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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부시의 덫'에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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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은 '부시의 덫'에 걸렸다"

[홍성태의 '세상 읽기'] '독도 사태'와 미국의 전략

세상은 빠르게 변하는 듯하면서도 잘 변하지 않는다. 예로부터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민주화 20년'이 지났다고 해도 민주화가 제대로 이루어졌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친일-독재의 세력은 여전히 위세를 부리면서 심지어 '광복절'마저 없애자고 나서고 있다. '민주화 20년'을 지나면서 반민족과 반민주주의 세력인 친일-독재 세력의 문제가 다소 약화되기는 했으나, 그들은 정권을 쥐자마자 역사의 수레바퀴를 거꾸로 돌리려는 대공세를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국방부가 '금서목록'을 작성해서 사용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정말 이게 '뭥미'? 국방부 시계는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서 살짝 멈췄는가? 이렇듯 구태의연한 국방부의 행태를 보니 정말 독도를 지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 목록을 보다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친북과 반미가 이 목록의 핵심기준으로 보이는데, <반미가 왜 문제인가>라는 제목의 내 책이 쏙 빠져 있는 것이다. 미국의 문제를 문명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설명하고, '반미'를 문제 삼는 '보수 세력'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이 무서운 책이 왜 국방부의 금서 목록에서 빠졌을까? 아무래도 국방부가 금서 목록을 엉터리로 작성한 것 같다. 더욱 더 한심하다고 해야 하나,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반미가 왜 문제인가>(홍성태 지음, 당대 펴냄). ⓒ프레시안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의 한국 방문을 맞아서 이명박 정부는 '갑호비상령'을 발동하며 잔뜩 긴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통령은 이 세계에서 가장 적이 많은 자이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나 경호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고생하게 마련이다. 그러나 이번은 좀더 유난스럽게 느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명박 정부의 무능과 미국 정부의 탐욕이 결합해서 한미 관계를 극도로 악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는 미국 정부가 그토록 고대하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덜컥 결정했다. 그 결과 한국 국민은 심각한 '광우병 룰렛'에 시달리게 되었고, 미국은 연간 최소 1조 원 이상의 수입을 거두게 되었다. 이 잘못된 정책에 맞서서 국민들이 촛불을 밝히고 거리로 나선 것도 벌써 석 달을 넘어섰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 7월 27일 우리는 미국 정부의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표기했다는 황당한 소식을 접했다. 멀쩡한 우리의 영토가 '분쟁 지역'이 되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크게 분노할 일이었지만, 이것이 결국 일본의 터무니없는 요구를 인정한 것과 같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는 더욱 더 크게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황당한 소식은 일주일 뒤에 부시의 지시로 '원상 복구'되어 겉으로는 일시적인 '해프닝'으로 끝났다. 여기서 나아가 이명박 세력은 이명박 정부가 한미동맹을 확고히 다진 결과라는 둥, 이명박과 부시의 친분관계가 입증되었다는 둥 더욱 황당한 주장을 펼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아전인수식 주장은 정말이지 그저 '안습'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은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만들기 위해 오래 전부터 애써왔다. 그러니 일본의 행태에 대해 길게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일본은 우리의 영토를 빼앗기 위해 오래 전부터 치밀하게 작업해오고 있으나, 이에 반해 한국은 친일-독재 세력의 지배 속에서 독도를 지키는 척 해 왔을 뿐이라는 사실은 반드시 유념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이번의 독도 사태에서 이전과 비교해서 가장 크게 다른 것은 바로 미국의 행태이다. 미국 지명위원회가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표기했다가 부시의 지시에 따라 1주일 만에 '원상 복구'한 것이 과연 단순한 '해프닝'일까? 이번의 독도 사태는 한국에서 최대한의 이익을 거두고자 하는 미국 정부의 야비한 전략이 작용한 결과는 아닐까?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한 이명박 대통령. ⓒ로이터/뉴시스

잘 알려져 있다시피 미국의 축산업계는 미국 공화당의 가장 강력한지지 세력이다. 현재의 미국 정부는 공화당 정부이고, 올해의 대통령 선거에서 열세에 있는 미국 공화당 정부는 어떻게든 축산업계의 요구를 들어줘야 할 처지에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공화당 정부는 한국 정부에게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강요했고, 이명박 정부는 미국 정부와의 우의를 과시하기 위해 미국 공화당 정부의 요구를 대뜸 받아들였던 것이다. 그러나 부시는 물론이고 이명박도 '촛불 집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부시는 좋은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부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는데, 이 와중에 일본이 더욱 강력한 내용으로 또 다시 독도 사태를 일으켰고, 미국 정부는 이것을 적극 이용했던 것이다.

일본이 거듭 독도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은 미국이 사실상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샌프란시스코 조약'에서 독도를 반환영토로 명기하지 않았다는 것을 악용해서 일본은 계속 독도 사태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이 독도의 영유권 역사를 올바로 인정하면 일본이 더 이상 독도 사태를 일으킬 수 있는 근거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미국은 이 당연한 일을 하지 않고 일본을 내세워서 한국을 조종하는 야비한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미국 공화당 정부는 '광우병 룰렛'을 강요하고는 이에 대한 저항을 무마하고자 독도 사태를 악용한 것이다. 이제까지의 행태로 보건대 민주당 정부로 바뀐다고 해도 미국 정부는 이런 식의 야비한 전략을 계속 사용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이 조선을 일본에 넘긴 '태프트-가쓰라 밀약'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광우병 룰렛'의 강요와 이번의 독도사태는 불행한 근대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다. 그런데 한국의 '보수세력'은 '광우병 룰렛'과 독도사태에 맞서는 '촛불 집회'를 '친북반미세력'의 난동이라고 우기고 있다. 참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이 나라에 '보수'는 없다. 오직 '보수'를 참칭하는 '매국' 세력만 있을 뿐이다. 그들의 사회적 실체는 '친일, 숭미, 독재, 폭력, 투기, 부패' 세력이다. 이러한 한국의 '보수 세력'이 부시의 방한을 맞아 '부시환영 애국시민연대'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단체는 '부시환영 매국시민연대'로 이름을 바꿔야 옳을 것이다. '광우병 룰렛'을 강요하고 독도 사태를 이용하는 부시의 잘못을 도외시하고 일방적으로 환영하는 것이 어떻게 '애국'일 수 있는가?

'광우병 룰렛'과 독도사태는 미국에 대한 새로운 중요한 각성의 계기이기도 하다. 친일-독재 세력이 목메어 외치는 비합리적 숭미론으로는 광우병을 막을 수 없고 독도를 지킬 수 없다. 생명을 지키기 위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선 어린이, 청소년, 젊은이, 중장년, 노인네 등을 적대시하는 자들의 머릿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 있는 것일까? 이런 자들의 허황된 주장을 내세워서 잘못을 합리화하려고 하면 할수록 이명박과 부시의 문제는 더욱 명확해질 뿐이다. 올바른 한미관계는 비합리적이고 반민주적인 숭미 세력의 허황된 주장이 아니라 건강과 생명에 대한 촛불의 요구 속에서 비로소 이루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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