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효과는 없었다. 일명 '아고라 효과'가 얼마나 발휘됐는지를 두고 관심을 모았던 다음의 2분기 실적은 딱 시장의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었다. 오히려 수익성 면에서는 숙제를 남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분기 영업이익 113억 원, "시장 예상치 부합"
31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41.7% 증가한 113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전 분기에 비해서는 31.3% 늘어났다.
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43.3% 늘어난 117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1분기 다음다이렉트자동차보험의 지분매각으로 처분이익금 402억 원이 반영된 결과다.
본사기준(www.daum.net)으로는 영업이익 130억 원, 당기순이익 106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64.7%, 173.7% 증가한 수치다.
미디어 부문과 검색광고 부문의 성장이 실적 증가를 이끈 주요인으로 판단된다. 미디어 부문(연결기준) 영업이익은 디스플레이 광고와 검색광고 부문 성장에 힘입어 전 분기 대비 28억 원 증가한 128억 원을 기록했다.
검색광고 매출은 지난해보다 23.4% 성장하며 304억 원을 기록해, 분기 기준으로 사상 처음 300억 원을 넘어섰다. 이밖에 쇼핑검색 서비스인 '쇼핑하우' 매출은 전 분기에 비해 7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적 발표 전 증권가에서 예상한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결과다. 김창권 대우증권 수석위원은 "시장 기대치와 일치했다고 보면 된다. '서프라이즈'를 운운할 정도는 전혀 아니다"며 "오히려 성장 면에서는 디스플레이 광고 성장률이 기대보다 다소 떨어지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최경진 굿모닝신한증권 수석연구원도 "시장 컨센서스(의견)와 대체로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내일 증권사들이 실적 의견을 낼 때도 목표주가 변동이 크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고라 효과'는 허상이었나
다음 실적과 관련해 한편에서는 '과연 촛불이 다음의 실적 개선에 어느 정도로 영향을 미칠 수 있나'는 물음이 나오곤 했다. 아고라를 중심으로 촛불 정국이 돌아가면서 과연 아고라를 찾는 이가 얼마나 늘었는지, 이들의 방문이 다음의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가 관심을 모았기 때문이다.
일단 다음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검색시장 점유율은 꾸준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30일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다음의 검색점유율은 지난 6월 첫 주 11.42%에서 7주 연속 상승해 7월 셋째 주에는 15.38%까지 올랐다. 반면 네이버는 같은 기간 77.29%에서 73.48%까지 하락했다. 직접적인 연관관계를 분석하기는 어렵지만, 아고라 효과가 어느 정도 다음의 검색 점유율 상승에 도움을 줬다고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2분기 실적 또한 지난해에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수준이다. 하지만 시장전문가들은 수익성 면에서 '아고라 효과'는 찾기 어려웠다는데 무게를 둔다.
김창권 수석위원은 "사용자가 많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가 과연 얼마나 실적과 연관된 부분이냐는 논란거리"라며 "아고라 활동가들이 주로 이용하는 서비스는 미디어 쪽에 집중되는데 이는 수익성 향상에 제한적이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음 측에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와 같은 반응에는 물론 '포털이 특정 이용자에게 편향됐다'는 지적이 나올 가능성에 대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회사 입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 관계자는 "컨퍼런스 콜에서도 '아고라 효과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말씀을 드렸다. 물론 이용자가 늘어나 검색성장률이 올라간다면 다음의 전체적 경쟁력이 향상된다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꼭 아고라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오히려 한편에서는 2분기 실적마저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아고라 효과가 있었다, 없었다를 따지기도 어려운 수준이라는 얘기다.
최경진 수석연구원은 "사실 2분기 실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필요한 상황임이 명확해졌다. 영업이익이 증가한 이유도 1분기 실적이 저조했던 데다 2분기에 마케팅 비용 지출이 소규모였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지금 지급수수료가 굉장히 많이 늘어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2분기 실적을 두고 촛불의 영향이 있었다 없었다를 논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디스플레이 광고부문 성장에 대해서도 '기저효과를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2분기 디스플레이 광고 부문이 10% 조금 못 미치게 성장했는데 이는 1분기에 워낙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전분기 부진을 감안하면 성수기인 2분기 실적은 지금보다 더 좋았어야 한다. 성수기 진입 효과를 충분히 못 누렸다"고 지적했다. 아고라 효과가 있었다고 보기에는 민망한 수준이라는 얘기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이번 촛불 정국이 분명 긍정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직접적 효과를 논하기는 어렵지만 누리꾼 노출이 많아지는 것에 대한 효과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창영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인터넷 사업은 결국 트래픽이 늘어나는 만큼 광고금액도 높아지게 된다. 아고라에 광고가 많이 달리지는 않지만 아고라를 이용하는 누리꾼들이 다음을 초기화면으로 설정하는 부분, 다음이 제공하는 연관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며 "지금 실적이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해도 앞으로는 성장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올해는 다음에 굉장히 중요한 해"
촛불 정국을 떠나서도 올해는 다음에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사실상 검색에 본격적으로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다음이 올해 어떤 실적을 내느냐가 앞으로 인터넷 포털 시장을 전망하는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김창권 수석위원은 "결국 인터넷 포털 사업은 검색에서 승부가 난다. 가장 규모가 크고, 성장이 빠르고, 수익성이 높은 부문이기 때문이다"라며 "앞으로 검색광고 부문에서 다음이 얼마나 높은 성장을 하느냐, 많은 수익을 올리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 한동안 보험,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부문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했던 다음은 지난해 이를 포기하고 검색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그 동안의 다각화 행보 포기 선언을 했다. 올해 초 대대적인 검색 광고를 펼친 것도 이와 같은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다음은 앞으로도 검색 강화에 '다 걸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검색본부장(CPO)이 다음이 제공하는 서비스 전체를 총괄하는 방식으로 조직구조 자체를 개편한 것도 이를 상징하는 대목이다.
결국 가야 할 길을 찾은 것이라는 평가다. 최경진 수석연구원은 "다음이 그동안 다른 수익 사업을 벌이면서 네이버와의 검색 격차가 많이 벌어졌는데 최근 들어 검색에 집중하면서 조금씩이라도 쫓아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앞으로 IPTV 등 새로운 인터넷 환경이 닥쳤을 때도 수익모델을 꾸준히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최 수석연구원은 "어차피 이제 포털 산업은 2강 체제로 굳어지고 있다. 네이버와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는 다음이 꾸준히 네이버를 쫓아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올해가 다음에 굉장히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신문 3사와 일부 경제신문과의 틀어진 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느 정도 부정적"이라며 "관계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어떤 식으로든 특정 이념을 반영하는 듯한 모습을 포털이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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