이상 징후가 발견되었다고 해서 바로 치료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정밀 검사를 다시 받아 정확한 병명을 확진한 뒤에 치료를 시작하게 되는 거지.
또한 트리플 테스트는 위양성률도 높은 편이지만, 위음성률(실제로는 양성인데 음성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0.05% 정도 보고되고 있어. 실제 위에서 1만 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검사 결과에서 음성으로 판명된 9500명에서도 출산시 5명의 다운증후군 환아가 태어났다고 해. 그러니까 1만 명의 임산부 중 실제 다운증후군 태아를 가진 경우는 모두 13명이었던 거지. 위음성률은 트리플 테스트가 지닌 또 하나의 문제점이기도 해.
그래서 최근에는 트리플 테스트에서 측정하는 3가지 표지물질 외에도 인히빈(inhibin)이라는 물질까지 더해 총 4가지 표지물질의 농도를 측정하는 쿼드 테스트(Quad test)가 등장했는데, 트리플 테스트에 비해 기형 발견율이 조금 높아졌을 뿐, 여전히 위양성률과 위음성률이 존재해서 이것만으로는 100% 태아에게 염색체 이상이 없다고 말할 수는 없단다. 덧붙여 트리플 테스트는 기본 검사라서 의료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싼 가격에-혹은 보건소에서는 무료로- 할 수 있지만, 쿼드 검사는 보험이 미적용되기 때문에 10만 원에 이르는 다소 비싼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차이도 있단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트리플 테스트 혹은 쿼드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던가, 음성 판정을 받았더라도 고위험군(예를 들면 엄마의 나이가 40대라던가)의 경우 양수 천자나 융모막 채취술 같은 정밀 검사를 받도록 권유하곤 해. 양수 천자는 엄마의 배에 주사기를 찔러 넣어서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양수를 조금 채취해 검사를 하는 거야. 흔히 양수 검사라고 하지.
양수 검사를 할 때에는 반드시 초음파를 이용해 아기가 행여나 날카로운 바늘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해서 양수를 채취하지. 이렇게 얻은 양수 속에는 아기의 몸에 서 떨어져 나온 세포들이 들어 있어. 그래서 이 세포들을 증식시켜 염색체 검사를 하면 다운증후군이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있단다.
양수 검사는 매우 정확하기는 하지만, 양수의 양이 일정량 이상은 되어야 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16~18주는 되어야 할 수 있어. 이 시기가 되면 태아는 11~12㎝ 정도에 몸무게 100g 정도로 커져서 태아를 둘러싼 양수의 양도 200㎖가 넘기 때문에, 이 중에서 검사용으로 15~30㎖쯤 양수를 뽑아도 태아에게 큰 지장이 없거든. 뿐만 아니라, 에드워드 증후군이나 파타우 증후군 같은 다른 염색체 이상, 무뇌증과 같은 신경계 이상, 시스틴뇨증과 같은 선천성 대사 이상 등 여러 가지 기형을 동시에 검사할 수 있어. 물론 염색체를 직접 관찰하는 것이기 때문에 태아의 성별도 알 수 있지.
현재까지 알려진 선천성 기형의 종류는 약 400여 가지나 되는데, 양수 천자로는 이 중 약 40%의 선천성 기형을 알아낼 수 있대. 이처럼 양수검사는 태아의 이상 유무를 판별할 수 있는 비교적 정밀한 검사지만 양수검사로 인해 유산이나 조산이 일어날 확률(약 1% 내외)이 있기 때문에 양수검사는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단다. 정작 아이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양수검사를 통해 아이가 잘못될 가능성도 드물지만 있기 때문이야.
융모막 검사 역시 양수 검사와 취지는 비슷해. 다만 검사에 쓸 시료를 채취하는 부분이 양수가 아니라,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융모막, 즉 태반의 일부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지. 태반과 탯줄은 엄마의 몸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발생 중 수정란의 일부 세포가 변형되어 만들어지는 거라서 태반의 세포도 태아랑 같은 염색체를 가지거든. 그래서 태아 대신 태반의 세포로 검사를 해도 태아의 유전자 검사를 할 수 있는 거야. 융모막 검사는 양수 검사와 검진률이나 위험률은 동일하지만, 양수 검사에 비해 이른 시기(임신 10~12주)부터 검사가 가능해서 아기에게 이상이 있을 경우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단다.
태아의 이상을 판별하는 다양한 산전 검사들이 개발된 것은 산전 검사를 통해 태아의 건강 상태를 미리 파악하고 이상이 있는 태아의 경우, 그에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게끔 하는데 목적이 있어. 하지만 대개 산전 검사를 통해 이상이 아기에게 이상이 발견되는 경우, 엄마들은 이상이 있는 아기를 낳기보다는 아기를 포기하는 편을 선택하지. 그래서 트리플 테스트를 통해 양수 검사에서까지 아기에게 이상이 있다고 판단된다면, 거의 99% 낙태를 선택하지. 그렇기 때문에 가능하면 임신 초기에 태아의 기형을 판별하는 검사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 그래야 낙태로 인한 위험성이 줄어들거든.
검사를 한 뒤 이상이 있는 경우 낙태를 시도한다. 그렇기에 위에서 말한 1만 명의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검사에서 양수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8명의 아기는 대부분 태어나지 못했어. 아기에게 이상이 있을 경우, 최후의 수단으로 낙태를 선택하려고 마음먹은 사람만이 검사를 받기 마련이거든. 이상이 있는 아이라도 낳겠다는 사람이라면 굳이 유산의 위험을 무릅쓰고 양수 검사를 받지는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선택을 한 부모를 책망하고 싶지는 않아. 아이에게 이상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모가 느낄 절망적인 심정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으니까. 이건 나중에 나올 이야기지만, 별이가 태어난 뒤 엄마도 별이에게 평생 지고 가야할 장애가 있을 것 같다는 의사의 말을 들었을 때, 엄마는 세상이 온통 깜깜하게만 보였으니까. 다행히 치료를 통해 좋아지긴 했지만, 그 때의 일만 생각하면 엄마는 아직도 아찔해.
엄마는 별이의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약간은 초조한 느낌이 들었어. 다행히 별이의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어. 위음성일수도 있지만 엄마는 이제 더 이상 검사는 하지 않기로 했어. 경부 투명대 검사와 트리플 테스트까지 하고나니, 이제 별이가 건강하리라고 믿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잘자, 별아.
참고 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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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수 외, '선천성 기형에 관한 임상 연구',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제45권 제1호, 2002.
오보훈, '양수천자술에 의한 임신 중기의 유전질환 산전 진단', <대한산부인과학회지> 제32권 제10호, 1989.
채용현 외, '한국 분만의료기관의 산전 검사 시행 실태에 관한 조사 및 산전 검사 권고안 마련을 위한 제언', <대한한부인과학회지> 제49권 제1호,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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