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 현 서울시 교육감이 첫 주민 직선 서울시 교육감에 당선되면서, '경쟁' 중심 교육 정책에 속도가 붙게 됐다.
공정택 당선자는 31일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고등학교 간 경쟁을 강화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또 영어전용교실을 설치하고, 모든 학교에 원어민 교사를 배치하는 등 영어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다시 확인했다. 교원평가에 대해서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양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향후 전교조와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경쟁에서 뒤처진 학교, 학급 줄이겠다"
공 당선자는 "우리나라도 경쟁 체제로 속도를 붙여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변화가 늦어지는 만큼, 선택권 확대 정책을 통해 고등학교 경쟁 속도를 빨리 붙여야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는 2010년부터 시행되는 학교 선택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 이는 학생들이 거주지와 다른 지역 고등학교 2곳을 선택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는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학교는) 입학생 수가 모자라게 돼 학급을 감축하는 등 자연히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교 선택제 시행 초기에는 비(非) 선호학교에 대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학교로 정해지면 학급을 감축하는 등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말이 따라붙었다.
"미국처럼 교장을 'OUT' 시키겠다"…교장이 지지 기반인 공정택, 할 수 있을까?
공 당선자는 "학교 선택제는 1974년부터 시행해온 평준화 정책을 보완하는 것"이라며 "미국과 일본은 이미 교육경쟁 체제로 가고 있다. 미국은 학교 간 완전 경쟁을 통해 뒤처진 학교는 과감히 도태시키고, 교장을 'OUT'시킨다. 이에 대해 미국인들은 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장들을 지지 기반으로 삼고 있는 공 당선자가 교장들에게 불리한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많지 않다. 학교 간 경쟁을 독려하기 위한 제스처 정도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영어전용교실 만들고, 모든 학교에 원어민 교사 배치하겠다"
그는 또 "공교육을 바로 잡는 것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는 근간"이라며 "공교육을 활성화해 학원에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학원 교습시간을 밤 10시로 제한한 것에 대해 "한때 시간 조정을 추진했지만, 앞으로 재임 기간에는 밤 10시를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영어교육이 사교육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라면서 "학교의 영어교육을 강화해 영어전용교실을 만들고, 모든 학교에 원어민을 의무적으로 배치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청렴도 꼴찌, 벗어나도록 노력하겠다"
논란이 되고 있는 교원 평가제에 대해 그는 "교원 평가제는 지금 바로 시행하기 어렵고, 교원단체와 논의하고 타협하면서 깊이 있게 연구하는 준비단계를 거쳐 최대한 시행 시기를 앞당기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기회가 된다면 전교조 집행부와 만나 협상하고 싶다. 무엇을 양보하겠다는 의미는 아니고 끈기 있게 설득하겠다는 말"이라고 밝혔다. 양보 없이 설득하겠다는 이야기다. 이런 태도로 전교조와 원활한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공 당선자는 서울시 교육청이 청렴도 평가에서 3년 연속 전국 꼴찌를 기록했던 것에 관해 "서울은 학생 수도 많고, 급식과 수학여행 등으로 1등을 하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면서 "하지만, 꼴찌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이다. 청렴도 회복을 위해 외부 기관을 활용할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강남 지역 '몰표'…"'수월성 교육'에 뜻을 둔 학부모 지지 받았다"
한편, 그는 강남 지역에서 몰표가 나온 것에 대해 "아마도 그 지역에서 교육위원을 2번이나 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노원, 목동, 강남 등 아파트 지역에서 아무래도 수월성 교육에 뜻을 두고 교육을 하는 부모님들이 더 많아 큰 지지를 받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월성 교육에서 뒤처진 학생들을 위한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대신, 그는 "교육정책 시행에는 강남과 강북의 균형을 맞추겠다"며 "강남에 집중해 교육정책을 펼 생각이 없다"고 덧붙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