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국정조사' 기관보고에 아무런 통보 없이 불출석한 한승수 국무총리에 대해 야4당이 긴급 원내대표 회의를 연 뒤 국회의장을 방문하는 등 집단 반발했다. 한 총리의 이날 행태가 다분히 고의적인 '의도된 도발'이 아니냐는 분개가 바탕에 깔려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노골적인 '국회무시', '야당무시' 기조의 연장선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야당들이 한 총리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편 8일 국회에 대한 정부의 태도를 규탄하는 '합동 의원총회'를 열기로 하는 등 초유의 방식으로 대응키로 했다.
민주당 원혜영 원내대표는 헌법의 국무총리 국회 출석 답변 의무 조항을 언급하며 "한 총리가 헌법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 측은 "관행상 상임위나 특위에는 총리가 나가지 않는다"며 불출석 이유를 주장하고 있지만, 야4당은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한 유린 행위로 간주하는 듯 하다.
"대통령이 국회 배타적이니 밑에 사람 한 술 더"
한 총리의 불출석으로 7일 예정된 국정조사 특위가 무산되자 이날 오후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창조한국당 등 야4당 원내대표들은 국회 귀빈식당에서 긴급회동을 갖고 한 총리는 물론 원구성 합의 파기 문제, 장관 임명 등 이명박 정부의 국회 무시 태도가 날로 노골화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원혜영 원내대표는 "왜 이런 일이 다발적으로 일어나는가 보면 결국 대통령의 정치에 대한 인식이 일괄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대통령이 (국회를) 배타적으로 생각하니까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한 술 더 뜨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원내대표는 "헌법적 기초를 부정하고 총리와 국무위원의 국회 출석 의무를 위반하는 대통령과 총리의 행태는 앞으로 18대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가 든다"며 "야4당이 국회 무시, 국민 무시에 대해 비판하고 국회의 권능을 세우는 데 힘을 합쳐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승수 총리 불출석으로 '야4당 공조' 결속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를 대신해 참석한 이상민 의원도 "총리의 불출석 이유에 대해 '총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는 해괴망측한 말을 하는데, 총리가 예우는 받고 싶으면서 대통령 등은 국민과 국회에 대한 예우를 보이지 않고 국민 위에 군림하려는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별렀다.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는 "삼권분립인데 행정부 수장이 '삼권합방'을 시키려 하고 있다"며 "이 상태로는 입법부가 정부의 시녀가 될 수밖에 없는데, 야당 공조 대연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도 "삼권분립 정신에 심각히 위배되는 위헌적인 해괴한 일들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며 "야4당이 힘을 합치겠지만 시민사회단체들과 국민 여러분들도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을 만나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 표명을 종용했다. 그러나 김 의장은 "다시 파악해보겠다", "15일까지 원구성 하자" 등 에두르거나 동떨어진 답변으로 피해갔다. 김 의장은 국정조사 특위 최병국 위원장으로부터 보고를 듣고서야 뒤늦게 "한 총리가 출석해야 한다"고 한 마디 했다.
야4당 원내대표들은 8일 '이명박 정부의 오만 독선과 총리 불출석 규탄 합동 의원총회'를 열기로 합의했다. 일단 민주당과 민노당, 창조한국당이 '합동의총'에 합의했고, 자유선진당도 당론을 모아 합동의총 참여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선진당은 '합동의총'의 성격에 공감한다는 점은 분명히 했다. 개원협상, 원구성 협상 과정을 겪으며 흐트러졌던 야당 공조가 '한승수 사태'로 재구축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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