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왕국의 게릴라들>, <우리들의 하느님>, <대한민국 史>, <나쁜 사마리아인들>, <지상에 숟가락 하나> 등 대중 교양 서적 및 문학작품 23권이 국방부가 선정한 '불온도서 목록'에 포함됐다"는 지난달 31일자 언론 보도에 따른 조치다.
알라딘 "불온서적 중 읽은 책에 대해 '200자 평'을 올려달라"
당시 보도에 따르면, 군 당국은 '불온도서 목록'을 '북한 찬양' '반정부·반미' '반자본주의' 등 세 분야로 나눠 제시했다.
또 군 당국은 '군내 불온서적 반입 차단대책'으로 △불온서적 취득시 즉시 기무부대 통보, △휴가 및 외출·외박 복귀자의 반입 물품 확인, △우편물 반입시 간부 입회 하 본인 개봉(확인) 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보도가 나온 뒤, 온라인 공간에는 누리꾼들의 격렬한 반응이 쏟아졌다. 그리고 1일, 알라딘은 군 당국이 선정한 '불온서적'을 한데 모은 자리를 열었다.
알라딘 측은 "23종의 불온서적 가운데 자신이 읽은 책에 200자 평을 댓글로 달면, 알라딘 적립금 1000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200자 평'이 쏟아졌다.
"故 권정생이 이 소식 들었다면…"
이날 '200자 평'을 게재한 누리꾼 '스위스'는 "<우리들의 하느님>이 불온서적에 끼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이명박 정부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인지 잘 알게 됩니다. 이 기회에 <우리들의 하느님> 홍보가 잘 되었으면 합니다. 그동안 저 책 잘 모르는 분이 많아서 안타까웠는데 차라리 바람직한 일이 되었네요"라고 밝혔다.
<우리들의 하느님>은 작고한 아동 문학가 권정생 씨의 글을 모은 책이다. 좌, 우 이념을 선동하는 글은 한 편도 없다. 자연과 벗하는 가난한 삶에 관한 글이 대부분이다. <몽실언니>, <강아지똥>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고(故) 권정생 씨는 삶의 대부분을 교회 종지기로 보냈다. 대단한 학력을 지닌 것도, 강한 신체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런 그가 남긴 글에 '불온'이라는 낙인을 찍은 국방부를 향해 누리꾼 '스위스'는 "권정생 님의 <우리들의 하느님>이 불온서적 리스트에 끼여 있는 걸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생전에 권정생 님이 이 소식을 들으셨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이셨을까요"라고 적었다.
"국방부는 '삼성왕국'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이름이라고 아는가 보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가 쓴 <대한민국 사>에 대한 '200자 평'을 쓴 누리꾼 '넷게릴라'는 "'가뜩이나 이 심난한 시대에 뭘 읽어야 하나'하고 고민하던 새 세대들에게 국방부, 추천도서 목록 확실히 작성해 주셨다"라며 군 당국의 조치를 비웃었다.
이어 그는 "이제 이 목록들 열심히 퍼나르기만 하면 되겠다. 국방부뿐만 아니라 여러 부처에서 이런 양서목록 두루 만들어 주셔서 널리널리 보금해 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적었다.
<프레시안> 기자들이 쓴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에 대해 '200자 평'을 쓴 누리꾼 '쏘녀'는 "삼성 왕국이 대한민국의 진정한 이름인 것을 알고 이를 보호하기 위해 과감히 불온 서적 목록에 올린 것인가"라고 적었다.
이어 그는 "(<삼성왕국의 게릴라들>이) 겉보기에는 국방과 하등 관련이 없어 진실을 모르는 뭇 민간인들의 비난이 충분히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진실을 위해서는 이를 기꺼이 감수한다는 것 아닌가"라며 "실로 대한민국의 적통성이 어디에서 오는지, 대한민국의 진정한 실체가 무엇인지 잊지 않는 혜안임과 동시에 군인다운 과감성이 돋보이는 선정이다"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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