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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교원 단체가 교육 망치는 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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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교원 단체가 교육 망치는 주범"

[서울 교육감 후보 연속 인터뷰 ⑤] 이인규

"제발 속지 마세요."

그의 목소리는 인터뷰 중간중간 자주 높아졌다. 언론이 답답했고, 하고 싶은 말이 많다고 했다.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인규(50) 후보.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자주 했던 말은 '관료집단과 교원 단체에 속지 말자', 그리고 '학부모 중심'이었다. 이는 그가 일찌감치 내걸었던 '반이명박-반전교조'라는 구호로 이어진다. 이 구호로 인해 그는 보수-진보 양 진영 모두의 공격 대상이 된 동시에 양분된 구도 속에서 독자 세력으로서 가장 주목 받는데 성공했다.

사실 교육 개혁 운동을 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 후보의 이름은 낯설지 않다. 그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참교육실천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던 전교조 초기 멤버이다. 그러나 그는 정책적으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전교조 활동을 중단했다. 이후 그는 서울미술고 교감으로 재직하면서 교원평가, 직영급식 등을 도입했고, 2006년에는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을 역임했다. 그는 현재 아름다운학교운동본부 상임대표를 맡고 있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에 출마한 자신의 공약을 두고 "인간 이인규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라고 했다. 그 메시지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일까. 지난 18일 서울 중구 장충동 선거사무소에서 그를 만났다.

"극단의 한축이 정권을 잡아 중도 개혁이 힘을 잃었다"
▲ ⓒ프레시안

프레시안:
출마하게 된 개인적인 동기는 무엇인가.

이인규: 현장 교육의 실천 전문가로서 오랫동안 일해왔다. 다른 교사들로 하여금 어떻게 잘 가르칠 것인가에 골몰했고, 2000년부터 최근까지 주로 교장 선생님들에게 학교 혁신을 설명해왔다. 교감으로서 서울 미술고를 운영했고, 중앙 교육 정책에도 관여했다. 이제 해야될 일은 교육청이다.

특히 최근에 와서 잘못된 흐름들이 짚어진다. '잃어버린 10년'은 그래도 중도적 개혁이었다. 물론 성공적이진 않았어도, 5.31 교육 개혁부터 최근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 보고서에 이르기까지 우리 교육의 중심 책략이 들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극단의 한축이 정권을 잡은 것이다. 그러면서 극우파에 해당하는 교육 정책이 하나의 정부 정책으로 부상해버렸다. 이것이 제 출마의 중요한 계기다.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의 교육 정책을 반대한다고 표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이인규: 대표적인 것이 4.15 학교 자율화 조치다. 오랜 세월 학생을 경쟁이나 관료적 부패를 막기 위한 일련의 주제를 나쁜 것으로 몰아버렸다. 이것은 전봇대가 아니라 신호등을 뽑아버린 일이었다. 0교시 수업, 우열반, 방과후 학교에서의 사교육업체 허용 등, 당연히 규제할 사안에서 후퇴했다. 자사고, 특목고를 확대하겠다는 귀족 학교 정책, 특히 모국어 교육, 언어 교육에 있어서 국기를 흔들어버린 '영어몰입교육'의 전면화가 있었다.

문제는 이런 극우가 나오면 극좌가 대두된다. 중도적 세력이 힘을 잃고, 교육 문제가 극우와 극좌의 극심한 대립으로 나갈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특히 교원단체가 중심이 된 교원 이기주의와 좌파 노선이 결합됐다.

그 대표적인 현상이 교원 평가다. 이 평가는 수업 만족도 조사와 경영 만족도 조사다. 아이들이 수업을 알아듣는지, 교사의 목소리나 교재 등은 괜찮은 건지 등 아이들의 느낌, 생각을 적어보라는 것이다. 거기에는 경영 만족도 조사가 포함돼 있다. 미술고 교감으로 재직 당시, 29개 항목을 가지고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만족 여부를 조사했다. 5.0 만점에 3.0 이하면 빨간불을 켰다. 경영 만족도 조사, 수업 만족도 조사, 워크숍 등의 기법을 도입한 것이다.

이제 학부모가 진짜 교육을 해야 한다. 학교의 볼모가 된 당신들이 이번 선거를 통해서 양쪽을 다 심판하라는 것이다.

프레시안: 한국 교육의 핵심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이인규: 우리 교육은 현재 경제 현실과 무관한 점이 너무 외로운 섬이다. 교육 양극화는 현재 현상이라면, 이 교육 양극화를 평등의 이념이 아니라 기회 균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헌법은 능력과 노력에 따른 기회 균등을 보장하고 있다. 평등 교육의 이념이 아니라 기회 균등의 이념으로 문제 해결하자는 것이다.

특목고, 자사고에서도 기회 균등 선발제를 실시하고, 또 등록금도 비싸다면 소득별로 차별화할 수 있다. 양극화는 기회 균등으로 풀 일이지, 평등으로 풀면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학부모도 모이면 충분히 공공적이다"

프레시안: 후보가 내세우는 핵심 공약은 무엇인가.

이인규: 사실 제 공약은 5.31 교육개혁에서 미래교육 비전 전략으로 이어지는 이전의 전문가들이 만든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게 큰 얘기다. 작년까지 미래교육 비전과 전략을 교육혁신위에서 만들었다. 그 속에서 핵심적인 부분만 제가 빼온 것이다. 참여정부에서 만들었다고 그 정부 색깔로만 만든게 아니다.

교육감이 된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학부모 모임을 조례 수준에서라도 확정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해서든 세력을 만들어야한다는 것이다. 교원단체와 교섭할 때도 학부모 사전교섭제를 실시하고 사후보고를 하겠다.

두 번째, 주민교육자치센터를 설립하겠다. 이는 행자부와 관련돼 있다. 주민교육자치센터 내에 교사학습지원센터, 학생인권위원회, 학부모지원센터, 교육복지위원회 등을 만들어서 주민들의 의사 통로를 반영하고, 행자부나 복지부의 예산을 끌어오는 통로를 만들겠다. 또 교육청에 연락소 역할을 확충해 주민들의 참여를 끌어내려 한다.

또 학교운영위원회에 충분한 규칙 제정권, 예산권, 집행권을 줄 생각이다. 그렇게 되면 학운위가 교장과 교원단체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프레시안: 학부모 이기주의라는 말도 있다. 학부모들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내세우는 정책이 오히려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인규: 어떤 개인이 공공성을 표방할 수 있나. 개별화된 학부모에게 공공성을 표방하라는 것만큼 허위가 어디 있나. 학부모도 집단으로서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학부모 개인들을 볼모화 시키고 학부모 이기주의로 모는 것은 교원단체, 관료주의가 만든 신화다. 학부모는 모이면 충분히 공공적이다. 토론하고 의사 결정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1987년 이후에 2000년까지 교원 중심이 된 교육 민주화 운동을 했다. 이제 학부모, 학생 중심 교육 민주화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이번 선거에서 제가 하는 선언이다.

"애들을 경쟁시킬지, 학교를 경쟁시킬지 선택하라는 것"

프레시안: 교육운동 진영에서는 교장선출보직제 등을 통해 학교 민주화를 강화하자고 주장해 왔다. 이런 주장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이인규: 교육개혁에 대한 청사진은 이미 나와 있다. 1995년 5.31 개혁부터 시작된 것이다. 전교조 등이 다양한 주장을 하고 있고, 좋은 내용도 많다. 하지만, 그들이 중요한 지점을 빠뜨리고 있다고 본다. 학교와 교사들이 변해야 한다는 것. 그걸 빠뜨리고 있다. 학교와 교사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방안 가운데 하나로 창의형 자율학교를 제안한다.

우리 법에 따르면 이미 교장과 교사의 자격과 관련해서 교육감이 충분히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주민들은 학교 헌장을 만들고, 경영을 담당하는 사람이 학교의 비전과 목표, 전략을 꾸리는 것, 그것이 창의형 자율학교다.

예를 들어 핸드폰 전문 학교라고 하면 교장이 거기에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그런데 기존 교육계가 이를 하지 않으려 한다. 관료는 자기 권한 넘겨주지 않으려 하고, 교원들은 밥그릇을 건드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제 정책은 간단하다. 애들을 경쟁시킬 것인가, 학교를 경쟁시킬 것인가 선택하라는 것이다. 학교를 경쟁시키면 신자유주의인가? 한줄 서기 경쟁을 하면서 학교도 한줄 서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애들만 경쟁시키는 것이다. 한 상품만 만들어내는 셈이다.

프레시안: 우리 사회에서는 직업간 서열화가 이뤄져 있다. 이런 가운데 다양화를 추구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서열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학교가 다양화된다고 하더라도, 해당 학교를 나와서 얻게 될 직업의 사회적 서열이 낮다고 치면 결과적으로 학교간 서열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이인규: 이미 양극화는 진행돼 있다. 상위층은 사교육을 얼마든지 하고, 이민 가고, 심지어 좋은 대학에서 더 높은 기회를 보장 받는다. 하위 계층은 아예 포기됐다. 포기된 아이들을 학교로 불러들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이 아이들을 경쟁시켜야 한다. 선생님들을 경쟁시켜야 한다. 책임 경쟁을.

그래도 물론 학력주의 사회의 문제는 남는다. 그러나 그것은 노동 구조 개편 문제이다. 그걸 연관시켜서 여기까지 와서 평준화를 얘기하면 안 된다. 교육 양극화가 된 상황에서의 평준화 논법은 양극화를 더 확대할 뿐이다.

물론 저는 입시 부활의 평준화를 얘기하는게 아니다. 학교 선택권을 적어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선택권이 보장되면 실제로 학교가 아이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게 된다. 핸드폰 고등학교, 약학 고등학교가 생기게 되면, 시장에 바로 반응하는 셈이다.

"관료 세력과 교원 단체에 끌려다니지 말자"

프레시안: 이명박 정부의 영어공교육 정상화 방안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에 대한 계획은 어떤가.

이인규: 이는 초등학교 1,2학년 영어 가르칠 것인가 말 것인지, 방과후 학교에서의 영어를 할 것인지, 영어몰입교육을 확대할 것인지, 영어로 하는 영어교육은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원어민교사 파견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로 나뉘어야 한다. 이 일체에 대해서 저 보고 전체에 대해서 반대나 찬성이냐고 물어보면 답답하다.

전혀 다른 발상이 가능하다. 영어 원어민 한 명씩 파견하는 대신 외국인 학생을 불러들일 수도 있다. 또 차라리 이렇게 외국으로 아이들이 많이 갈 요량이면, 외국의 학교를 우리가 사버리는 것도 방법이다. 또 활동 중심 영어교육을 활성화시키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명박식 영어 공교육은 현장을 너무 모른다. 본질인 학교 구조의 변경 없이, 애들만 닥달하는 개혁 프로그램에 반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 대안 없는 전교조식 영어 공교육 반대도 반대한다.

프레시안: 임기가 2010년까지 1년10개월 가량이다. 공약을 실행에 옮기는 데엔 짧은 기간 아닐까.

이인규: 이번 공약은 인간 이인규가 사회에 선언한 메시지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개혁에 도전할 것이다. 또 만약 당선되면 연장을 통해서 할 수도 있다.

프레시안: 관료, 정부, 전교조와 대립각을 세웠다. 당선이 되면 행정상 이들과의 협력 관계에서 문제가 있지는 않을까. 또 선거는 조직 싸움의 면도 큰데, 그런 면에서 불리함을 느끼진 않는가.

이인규: 그래서 각종 위원회를 부활시켜 다양한 색깔을 풀어내려 한다.이념 세력이 아닌 전문가들은 생각이 거의 비슷하다. 이명박 정부 내에도 전문가들이 있다. 연구 전문가, 현장 전문가들은 어디에 있든지 생각은 비슷하다.

'반이명박-반전교조'라는 구호를 대단하다고 여기는 이들이 많다. 양쪽의 화력은 자기들끼리 소진하라고 하고, 제 갈길 간다는 거다. 물론 불리한 것도 인정한다. 그래도 여론조사에서 1등을 했다. 내가 지지를 받는 양상은 우리 사회의 희망이라고 본다. 보혁 대결은 현실이다. 한국 사회는 극심한 양극화 사회다. 그리고 중도는 결집돼 있지 않다.

학부모 중심 개혁, 중도 개혁, 아동 중심 교육을 천명하는 거다. 보수 세력은 지난 4년 동안 뭐하다가, 이제 사교육비를 끌어내겠다고 한다. 이번에 시민들의 참여 혁명이 필요하다. 거기에 밀알이 되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학부모들이 속지 말자. 양대 세력, 관료 세력과 교원 단체에 끌려다니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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