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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앙과 박태환, 아시아를 업은 사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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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앙과 박태환, 아시아를 업은 사내들

[베이징 2008] 동양의 팔과 다리는 세계를 넘을 수 있을까?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아시아는 특히 두 남자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의 '황색탄환' 류시앙(劉翔·25)과 한국의 박태환(단국대·19)이 주인공이다.

이들은 대표적 메달밭이지만 오랫동안 동양인이 넘기 힘든 벽으로 여겨졌던 육상과 수영에서 최강자의 자리를 넘보고 있다. 아시아는 이들이 '동양인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다시 한 번 깨주길 기대하고 있다.

황색탄환은 다시 한 번 비상할 수 있을까

류시앙은 이미 세계 최고의 선수다.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그는 당시 110m 허들 세계기록인 12초91 타이기록을 세우며 중국 최초로 남자 올림픽 육상부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108년 역사상 처음으로 동양인이 트랙 종목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것이다.

새로운 육상 영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중국은 야오밍(姚明) 이후 새로운 세계적 스타를 얻게 됐다. <AFP> 통신은 지난달 4일자 기사에서 류시앙이 중국에서 가지는 위상에 대해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폭동에 가까운 소란을 일으킬 수 있다"고 표현했다.
▲류시앙이 지난해 오사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역주하고 있다. ⓒ뉴시스

내친 김에 그는 2년 뒤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슈퍼 그랑프리에서 12초88을 기록, 세계기록을 갈아치웠고 지난해에는 오사카 세계선수권대회마저 석권했다. 이로써 그는 올림픽 금메달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그의 두 다리를 통해 온 세계는 '육상에서 아시아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은 다시 그의 우승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가 최근까지 허벅지 부상으로 고생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는 스포츠용품은 물론 자동차, 담배광고 등에까지 모습을 내비치며 훈련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보다 더 빠른 사내가 나타났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쿠바의 다이론 로블레스(21)는 지난달 13일 체코에서 열린 IAAF 그랑프리 골든 스파이크 대회에서 12초87을 기록, 류시앙의 세계기록을 2년 만에 깨버렸다. 이번 올림픽 100m 허들은 이 두 명의 각축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류시앙은 여전히 강자다. 류시앙은 지난 5월 24일 베이징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인 궈자티위창(國家體育場)에서 열린 차이나 오픈 육상경기 선수권대회에서 13초18로 여유 있게 우승했다. 이는 올해 들어 류시앙이 세운 기록 중 세 번째로 좋은 성적이다.

류시앙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그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그 때(올림픽) 누가 이기는지 두고 보자"고 호언하고 있다. 물론 상대는 로블레스다.

류시앙은 이번 대회에서 고국 인민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고 뛴다. 코치진은 그의 부상이 말끔히 회복됐다고 자신한다. 류시앙이 올림픽 2연패에 성공한다면, 중국은 다시 한 번 세계를 제패한 기분을 만끽할 것이다. 적어도 스포츠 자체로만 놓고 본다면 온 아시아 사람들 역시 그에게 축하를 보낼 것이다.

마린 보이, 웃어주세요!

한국인에게 이번 올림픽은 한 마디로 설명될 수 있다. '박태환 올림픽'이다. 박태환에 우리는 모든 것을 걸었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그가 목에 금메달을 걸 수 있다면 성공, 아니면 실패다.

올림픽 도전이 시작된 후, 우리나라는 점차 성적을 높여 왔다. 하지만 소위 말하는 '메달밭'은 지극히 한정돼 있었다. 류시앙이나 기타지마 고스케(26)는 우리나라에서 나타날 수 없으리라 생각했다.

수영은 육상에 이어 가장 많은 금메달이 걸린 종목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만 해도 육상이 47개, 수영이 46개다. 지난 아테네 올림픽에서 류시앙은 육상에서 1개, 기타지마는 수영에서 2개를 가져갔다. '당연히' 한국은 올림픽에서 단 한 번도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그러나 박태환이 '갑자기' 나타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제대로 된 수영 훈련장 하나 없다'던 한국에서 금메달에 도전하는 아이가 생겨난 것이다. 종목마저 '체격상 동양인은 절대 승부할 수 없다'던 자유형에서 말이다.

박태환은 수영 불모지 한국에서 될 성 부른 떡잎이었다. 대청중학교 3학년 때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듬해 2005년에는 한 해 동안 여섯 개의 한국기록을 세웠다.
▲박태환은 한국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뉴시스

지난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그는 본격적으로 기량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대회에서 박태환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3개를 목에 걸었다.

지난해는 박태환 신화의 절정이었다.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 출전한 박태환은 결승 50m를 남겨놓고 '갑자기' 스퍼트를 냈다. 눈으로 보고도 믿어지지 않는 역전승이었다. 400m 세계 최고를 자부하던 그랜트 해켓(호주)마저 꺾어버린 것이다.

이 대회에서 박태환이 세운 3분44초30은 그 자신이 갖고 있던 아시아 기록을 1초42 앞당긴 것이다. 이 경기로 그는 '국민 남동생'이 됐다.

효과는 즉시 나타났다. 이동통신, 식수 등 다양한 광고에서 박태환의 모습을 보게 됐다. 언론은 그의 훈련장면이라도 찍기 위해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했다. 많은 한국인이 '한국의 금메달 획득 수'보다 '박태환의 금메달 획득 여부'에 더 관심을 보인다.

물론 장담하기는 이르다. 박태환이 해마다 급성장하고 있다지만 각 부문에 강력한 경쟁자가 있다.

박태환은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자유형 200m, 400m와 1500m 등 세 종목에 출전한다. 200m에는 8개의 세계 신기록을 갖고 있는 '수영 천재' 마이클 펠프스(미국)가 버티고 있다. 올림픽사(史)에 전무후무한 기록인 8관왕을 노린다. 펠프스는 이번 대회 최고 스타 중 하나다.

400m 우승을 위해서는 그랜트 해켓을 넘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해켓이 3회 연속 금메달을 위해 1500m에 집중한다는 사실이다. 마이클 펠프스 역시 400m는 포기했다. 중장거리에 주력하는 박태환으로서는 희소식이다.

다만 '중국의 박태환'인 장린이 일방적인 응원을 업고 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점은 부담스럽다. 최근 기량이 급성장한 장린은 올림픽이 열리는 워터큐브에서 열린 올해 중국오픈 남자 자유형 400m에서 3분45초04로 중국신기록을 세우며 우승했다. 박태환과 차이는 불과 1초가량이다. 1500m에서는 장린이 기록상으로 박태환보다 앞선다.

박태환은 현재 남자 자유형 400m 부문 세계랭킹 1위다. 기록상으로 400m에서는 현재 가장 우승에 근접해 있다. 이번 대회에서 노민상 감독은 내심 박태환이 이 부문 세계기록인 이언 소프의 3분40초08에 다가서기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200m와 1500m의 경우 냉정히 말해 경쟁자들에 비해 박태환이 앞선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가 기록할 성적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박태환은 단순히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선수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만약 올림픽 자유형 부문에서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건다면 세계 언론은 '아시아'가 올림픽 주 무대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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