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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뭐라도 한번 해봐라

<고성국의 정치분석ㆍ56> '국정쇄신'을 위한 5가지 제언

불안하고 불편하다. 오늘은 또 어떤 사건들이 벌어질지. 조간신문을 펼쳐들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이 되는 게 나만은 아닐 것이다. 계속되는 외교실책과 정책혼선에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각종의 실수들.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원구성 협상이 결국 청와대의 반대로 결렬된 것도 그렇고 대통령의 인척이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30억 원을 받았다가 25억 원을 돌려준 사건을 단순 사기 사건으로 다루겠다는 정부의 방침도 이런 이해하기 어려운 사건들 중 하나다.

사건 하나하나마다 정부·여당 책임자들의 무책임한 모습들이 어른거리고, 이미 집권 세력의 고질병이 되어버린 소통 부족에 따른 동맥경화 현상이 드러나며, 그때마다 곧 문책하고 경질할 것 같다가도 끝내 유임과 미봉적 수습책으로 넘어가곤 하는 대통령의 답답한 리더십 스타일이 재현되곤 하는 지금의 총체적 국정난맥상을 과연 얼마나 더 지켜보아야 하는 걸까.
▲ ⓒ청와대

어떻게든 돌파하고 싶을 것이다. "실패는 있어도 포기는 없다"는 집념과 돌파력으로 여기까지 오지 않았던가. 이 정도로 한계를 인정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사태로 인해 이렇게까지 몰려 버렸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한번 한다면 지금의 어려움은 능히 극복할 수 있을 것인데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런 마음, 이런 의지, 이런 욕구들이 여름 휴가를 떠나기 직전 영국의 전쟁영웅 윈스턴 처칠의 회고록을 청와대 비서들에게 돌려 읽게 한 대통령의 마음일 터이다.

난국의 성격이 다르고, 따라서 난국 돌파의 리더십 또한 처칠의 그것과 달라야 한다는 문제제기와는 별도로, 윈스턴 처칠이 아니라 그 누구라도 좋으니 우리 대통령이 제대로 한번 리더십을 발휘해 이 난국을 극복했으면 하는 절박한 기대를 갖고 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이명박 대통령을 위해서도 아니고 정부와 한나라당을 위해서도 아니다. 대통령이 이 난국을 돌파하지 못할 경우, 그리하여 남은 4년 반 동안 아무 대책 없이 경제적 피폐함과 사회적 황폐함, 정치적 천박함과 문화적 경박함 속에서 몰락과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는 우리 국민과 우리나라를 위해서 하는 말이다. 이러한 절박함을 실어 국정 쇄신을 위한 5가지 과제를 제안하고자 한다.

국정쇄신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정립하는 것이다. "실용"과 "기능"은 도구적 가치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대통령의 통치철학은 될 수 없다. 보수도 좋고 개혁도 좋으니 대통령이 지향하는 가치, 대통령이 진정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국정철학을 분명히 세우고 그것을 거리의 장삼이사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해야 한다. 이로써 대통령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대통령이 이 나라를 어디로 이끌고 가려 하는지를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알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국가 목표를 국민적 수준에서 정립할 수 있으며 그럴 때야 비로소 국민 모두는 아닐지라도 국민 다수의 자발적 동의를 기대할 수 있으며 정권의 정체성과 자신의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능동적 지지자들을 조직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둘째,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입각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전면적으로 재정렬해야 한다. 대통령 지지도 10% 상황에서 복수의 국정과제를 동시에 병렬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가장 핵심적인 국정과제를 가려내고 여기에 당정청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다 잘하지는 못하지만 하겠다 한 일만큼은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어도 그 정도의 능력과 의지는 갖추고 있는 정권이라는 점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이 길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유일한 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셋째, 재정립한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잘 이해하고 재정렬된 국정과제를 잘 추진할 수 있는 사람들로 청와대와 내각을 전면 교체해야 한다. 다만 새 인물에 대한 인사 검증과 지금도 3명의 신임 장관들이 임명을 기다리고 있는 등의 특수한 사정을 감안하여 총리를 비롯한 전면 개편의 시점을 연말로 설정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일 수 있겠다는 점은 미리 지적해 둔다.

넷째, 공권력의 동원을 최소화하고 야당 및 시민 사회와의 대화와 타협으로 정국을 운영해 가는 정치적 정국 운영 기조를 확고히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청와대의 정무 기능을 강화하고 총리 이하 내각의 정치적 조정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정국 운영에서 한나라당의 정치적 비중을 높이고 대통령부터 솔선수범해 한나라당 지도부가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정치적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다섯째, 국민과 대통령 사이의 감성적 소통을 일상적으로 구현해가야 한다. 당·정·청간 소통도 중요하고 정책과 정치담론 수준의 소통도 필요하지만, 국가 지도자인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가장 먼저 이루어져야 할 소통은 감성적 일체감이다. 국민의 고통을 함께 하는 대통령, 국민의 어려움을 아는 대통령이라는 정서적 일체감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무미건조한 대화로는 "모두 하나가 되는" 진정한 소통을 이루어내지 못한다. 레이건의 연기도 좋고 클린턴의 명석함도 좋고 하다못해 부시의 어눌함도 좋으니 국민과 함께 웃고 울면서 마음으로부터 소통할 수 있는 이명박식 리더십 스타일을 하루 빨리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논리가 아니라 감성으로 하나 되는 감동의 리더십 말이다.

위에서 제시한 다섯 가지 국정 쇄신책은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준비와 근본적 방향 전환을 요하는 방책들이다. 그래서 지금의 난국을 극복하기에는 지나치게 긴 시간을 요하는 중장기 방책들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겠다. 하루하루가 위기인데 한가하게 6개월씩 준비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말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야 하는 법이다. 국가 경영에 왕도는 따로 없다.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정권이 국가를 제대로 경영할 수는 없는 법이다.

준비하는 6개월보다 그 후의 남은 4년이 훨씬 길고 중요하다. 진정한 위기의식으로 난국 돌파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는 진정한 "시대의 영웅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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