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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이 KBS 사장도 선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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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원장이 KBS 사장도 선임하나

[기자의 눈] 정권의 실세가 방통위원장으로 간 까닭은?

#1.

최근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아파트 입구에는 인터넷망 사업자와 케이블TV, 위성방송 사업자들이 천막을 펼쳐놓고 영업 전쟁을 펼치며 입주자들을 유혹하고 있었다. '최저가' 가격 경쟁은 기본이고 이들이 돌리는 전단지에는 가입시 제공되는 10만 원 안팎의 각종 사은품은 물론 '현금 15만 원'을 약속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아파트 입구마다 자전거를 죽 세워놓고 영업을 하던 신문 지국장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기자의 집에 인터넷을 설치하러 온 기사는 "요즘 누가 신문 봅니까. 인터넷이 얼마나 빠르고 볼게 많은데. 이번에 쇠고기 파동 봤잖습니까. 그리고 신문은 요즘 규제가 많아서 암암리에 영업합니다"라고 말했다. 신문이 빠져나간 자리엔 인터넷과 케이블 TV가 들어섰다.

#2.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봉하마을을 찾은 지지자들에게 "(지금) 국세청, 경찰, 검찰, 국정원 등 4개 권력기관이 장악됐다고 생각하지 않고, 별로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권력기관의 '상징'인 이 '빅 4' 중 경찰과 검찰은 이미 '정권의 입맛'에 맞는 행동들을 하고 있으니 이론의 여지는 있다. 다만 노 전 대통령이 "독재 권력의 힘이 빠지고 공백이 있는데 그 공백을 독재 권력의 심부름을 하던 언론이 차지했다"며 "언론이 현재 권력이다"고 한 지적에는 수긍이 간다.
▲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 소속 의원들이 6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최시중 방통위원장이 의원들에게 차를 권하고 있다. ⓒ연합뉴스

#3.

소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언론들은 여전히 독재 권력의 공백을 차지하고 있을까? 노 전 대통령은 "보수언론은 지난 두 번의 대선 승패에 개입했는데 김대중 전 대통령도, 나도 떨어뜨리는 데 실패했다. 불패의 조중동이 얼마나 분했겠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게다가 최근에는 '쇠고기 파동'을 거치며 조중동의 여론장악력이 더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일시적 현상만은 아닌 것 같다. 한 언론취업정보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언론계 취업 희망자 455명을 조사한 결과 52.3%가 MBC 입사를 희망했고, <조선일보>는 KBS와 SBS에 이어 4위를 했지만 희망자는 3.3%에 그쳤다. 이뿐인가. 올해 뽑은 KBS 일반 경력기자 8명 중 3명이 <조선일보> 기자였다.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다수이겠지만 "언론 권력이 신문에서 방송으로 넘어갔다"는 말이 공공연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명박 정권이 보이는 '방송 권력' 장악에 대한 욕심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방송을 수단화시키지 않고서는, 일부 종이신문의 '분발'에만 기대서는 권력 운용에 험로가 뻔하기 때문이다.

#4.

6일 오전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과 면담을 한 천정배 의원은 인사말부터 "국정원장이나 대통령비서실장이 되지 왜 방송통신위원장이 됐느냐"고 물었다. 정권의 실세라 하면 무릇 정보는 물론 고도로 훈련된 충성도 높은 조직의 수장인 국정원장 정도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최 위원장의 별칭은 '이명박의 멘토(조언자)'이고, 최 위원장도 이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천 의원의 사퇴 요구를 일축했다.

최 위원장 스스로는 '왜 방통위로 왔는가'를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앞서 제시한 사례들로 퍼즐을 맞춰보면 간단하다. 이미 방통위가 국정원이나 검경보다 더 센 권력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방송 때문에 큰 피해를 봤다"는 말이 흘러나왔고, 이번 쇠고기 파동의 책임도 '방송 탓'으로 몰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표현대로 국정원이나 검경을 쥐어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는 것보다, 여론을 장악을 위해 언론을, 그것도 요즘 막강 파워인 방송을 잡아 국민들의 입을 '내 입'으로 만드는게 나을 거라 판단했을 것이다. 최근 방송계 인사와 인터넷 정책을 보면 그 증거는 수두룩하다. 결국 "왜 국정원장을 하지 않았느냐"는 말은 우문(愚問)이다.

#5.

최 위원장이 법이 부여한 것보다 더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고 있음도 확인됐다. 이날 최 위원장은 민주당 의원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KBS 사장에 이명박 당선인 공보특보 출신인 김인규 씨가 내정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듣자 대뜸 "결정된 것이 없다. 내가 결정하지 않고 있는데"라고 반발했다. KBS 사장 선정은 KBS 이사회가 결정하고 임명을 대통령이 하게 돼 있다.

"결정되지 않았다"는 말 자체가 방통위원장이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는 말이다. 분명한 '월권 발언'이다. '말실수'일지 모르나 최 위원장은 이 말 한 마디로서 언론사 사장 인사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게다가 최 위원장은 김금수 전 KBS 이사장을 만나 "정권이 바뀌었으니 현직 기관장들의 진퇴에 대해 대통령에게 물어보는 것이 옳다는 말을 했다"고 '정연주 사퇴 압력'을 인정하는 대담함까지 보였다.
▲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 소속 의원들이 6일 서울 세종로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하고 있는 가운데 천정배(오른쪽) 의원이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웃음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6.

"KBS 사장이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교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최 위원장의 '사명감'은 그래서 모순이다. 앞서 YTN 등 방송과 언론기관에 투하된 '낙하산 부대'는 최 위원장이 뽐내는 '사명감'의 방향성을 암시한다.

이날 처음 최 위원장을 만난다는 천 의원은 인사말 외에는 별다른 말없이 시종일관 최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더니 마무리 말에서 "정권 출범 연출가로서의 대단한 풍모를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정권 실세의 실체를 확인했다'는 듯 "결정 과정에 관여하시나 보죠"라고 한 마디를 던졌다. 과거 중앙정보부장이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갔던 '정권의 실세' 타이틀이 바야흐로 '방통위원장'에게 넘어간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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