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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공안정국에서 발을 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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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공안정국에서 발을 빼라

<고성국의 정치분석ㆍ55> '고비용'의 결말은 '예정된 파국'

공안적 대치 국면이 가파르게 구축되고 있다. 정부·여당이 구축하고 있는 전선의 대상은 언론과 촛불 집회와 민노총이다. 정부가 주도하고 한나라당이 받쳐주고 있는 이번 공안 정국의 특징은 사법 처리와 정치 공세의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손에는 칼, 한 손에는 정치 이념 담론'을 들었으니 가히 전방위적 압박이요, 전면적 공세라 할 만하다. 그러나 정부·여당이 총체적 공세를 통해 조성해가고 있는 이번의 공안정국에 정치적 긴장이 별로 느껴지지 않는 건 왜일까.

'역사는 되풀이되나 그 양태는 똑같지 않다. 첫 번째가 비극이었다면 두 번째는 희극으로 되풀이 된다'고 하는데, 지금 만들어지고 있는 공안정국을 보면서 20여년 전의 공안정국을 떠올리지만 털끝에까지 전해오던 그때와 같은 긴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의 공안정국이 희극적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현 공안정국의 희극적 요소는 세 가지다.

첫째, 탈이념을 표방한 실용정부가 가장 이념적인 공안적 공세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공안 정국이 정국을 정면 돌파하는 방식으로가 아니라 두 차례에 걸친 대통령의 대국민사과 담화를 기점으로 촛불 정국이 마무리되는 단계에서 '이삭줍기' 방식으로 궁색하게 구축되고 있다는 점이다.

셋째, 공안정국이 정부·여당의 정국 주도권 강화로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정국 주도권 약화로 귀결되고 있다는 점이다.
▲ ⓒ프레시안

앞의 두 가지 점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겠지만 세 번째 요소에 대해서는 선뜻 동의하지 않을지 모르겠다. 최근 정국 흐름으로 보나 정부 관계자들의 서슬 푸른 기세로 보나 공안정국을 구축함으로써 정부·여당이 어느 정도 정국 주도권을 행사하게 된 것만은 객관적 사실로서 인정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외형적으로 보이는 모습에 불과하다. 법무부 장관과 경찰청장과 청와대 수석과 집권당 지도부가 대거 나서는 바람에 정부·여당의 공안적 의지가 분명하게 가시적으로 드러나고는 있으나 그것이 곧바로 정국 주도권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정국 주도권은 공포의 조직적 동원과 물리력의 실제적 사용을 통해 정치적 반대 세력에 대한 물리적 통제를 완벽하게 구사할 때 행사되거나, 정부·여당이 대화와 설득으로 국민의 자발적 동의와 정치적 반대 세력의 타협적 동의를 이끌어낼 때 행사된다.

전자 즉 공안적 방식을 통한 정국 주도권이 일시적이고 상황적으로 행사되는 반면, 후자 즉 정치적 방식의 정국 주도권은 항상적이고 구조적으로 행사된다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그 점에서 양자는 정치운용방식의 양극단에 위치하게 된다. 전자에서 후자로의 이행이 지난 30여년 간의 민주화 과정이었음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정국 주도권 문제와 관련된 이같은 역사적 경험에서 핵심적으로 짚어야 할 대목은 첫째, 공안적 방식의 정국 주도권 행사는 상황적, 일시적으로 행사될 뿐이어서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정국 주도권이라는 것이며 둘째, 근본적으로 퇴행적인 통치방식인 공안적 방식을 구현하는 데는 엄청난 비용이 들지만 예외 없이 정권의 몰락이라는 비극적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왜 '성공적인 이념 공세와 공안적 정국 운영'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지지도가 여전히 10%대에 머물고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볼 것을 '바로 지금' 이명박 정부의 핵심 인사들에게 권하고 싶다. 그리하여 더 이상 발 빼기 어려울만큼 깊이 들어가기 전에, 지금 가고자 하는 길이 혹 '엄청난 비용과 정치적 몰락'이 기다리고 있는 바로 그 길은 아닌지 한 번 더 주위를 둘러보길 권한다. 역사적으로 검증이 끝난 '예정된 파국'을 비싼 수업료를 치르면서 또다시 확인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역사에서 드물게 보는 '후퇴가 용기가 될 수 있는 때'가 바로 지금일 수 있다는 점도 같이 생각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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