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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부시에게 할 말? "MB 좀 데려가줘요"

[현장] 부시가 오던 날, 다시 짓밟힌 민주주의

미국산 쇠고기 파동, 독도 영토 표기 파문 등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5일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날 서울 시내에서는 민주주의가 또 한 번 죽었다.

경찰은 부시 대통령의 방한 일정 시작과 함께 최고 경계령인 '갑호비상령'을 선포했다. 부시 대통령 방한에 반대하는 집회와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경찰은 2만4000여 명을 동원해 이를 철저히 봉쇄하려 했다.

그러나 1만여 명(대책회의 추산)의 시민들은 도심에서 경찰과 쫓고 쫓기는 가운데에서도 6일 새벽 1시 가까이 가두 시위를 벌였다. 강제 진압에 나선 경찰은 미성년자, 종교인을 가리지 않고 연행했고, 외마디 항의를 하거나 사진을 찍고 있었다는 이유 만으로도 연행했다. 연행자 수는 150여 명에 달했다.

색소 섞인 물대포 발사…경찰 "도로교통법 위반이라서"

이날 집회는 오후 5시 종로 보신각에서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파병반대국민행동,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주관으로 시작됐다. 꽉 찬 인도에서 밀려나 도로 건너편에서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던 700여 명의 시민들은 6시 30분경 청계광장으로 이동했다.

경찰은 곧바로 행진을 따라와 뒤를 막았다. 행진이 도착한 청계광장은 이미 광화문 방면이 경찰버스로 봉쇄돼 있었다. 사방을 막아선 경찰버스와 부대로 인해 청계광장은 이내 공기가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폐쇄 상태가 됐다. 시간이 갈수록 참가자는 점점 늘어나 1만여 명이 됐다.

7시 15분경 경찰이 청계광장으로 통하는 골목으로 첫 진입을 시도했다. '깃발'이 나가려했다는 이유였다. 한 시민은 경찰들 사이에서 소주병이 날아왔다며 격앙했다. 경찰은 "노약자, 어린이, 기자는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주길 바란다"며 최루액이 섞인 물대포를 쏘겠다고 경고했다. 또 경찰은 "비인간적이고 감정적인 불법행위를 중단하라"며 이전 촛불 집회에서처럼 시위대를 자극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이때는 아직 해가 지기 전. 집시법에 따른다고 해도 야간 집회로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경찰은 '묵비권'이라도 행사하듯 한결같이 입을 다물었다. 경찰은 "도로를 점거한 것은 도로교통법 위반에 따른 불법행위"라고 주장했다.
▲ 집시법에 따르면, 일몰 전에는 야간 집회로 간주할 수 없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도로교통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참가자들에 대한 진압과 검거 작전에 나섰다. ⓒ프레시안

▲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다가도 연행됐다. ⓒ프레시안

"여기가 미국 땅이냔 말이야"

7시 50분경, 청계광장에 모여 있는 집회 참가자를 향해 세 방향에서 동시에 경찰 부대가 진격해 진압을 시도했다. 경찰은 깃발을 들고 있는 이들을 집중적으로 연행했으며, 주변에서 항의하는 이들까지 막무가내로 연행했다. 비명소리와 카메라의 플래시가 사방에서 터졌다.

퇴근길에 양복을 입고 이를 지켜보던 한 시민은 "이 쓰레기같은 XX들아"라며 울음으르 터트렸다. 곳곳에서 "저게 인간이냐"라는 항의가 쏟아졌다.

8시경부터 종로구청 사거리 방면에서 경찰은 색소를 이용한 물대포 발사하겠다고 경고하며 진압과 일보 후퇴를 반복했다. 한 어머니는 아이에게 마스크를 씌워주며 "물대포 맞는다고 죽지는 않아"라며 달래기도 했다. 또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 1명이 '너무한 것 아니냐'며 경찰에게 따졌다는 이유로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가자들은 "여기가 미국 땅이냔 말이야, 부시를 반대하는데 왜 이러는 거야", "아주 원시시대로 가는구나", "어째 노무현보다 더 못해"라며 경찰을 성토했다.

경고 방송에 이어 경찰이 시범 발사하듯 물대포를 쏘며 진압을 시작했다. 이를 몸으로 막던 광우병 기독교대책위 소속 문대골 목사가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응급차로 후송됐다. 이외 10여 명의 대책위 관련 목회자도 모두 연행됐다.

참가자들은 청계광장에서 보신각으로 다시 이동했다. 경찰은 어김없이 종각 사거리 사방을 둘러쌌고, 9시 무렵 또 다시 동시 진압을 시작했다. 종로2가 방면에서는 색소가 섞인 물대포가 발사됐다.
▲ 경찰은 이날 색소 섞인 물대포를 참가자들에게 발사했다. ⓒ프레시안

▲ 물대포를 몸으로 막고 있는 문대골 목사. 그는 이후 갑자기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됐다. ⓒ프레시안

상점 안까지 난입해 연행 시도…"프레시안은 안 됩니다" 취재도 막아

9시 40분경, 경찰이 물러간 도로에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을 비롯해 시민들이 '모이자'를 연호하며 집결했다. 이들은 종로를 따라 행진을 시작했고, 이들과 일정한 거리를 확보한 경찰은 또 다시 뒤쪽에서 달려 나와 진압을 시작했다. 인도로 피한 2000여 명의 시민들은 "폭력 경찰 물러가라"며 차도를 점령한 경찰에게 외쳤다.
▲ 참가자들은 보신각 앞 사거리에서 한때 점거 농성을 벌였다. 그러나 곧 경찰이 사방에서 포위하며 진압 작전에 나섰다. ⓒ프레시안

경찰은 차도에서 카메라를 찍고 있던 여성을 연행했다. 인도에 서서 구호를 외치는 여성에게도 "한 번만 더 하면 연행한다"며 협박했다. 인도에서도 한 대학생은 "밀지 말라"고 했다가 연행됐다. 이를 '집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가 멱살 잡혀 연행될 뻔한 이도 있었다.

10시경 종로 2가의 한 화장품 점포에서는 경찰의 진압을 피해 들어온 시민 7명을 끌어내려 경찰 부대가 난입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 가게가 파손되자 점포 주인은 경찰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 경찰은 상점 안으로 피신한 참가자들까지 연행하려 난입해 매장 안을 어지럽히는 등 물의를 빚었다. 항의하고 있는 매장 주인. ⓒ프레시안

▲ ⓒ프레시안

언론에 대한 통제는 말할 것도 없었다. 경찰은 카메라를 든 기자들 앞에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대포를 발사했다. 연행 장면을 찍으려 하는 카메라는 노골적으로 제지당했다. 한 경찰은 진압이 벌어지는 봉쇄선 안으로 들어가려는 <프레시안> 기자에게 "프레시안은 안 됩니다"라며 막아서기도 했다. 또 진압 과정에서 <경향신문> 기자도 연행될 뻔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관 기동대와 전경 부대를 동원한 무력 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 종로를 따라 후퇴하던 참가자들은 자정을 넘긴 시각, 명동성당 들머리로 자리를 옮겨 연좌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이들까지 연행을 시도했다. 촛불을 계속 밝히려는 시민들과 강제 진압에 나서려는 경찰들의 대치는 6일 새벽까지 계속됐다.

"부시가 가는 어디에서든 이런 저항이 일어난다"

강기갑 의원은 "자국 이익 위해서라면 전쟁을 불사하고, 세계화라는 명분을 내세워 '승자 독식 패자 몰락'하게 하는 장본인인 부시가 방한한다"며 "독도 표기 해결 방안 같은 건 가지고 오지도 않는 부시를 반대하며 당당하게 헌법적 권리를 요구하는 국민을 경찰은 토끼몰이식으로 연행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종각 앞 도로에서 연좌 농성에 나선 강기갑 의원과 민노당 당직자들. ⓒ프레시안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가한 중학교 3학년 이예슬(가명) 양은 "경찰이 연행하려고 인도에 있는 우리더러 도로에 있었냐며 물어보더라"며 어이없어 했다. 그는 부시 대통령에게 "정신 차려라, 명박이 좀 데려가라. 필요없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전모(53) 씨는 부시 대통령에게 "일단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을 해야 한다"며 "말로만 사과하거나 빙빙 돌릴 일이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사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더 심각하다"며 "재협상을 하면 끝날 걸 미국 눈치를 보면서 시간을 끌고 있고, 이러다가 진짜 반미도 나온다"고 경고했다.

김 모(33) 씨는 "쇠고기로 촉발되긴 했지만, 언론 통제, 인터넷규제 등 이명박 정부 자체에 문제가 많다"며 "20년 전 풍경이 이랬겠구나 싶다"고 말했다.

이날 참가자들 중에는 유독 외국인들이 많았다. 미국에서 왔다는 한 외국인은 "부시가 가는 어디에서든 이런 저항이 일어난다"며 "왜? 말이라고 묻나. 전쟁을 일으킨 범죄, 고문한 범죄, 가난을 심화시킨 죄 등 그의 죄목은 수도 없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에서 온 한 참가자는 "아까 보수단체 집회도 갔었는데, 여기에는 더 다양하고 젊은 사람들이 모여있다. 이게 젊은 사람들의 생각 아니겠는가. 한국 정부는 이제 완전히 미국에 두 팔 벌려 환영하며 개방했다. 오늘 시위는 하나의 상징이지만, 그 뒤에 비정규직, 물가 등 수많은 사실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포르투갈에서 왔다는 또 다른 외국인도 "부시가 온다면 우리 역시 이와 같은 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날 경찰은 색소가 섞인 물대포를 진압 과정에서 수 차례 발사했다. ⓒ프레시안

▲ 참가자들에 대한 무차별 연행에 나선 경찰은 깃발을 들거나, 항의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참가자들을 강제 연행했다. ⓒ프레시안

▲ ⓒ프레시안

서울시청, 보수단체 집회에 다시 개방…서울공항 앞 집회, 경찰 진압에 무산

■ 이날 서울시청 앞 광장은 촛불 집회로 인해 훼손된 잔디를 다시 심는다며 봉쇄된 이후 처음으로 보수 단체들에게 개봉됐다.
▲ 보수 집회에는 한나라당 각 분과별에서 제작한 부시 방한 환영 현수막이 내걸렸다. ⓒ프레시안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촛불집회 중단, 독도 침탈 일본 규탄,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단호한 대처, 한미동맹강화' 등을 주장하며 '나라사랑 한국교회 특별기도회'를 열었다. 이들은 성조기와 태극기를 나란히 붙인 애드벌룬을 광장 한가운데에 띄워 부시의 방한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날 참석한 1만여 명의 시민들 역시 태극기와 성조기 모형 깃발을 나란히 들고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50~60대 연령층이 대부분이었으며, 조갑제 <월간조선> 전 대표가 나와 "우리는 미국을 반대하는 죄를 저질렀다"며 촛불 집회를 성토하기도 했다.

해병대전우회가 군복을 입고 인도를 행진하는 등 한대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촛불 집회 참가자들과의 충돌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이날 집회는 별다른 사고없이 마무리됐다.

■ 부시 대통령이 도착한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앞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방한을 반대하는 집회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봉쇄로 열리지 못했다. 바로 전 날인 4일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집회 금지 결정이 부당하다며 긴급구제를 결정했지만, 경찰은 이를 정면 무시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관계자 등이 공항 근처에서 피켓을 들고 있었다는 이유로 무차별 연행됐다.

이에 반해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수백 명은 서울공항 입구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며 부시 방한을 환영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국 경찰의 경호 가운데 서울시내 방향으로 차량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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