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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외자 대책, 핵심은 대부업체 고금리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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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외자 대책, 핵심은 대부업체 고금리 규제"

"금융소외자 777만 명…경제 아니라 복지 문제"

금융소외자 지원을 위한 종합대책이 발표됐다. 신용회복기금 설치와 자활지원 네트워크 구축, 불법 채권추심 방지법 국회 제출 등이 골자다.

하지만 저소득층에 가해지는 사금융업체의 고금리 압박을 막기 위한 대책은 전무해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용회복기금 설치해 기초수급자 구제

금융위원회는 24일 오전 청와대에서 개최된 제5차 국가경쟁력 강화위원회에서 금융소외자 지원 대책을 포함한 '금융 영업규제 선진화 및 감독역량 강화방안'을 보고했다. 여기에는 금융회사의 영업 관련 제도개선 방안과 상장기업 공시 부담 경감 등의 대책이 실렸다.

금융소외자 관련 주요 대책은 신용회복기금 설치와 종합자활지원 네트워크 구축, 마이크로 크레디트 활성화, 불법 채권추심 방지법 제정 등이다.

신용회복기금의 경우 지난 3일 김종창 금융감독위원장이 발표했듯이 환승론(고금리 대출을 저금리 대출로 전환) 시스템이 유지되도록 하는 저소득층을 위한 새 기금이다. 자산관리공사(KAMCO)에 설립한다는 방침이다.

운영 골자는 다음과 같다. 우선 신용회복기금은 부실채권정리기금 잉여금 중 금융기관에 배분될 금액 2000억여 원을 우선적으로 출연 받아 기초수급자 및 1000만 원 이하 채무자의 연체채권을 대신 매입한다. 그리고 회복기금이 신용을 보증하는 개인 채무자가 제도권 금융회사에 저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금융소외자 지원 종합대책 골자. ⓒ금융위원회

이를 통해 채무자는 자연스럽게 고금리 대출의 부담을 벗고 저금리로 갈아타게 된다(환승론). 당장 대부업체와 채무자의 고리를 끊겠다는 게 기금 운용의 핵심이다. 금융위는 기금을 통해 약 72만 명의 금융소외자를 지원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금융소외자의 채무조정에서부터 자활능력 개발, 창업지원 등을 제공하는 통합 서비스 체계 구축 사업도 추진한다. 금융위는 금융소외자의 복지수급 및 자활제도 수혜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조회해 개인별 상황에 적합한 맞춤형 자활제도를 올해 하반기부터 구축 개시한다는 방침이다.

그 동안 신용정보법과 대부업법 등에 상이한 내용이 산재해 혼란을 가중시켰던 불법 채권추심을 규제하는 법안을 단일법에서 통일적으로 규정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금융위는 금년 중으로 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전했다.

불법 채권추심 방지법은 폭행은 물론, 채무자 또는 관계인에게 채무사실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심야 방문 또는 전화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마이크로 크레디트 전문인력 양성과정 추진, 휴면예금 기부절차 마련, 금융회사 퇴직자를 중심으로 한 자원봉사자 활용 방안 등도 보고서에 담겼다.

금융소외자 777만 명에 비해 수혜자는 소수

이번 정책에는 다양한 내용이 담겼으나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777만 명에 달하는 금융소외자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장 지적되는 문제는 신용회복기금 수혜자 수가 턱 없이 적다는 점이다. 김병권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오늘 나온 정책을 보면 여전히 대상자는 제한돼 있다. 대통령의 공약사항에 비해서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수혜자가 700만 명이 넘는 사람 중 소수에 불과한데 성공할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과의 정책 연계가 제대로 될 지도 변수다. 신용회복기금의 경우 은행의 부담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정부 보증으로 개인이 저리 대출로 갈아탈 때조차 은행의 협조가 필요하다. 정부와 은행의 사전협의가 어느 정도로 진행됐느냐에 따라 대책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날 수 있다는 얘기다.

환승론의 경우도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사실상 아무런 수혜를 입지 못해 효과에 한계가 있다. 금리 부담이 낮아졌다손 쳐도 경제적 능력이 없이는 원금을 상환할 능력이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일단 창업을 위한 국가적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회연대은행 김원기 본부장은 "사금융에 의존하는 사람들은 정상적인 취업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결국 이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서 지원하지 않는다면 경제적 자활은 불가능하다"며 "이들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대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부업체 등의 고금리 규제 방안은 빠져

특히 이번 대책에 대부업체를 비롯한 사금융권의 비정상적인 고금리를 규제할 방법이 없어 근본적으로 금융소외자 발생의 고리를 끊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김동언 간사는 "이번 대책은 정부가 채무자의 빚을 대신 사금융권에 갚아주겠다는 것 외에는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채권자 중심 정책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간사는 "우리나라에서 금융소외자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49%에 달하는 대부업체의 고금리다. 이를 막지 못하면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한 채무자가 결국 사채를 끌어 쓰다 신용불량자가 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 한다"며 "대부업체의 금리를 세계적 수준인 20~25%대로 낮추고 미등록 업체에 대한 행정감독체계를 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 긴급현안질문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응답하고 있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저소득층 문제도 경제논리로 접근하는 정부 당국자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이런 비판이 나온 것은 지난 23일 국회 현안질의에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금리가 100%라도 돈을 빌려주는 게 더 중요한 사람이 있다"는 발언 때문이다.

김원기 본부장은 "경제논리를 자꾸 들이대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이미 금융 소외 계층이 777만 명에 달했다는 사실은 경제 영역을 떠난 복지의 문제다. 정부가 현실적인 부분을 인정하고 과감한 복지 마인드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강 장관의 발언에 대해 "경제 논리로만 보면 틀린 부분도 있지만 맞기도 한 말이다"고 전제하면서도 "정책입안자로서 가져야 할 마인드가 결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면(경제와 서민 가계)을 다 고려하는 지혜를 발휘해 달라"고 했다.

김동언 간사는 "이 나라 정부가 결국 고금리 대부업체를 옹호하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며 "극히 비정상적인 고금리를 합법화해줘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병권 연구센터장은 "이번 대책안은 국가경쟁력강화위에서 나온 종합 대책의 일부라서 전체 금융소외자에 대한 종합대책이라고 보기에는 미흡하다"며 "국민연금 대책처럼 실효성이 없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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