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한나라당의 책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무려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공룡' 여당이다. 2위인 민주당은 겨우 81석밖에 되지 않는다. 이 나라가 잘못되고 있는 것에는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책임이 가장 크다. '강부자'를 위한 종부세 인하 따위에 매달릴 시국이 아니건만 한나라당은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은 열심히 하고 있다. '딴나라당'이니 '헌나라당'이니 하는 비판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나라당에서 볼 수 있는 이 나라의 미래는 밝은 것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국가와 국민을 지킨다는 기본 과제조차 제대로 달성하지 못한 채, 선진화는커녕 후진화가 맹렬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차명진 대변인이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사실 한나라당의 대변인들은 보기에도 문제가 적지 않다. 오래 전에 움베르토 에코가 닉슨 하야에 관한 글에서 잘 지적했듯이 텔레비전 시대에는 말만큼이나 생김새가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보자면, 조윤선 대변인은 한쪽 입술이 약간 위로 올라가는 아주 기분 나쁘게 거만한 인상이고, 차명진 대변인은 대단히 단단해 보이는 형태에 날카로운 눈매를 하고 있어서 아주 사나운 인상이다. 차명진 대변인은 그렇지 않아도 얼굴 자체가 사나운 싸움꾼의 인상인 사람이 늘 싸움을 거는 투로 말을 하고 있다. 아무튼 두 대변인이 한나라당의 상태를 잘 보여주는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차명진 대변인이 왜 커다란 논란의 대상이 되었는가? 그의 거친 말 때문이다. 안 그래도 거친 말로 계속 논란을 빚었던 그는 7월 24일에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서 그야말로 '막말'을 했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그는 "교육감을 뽑는데 대통령 심판 운운하는 사람이 있다"며 "이런 사람이 당선되면 '백년지대개'가 될 것"이라고 비아냥댔다"는 것이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둘러싸고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아주 많다. 후보들 중에도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현 교육감이자 1번 후보인 공정택 후보가 한나라당의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통령 심판'을 주장하는 사람이 교육감으로 당선되면 '백년지대개'라니, 한나라당의 수준에 대해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차명진 대변인의 저질스런 '욕설'은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을 비튼 것이다. 교육은 백년 앞을 내다보고 해야 한다는 '백년지대계'를 비틀어서 '백년의 큰 개'라는 뜻의 '백년지대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라고 주장한 후보가 교육감으로 당선되었다고 치자. 차명진 대변인의 '욕설'은 후보에 대한 '욕설'을 넘어서 그 후보를 교육감으로 선택한 시민들에 대한 '욕설'이 된다. 아니, 그 후보가 낙선했다고 치자. 그렇더라도 그를 지지한 시민들에게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도대체 시민들을 뭘로 보기에 이런 저질스런 '욕설'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차명진 대변인의 머릿속도 궁금하지만, 한나라당의 의사 결정 방식은 더욱 더 궁금하다.
그러나 차명진 대변인이 깨우쳐준 것도 있다. 차명진 대변인의 저질스런 '욕설'에 대해 생각하다가 문득 현재의 서울시 교육청 상태가 그야말로 '백년지대개'의 상태라고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에 언론에 보도된 몇 가지 사실만 간추려 보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학교 급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국·공립중학교교장단이 직영급식을 의무화한 현행 학교급식법의 재개정을 위해 서명을 받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13일 <한겨레>가 서울시 국·공립중학교교장단과 일선 학교들을 취재한 결과, 교장단은 최근 '직영을 의무화하지 말고 위탁과 직영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내용의 서명을 각급 학교를 통해 학부모들에게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 2008년 7월 13일)
서울시내 일부 전·현직 교장이 위탁급식업체 관계자와 해외 골프여행을 다녀와 교육당국이 감사에 착수했다. 15일 시교육청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시내 전·현직 교장 6명이 2006년 8월부터 올해 초까지 1~4차례 ㄱ급식업체 사장과 일본으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경향신문>, 2008년 7월 15일)
21일 서울시교육청과 서울시의 말을 종합하면, 시교육청은 지난 5월19일 공정택 교육감 명의로 '강남구 수서2지구 임대주택단지 건립사업을 재고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서울시와 국토해양부에 보냈다. (…) 공문을 받은 서울시 관계자는 '교육적인 판단을 해야 할 시교육청이 반교육적인 요구를 해 온 데 대해, 오히려 서울시가 반대하는 이상한 상황'이라며 '교육청의 공문은 일고의 가치도 없고,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아파트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2008년 7월 21일)
현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시절부터 도입을 추진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3월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고 밝히면서 결국 백지화됐던 영어 몰입 교육이 서울지역 13곳의 공립 초등학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시교육청은 그동안 연구학교로 지정된 광남초 1곳에서만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다고 말해왔다.
27일 서울시교육청이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서울 ㅊ·ㄱ·ㅇ초등학교 등 13곳의 공립 초등학교와 19곳의 사립 초등학교 등 서울에서만 모두 32곳의 초등학교에서 영어몰입교육을 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한겨레>, 2008년 7월 28일)
현재의 서울시 교육청 상태를 차명진 대변인의 '백년지대개'보다 더 잘 나타내 줄 수 있는 말은 없는 것 같다. 일부 교장들은 광우병 위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위탁 급식을 추진했고, 서울시교육청은 1곳에서만 '영어 몰입 교육'을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오다가 발각되었으며, 공정택 교육감은 자기 명의로 서울시에 보낸 '임대 주택 단지 건립 사업 재고 요청 공문'에 대해 모르는 일이라고 거짓말을 했다가 들통 나고 말았다. 외교부 다음으로 한심한 게 현재의 서울시 교육청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 그리고 이 사회의 안전을 위해 정말 '백년지대개'를 개혁해야 한다.
'7월 30일 수요일'이 그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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