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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승부수는 재신임국민투표? 중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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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대통령의 승부수는 재신임국민투표? 중간평가?"

[촛불의 소리] 오류와 오독을 넘어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이대통령의 승부수"라는 지난 7월 28일자 칼럼을 보고 급히 글을 써서 <프레시안>에 보냈다. (☞관련 글 보기)
  
  필자는 앞서 쓴 글에 결정적인 잘못이 있었다는 사실을 어떤 이의 지적을 받고서야 알게 되었다. 필자의 글에 올류가 있다는 점이 부끄럽지만, 잘못은 바로잡아야겠다는 책임감을 느낀다.
  
  필자는 <프레시안>에 기사 제보를 하면서 가능하면 익명으로 처리해주기를 청했다. 차마 참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끔 글을 쓰지만, 익명성 뒤에 숨어 무책임하게 글을 쓰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촛불을 든 '義兵'이고 싶었다. 19세기 의병이 죽창과 낫으로 무장했다면 21세기 의병인 디지털게릴라는 키보드, 휴대폰, 카메라로 무장했다. 그 의병이란 용어가 어느 문인의 입에 올려지면서 오염되긴 했지만 여전히 의병을 자처하고 싶다. 의병은 누란의 위기에서 생업을 잠시 접고 전장에 나선다. 그들은 이름표도 계급장도 없고 죽어서도 무덤도 없다. 촛불을 든 무수한 의병 중 하나의 외침으로 필자의 글이 받아들여지기를 기대했을 뿐이다. <프레시안>의 '촛불의 소리'라는 타이틀이 참 좋았다.
  
  이름도 없는 의병의 글이지만 사실 착오만은 바로잡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사실은 잘못된 결론-실천-결과를 가져오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된 정보를 전파시킨 <프레시안>의 명예가 걸려 있기도 하다. 이에 <프레시안> 측에도 정말 미안하게 생각한다.
  
  필자의 사실 관계 오류
  
  이전 글의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내외적 위기 상황 하에서 더욱 보수적으로 경도될 것이며, 더 나아가 김대중 고문의 훈수 대로 승부수='재신임 국민투표'라는 극약처방을 택할 위험성이 있으며, 한편 재신임 국민투표는 촛불에게 독배가 될 것임을 경계했다.
  
  그런데 필자의 글에 대해 'BACH2138'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분이 댓글로 필자 주장의 주요 논거에 대해 잘못을 지적했다. 필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제안했던 방식, 즉 재신임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은 위헌판결이 내려졌지만, 중요 정책(외교ㆍ국방ㆍ통일 기타 국가안위에 관한 중요정책-헌법 72조)을 국민투표에 회부하면서 재신임을 사실상 결부시킨다면 위헌 시비를 우회할 수 있다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BACH2138'님은 후자마저도 동시에 위헌 판결했다고 아래와 같은 근거를 제시하며 지적해 주었다.
  
  "대통령은 헌법상 국민에게 자신에 대한 신임을 국민투표의 형식으로 물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특정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면서 이에 자신의 신임을 결부시키는 대통령의 행위도 위헌적인 행위로서 헌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헌재 2004.05.14, 2004헌나1, 판례집 제16권 1집)
  
  헌재가 노무현 탄핵판결 시 노무현의 행위와 전혀 관련이 없는 후자에 대해서도 위헌 판결했으리라고는 미처 살피지 못했지만 그것은 사실이었다. 필자는 오류에 대해 댓글로 잘못을 인정하고 감사하면서 아래와 같이 적었다.
  
'BACH2138'님께 감사
  무명씨 / 2008-07-30 오후 12:35:53
  
  'BACH2138'님께 한 수 배웠습니다.
  
  제가 법학 전공이 아닌데다 대충 기억에 의존해서 급히 쓰다 보니 잘못이 있었습니다. 헌재가 재신임국민투표는 물론, 특정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면서 자신의 신임을 결부시키는 것마저도 위헌 판결했다는 사실을 미처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저의 결정적 잘못입니다. 그 잘못을 지적해 준 점에 대해 님께 정말 고맙게 생각합니다. 글을 더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위의 제 불찰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실상의 재신임국민투표가 여전히 가능하고 이명박의 가장 유력한 승부수일 거라는 생각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특정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면서,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재신임을 거론하지 않는 대신에, '청와대 고위관계자'의 입이나 조중동의 바람잡이 역할을 통해 사실상의 재신임 국민투표로 몰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지지율이 바닥인 현 상황에서는 어떤 정책을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 자체가 재신임으로 간주될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촛불을 든 이들마저 대부분 그 국민투표를 재신임과 결부지어 생각할 겁니다.
  
  제가 이명박이라면 '공공부분 합리화'라는 정책을 내걸고 재신임국민투표라는 승부수를 택할 겁니다. 안타까운 것은 그것이 독배인줄 알지만 촛불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는 사실입니다. 재신임이란 눈앞의 달콤한 유혹에 걸려들어 독배를 마시고 말겠지요. 그리고 어쩌면 이명박은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받지 못한다 하더라도(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재신임과 연계시키지 않았다는 핑계를 대면서 대통령직에서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겁니다. 그것은 이명박 개인의 품성 문제만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집단들의 최근 행태를 보면 짐작 가능합니다.
  
  이래저래 참 갑갑한 시간들입니다. 과연 제 예상대로 국민투표가 현실화될지는 알 수 없지만, 촛불도 닥쳐올 국면들을 깊이 궁리해 보는 것도 필요하리라는 생각에 주제넘게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님과 고수들의 지혜를 구합니다.

  필자는 6.10촛불항쟁 직후 실명으로 쓴 글에서 재신임 국민투표의 가능성을 언급했었다. 거국내각 개헌 주민소환 탄핵 등 여러 가능성을 따져 본 결과 그나마 가장 유력한 대안이 재신임국민투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촛불을 든 이들이 재신임 국민투표를 요구하는 것을 보면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주장인지를 상기시킬 필요성을 절감하며 7월 8일자 <프레시안>에 실린 글에서 중요 주제들을 두루 언급하는 가운데 이 문제를 좀 더 부연했었다. 그리고 김대중의 칼럼을 보고 29일자 글을 쓰면서 이전 글의 관련 부분을 박스 처리하여 재록했다.
  
  그 재록한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잘못된 정보가 있었던 것이다. 필자가 범한 오류는 법학을 공부하는 이들에게는 상식에 속하는 것이리라. 각 분야의 전문적 정보를 가진 이들이 촛불에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런 안타까움은 결국 필자의 오만과 오류로 귀결되었다. 그러나 앞서도 말했지만 사실상의 재신임국민투표는 여전히 유력한 승부수일 수 있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잘못된 사실이 핵심 주장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하지 않은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승부수는 재신임국민투표? 중간평가?
  
  이왕 글을 쓴 김에 또 하나의 문제에 대해 보완 설명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 글을 쓰야겠다고 결심을 굳힌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의 오류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필자가 쓴 글이 갖고 있는 중대한 오류 가능성을 또 하나 발견했다. 김대중의 승부수에 대한 칼럼이 중대한 사실을 발설한 것임에도 의외로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이 의아해서 지난 번 글(7월 29일자)을 쓰게 되었다. 그런데 나중에 <뷰스앤뉴스> 이영섭기자가 김대중 고문의 칼럼을 주목하고 이와 관련된 기사(28일자)를 쓴 것을 추가로 발견했다. 그 제목은 "<조선일보>, 'MB중간평가' 마침내 공론화"였다. 이영섭 기자는 김대중 고문이 말한 승부수를 '중간평가'로 해석한 것이다. 필자는 '재신임국민투표'라고 해석했는데...
  
  이영섭 기자는 중간평가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부연 설명했다.
  
  "보수 진영이 극한 위기감을 느끼며 위기돌파책의 하나로 '중간평가'가 거론되던 와중에 나온 것이어서 향후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보수진영 내 '중간평가론'의 골자는 이 대통령이 임기 2~3년 되는 시점에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대국민 약속을 하고 국정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그럼 필자가 말한 '재신임 국민투표'와 이영섭기자가 말한 '중간평가'는 어떻게 다른가? 그 차이의 핵심은 시기의 문제이다. 필자가 말한 사실상의 '재신임 국민투표'란 지난 글에서 언급한대로 보수의 결집과 언론장악이란 전제조건이 일정하게 마련되는 '가까운 미래의 중간평가'이다. 그런데 이영섭기자가 말한 '중간평가'란 앞서의 인용에서 보듯이 2~3년 뒤의 '먼 미래의 재신임 국민투표'(국민투표외 중간평가 방법이 있을까?)이다.
  
  그럼 김대중 고문이 말한 승부수란 '가까운 미래의 재신임국민투표'인가 '먼 미래의 중간평가'인가? 김 고문이 이와 관련되어 집중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이 대통령은 승부수를 준비해야 한다. 헌법적으로 무리가 있겠지만 드골이 개헌을 내걸고 자신의 진퇴를 걸었듯이 국민에게 시간을 얻어 신뢰를 회복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진퇴를 제시하는 정도의 승부수를 던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 자신 지리멸렬하게 4년 반을 보낼 만큼 무기력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위에서 '헌법적으로 무리가 있겠지만'이라는 표현과 '드골이 개헌을 내걸고 자신의 진퇴를 걸었듯이'라는 표현을 두고 보면 필자의 주장대로 가까운 미래의 재신임 국민투표일 가능성이 크다. 중간평가의 국민투표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내려진 것을 잘 알고 있는 대논객이 감히 위헌적 발언을 할 리가 있겠는가? 더구나 드골은 '먼 미래의 중간평가'식의 승부수를 택한 적이 없다.
  
  하지만 곧 이어지는 '국민에게 시간을 얻어 신뢰를 회복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진퇴를 제시하는 정도의 승부수'라는 표현은 이영섭 기자의 해석처럼 '먼 미래의 중간평가'로 해석하는 편이 더 타당할 것 같다.
  
  김 고문의 글에 이러한 약간의 모호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김 고문의 승부수를 '가까운 미래의 중간평가' 로 왜 오독(?)했던 것일까? 필자는 '먼 미래의 중간평가'는 결코 승부수가 될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노태우도 대선 국면에서 중간평가를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먼 미래의 중간평가'를 대국민 약속한다고 하더라도 그 약속이 지켜지리라고 믿을 수 있을까? 중간평가 약속 때문에 추가로 신뢰를 보낼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이 대통령이 그가 절대 신봉하는 하나님 앞에 중간평가를 맹세한다고 하더라도 그 신뢰도가 추가될까?
  
  2~3년 후 중간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점은 이미 정권의 후반기에 접어드는 시점이다. 그 시점에 중간평가가 만약 현실화 된다면 이대통령이 불신임당할 확률이 높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하지만 그 확률을 따지는 것은 무의미하다. 중간평가는 이미 위헌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애초부터 성립하기 어렵다. 또 설사 그런 중간평가 약속이 있다하더라도 그 약속의 날이 임박한 즈음에 권력의 나팔수들이 중간평가의 위헌성, 국론분열과 국력 낭비 등을 들먹이며 중간평가의 불가함을 복창하게 될 것이 불보듯하다.
  
  대통령에게 승부수를 압박한 <조선일보>와 김대중 고문마저 그 복창에 가세할 지도 모른다.
  
  따라서 '먼 미래의 중간평가' 약속은 흥행성도 없는 헛된 정치쇼에 불과하다. 그런 헛된 약속은 아니함만 못하다. 탄핵 사유가 하나 추가될 뿐이다. '먼 미래의 중간평가'는 결코 진정한 의미의 승부수가 될 수 없다. 이런 확신이 지나쳐서 필자는 김대중 고문의 글을 오독한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김대중 고문의 진의는 본인만이 알겠지만.
  
  필자의 잘못을 지적해준 이에게 남긴 글에서도 말했지만, '가까운 미래의 중간평가' 즉 사실상의 재신임 국민투표는 여전히 이 대통령의 유력한 승부수이다. 그 승부수가 현실화될지는 단언할 수 없지만 만약 현실화된다면 '공공부문 개혁(합리화)' 정책이 국민투표 대상이 될 것 같다. 물론 그것이 '국가 안위에 관한 중요정책'인가를 둘러싸고 논란이 있겠지만….
  
  이 글을 쓰면서 가시권에 들지도 않았고 현실화되지도 않을 '사실상의 재신임국민투표'에 너무 집착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에게 승부수가 있다면 바로 이것뿐일 것이라고 여기며 궁구해 보았다. 촛불도 좀 더 깊이 성찰하고 성숙하기를 바라며 이 번잡한 글을 감히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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