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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관료주의 깨서, 부패 씻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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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교육청 관료주의 깨서, 부패 씻겠다"

[서울 교육감 후보 연속 인터뷰ㆍ④] 이영만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이영만 후보를 이해하는 키워드는 '학교장 경험'이다. 경기고 교장 재직 시절, 전교생 학부모와 면담하며 쌓은 경험에 대해 그는 강한 긍지를 갖고 있다. 그래서 학교장이 소신껏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는데 관심이 많다. 지역 교육청의 관료주의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교육청의 시시콜콜한 간섭이 학교 현장에서 약이 되기보다 짐이 된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

그를 이해하기 위한 또 하나의 키워드는 '과학교사 경험'이다. 교육방송(EBS)에 출연해 과학을 강의하기도 했던 그는, 청소년들이 '과학 하는 재미'에 더 깊이 빠져들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지난 21일, 선거사무실에서 만난 이 후보는 "체험하고, 탐구하는 과학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효과적인 과학교육은 선진국으로 가는 필수조건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론조사에서 드러난 지지율은 낮지만, 그의 선거 사무실은 분주했다. 끊임없이 전화가 울리고, 사람들이 드나들었다. 정치적 경험이 낯설 수밖에 없는 그에게 이번 선거에 대한 생각을 물었더니,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 선거답게"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실제로 그는 공정책 후보와 주경복 후보 모두에 대해 "교육자로서의 진정성보다 정치적 고려를 앞세운다"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교육과 정치가 완전히 분리되기는 어렵다.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이뤄지는 일인데, 이 과정에서 갈등은 필연적이다. 그리고 이런 갈등은 사회 구조적 문제와 종종 맞닿아 있다.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정치적 관심사인 교육 쟁점을 골라 의견을 물어봤다.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과 교원평가에 대해 물었는데, 그는 둘 다 찬성 쪽이었다. 이 후보의 '성향'이 궁금한 독자에게는 충분한 힌트가 됐으리라 본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인터뷰 전문에 정리돼 있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 선거답게 치르자"

프레시안: 교사, 교장(경기고 교장), 교육행정가(교육부 교육정책 심의관 등)를 두루 거쳤다. 교육감 출마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영만: 38여 년 동안 교육현장의 모든 부분을 경험하였으나 지금처럼 공교육이 위기인 적은 없었다. 경기고 교장으로 재직할 당시, 전교생 학부모 면담을 실시한 적이 있다. 학부모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제대로 된 교육개혁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당시의 기억이 출마를 결심한 계기다.

하지만 선거는 교육적 고민보다 정치판의 논리가 중심이 될 수 있다. 그래서 한동안 출마를 망설인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그동안 가르친 제자들과 학부모들이 (꼭 출마하라며) 부탁했다. 그래서 결심을 굳혔다.

프레시안: 첫 주민 직선제로 치러지는 서울시 교육감 선거를 두고 언론에서는 '이명박 정권 중간 평가', '전교조 대 반(反)전교조' 등 다양한 프레임을 제시했다. 후보가 생각하는 이번 선거의 의미가 궁금하다.

이영만: 교육감은 대한민국의 기초 교육을 좌우하는 막중한 자리다. 교육감 선거의 가장 큰 의미는 학생들에 대한 사랑을 실천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정치적 고려가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진정성을 후보 선택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 선거답게 치러야 한다.
▲ 이영만 서울시 교육감 후보. ⓒ프레시안

"교육청 비리, 관료주의가 낳은 구조적 문제"

프레시안: 서울시 교육(혹은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핵심적으로 요약한다면.

이영만: 지역 교육청은 교육부의 그늘 아래 있었던 까닭에, 비리가 저질러져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 소수의 교사와 교육 공무원들의 비리라고 작게 보도될 뿐이었다.

하지만 이런 비리는 인사, 시설, 재정 문제에 뿌리깊이 박혀 있는 관료주의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구조적인 문제라는 뜻이다.

대부분의 교사 인사는 학교 사정과 무관하게 교육청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한다.

공연히 일을 벌였다가 사고 생기는 것보다는 교육청 지시에 순응하면서 무사히 임기를 끝내는 것이 교육자 인생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라는 식의 인식이 은연중에 퍼져 있다.

이런 형편에서 더 많은 권한이 시·도교육청으로 이관된다면, 교육청의 관료적 행태는 더 확산되고 부조리가 심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국민과 언론이 모르는 사이에, 이런 문제는 쉬쉬하면서 어물쩍 넘어가기 일쑤였다. 국가청렴위 조사에서 서울시교육청의 청렴도가 꼴찌를 면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현실 속에서 당연한 결과다.

교육감이 된다면, 학교장이 교육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껏 학교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학교장이 자신과 뜻을 같이하면서 학교를 함께 운영할 교사를 쉽게 모셔올 수 있도록 하는 통로를 열겠다.

"영어교사가 영어몰입교육 받도록 하겠다"

프레시안 : 다른 후보에 비해 공약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가장 중점적으로 내세우는 공약은?

이영만: '영어 무상 교육' 정책이다. "영어교사의 원어민화" 등을 통해 우수한 영어교사를 확보하겠다. 대학과 연계하여 영어교사가 한 학기 이상 영어몰입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학교 안에서 영어교육을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기 위한 조치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 영어 수업시간을 주당 3시간으로 늘리겠다. 방과 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토익, 토플 수준의 강의가 이루어지게 하고, 원하는 학생은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하겠다. 아울러 해외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전폭 지원하고, 모든 학생이 어학연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어가 가능한 원어민 교사의 수를 대폭 늘리는 한편, '영어 원어민 교사 인증시스템'도 가동하겠다.

프레시안 : 임기가 2010년까지다. 공약을 실천에 옮기기엔 너무 짧은 기간이 아닐까.

이영만: 짧은 기간이다. 그래서, 성과주의식 전시행정으로 치우칠 위험을 더욱 경계하겠다. 물론, 정권 따라가기 식 정책을 취하지도 않겠다.

"썩은 보수와 낡은 진보, 모두 거부한다"

프레시안 : 썩은 보수, 낡은 진보를 비판하고 나섰다. 특정 후보 혹은 교육계의 두 집단을 가리킨 표현처럼 들린다. 이런 구호를 내세운 배경이 궁금하다. 아울러 교육계 내의 진보, 보수 세력 각각에 대한 짧은 평가를 한다면?

이영만: 교육에 보수, 진보가 어디 있나? 설익은 정치논리일 뿐이다. 이런 논리에 매달리는 것은 교육감 후보답지 않은 짓이다.

'청렴도 3년 연속 꼴찌'라는 평가를 받고서도, 부끄러워하지 않은 후보가 있다. 정치권에 줄을 대는 실력만 뛰어난 후보다. 교육감을 시민이 직접 뽑기로 한 이유가 무엇인가. 비전과 리더십이 있는 도덕적인 교육감을 뽑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를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라도, 간접선거를 통해 뽑힌 교육감이 낳은 폐해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후보는 사퇴하는 게 옳다.

현장 경험이라고는 어릴 때 학교 다닌 경험밖에 없는 대학교수가 어느 날 갑자기 교육감 후보가 됐다. 그러니, 믿을 게 촛불의 숫자뿐이다. 현 정권에 대한 반발 심리에 기대지 말고, 좋은 교육정책으로 학생과 학부모, 교사 속에서 공감대를 만들어가야 한다. "학교 자율화는 곧 학교 서열화이며,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위험하다. 획일적 논리에 따른 등식일 뿐이다.

교육감이라는 자리가 정치권에 줄을 대는 실력이나 촛불의 숫자에 좌우되는 상황은 잘못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교원평가에 따른 갈등, 교권 회복으로 풀겠다"

프레시안: 교원평가 완전 실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갈등이 예상되는 민감한 공약이다. 갈등에 대한 해법이 궁금하다.

이영만: 교원평가는 교육활동의 책무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현재 정부가 실시하려는 교원평가는 형식에 불과하다. 아무런 실익이 없다. 좀 더 정교한 평가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수업과 교육의 질을 높인다"라는 목적에 충실한 평가방안을 마련하는 게 우선이다. 학생들이 학기마다 수업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고 이를 교사가 검토하여 반영토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교사의 사기진작을 꾀할 수 있는 방안도 곁들여야 한다. 교권을 회복하고 교사의 보람을 느낄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작업이 함께 진행되면, 소모적인 갈등은 생기지 않으리라고 본다.

프레시안: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대책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이영만: 이번 교육감 선거는 정치적 색채를 배재하고 정책 중심으로 진행돼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정책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 또 다양한 토론회에도 빠짐없이 참가하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책 토론이 선거의 중심에 놓이게 되면,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본다.

"학생들의 창의성 고양하는 과학교육에 힘 쏟겠다"

프레시안: EBS 과학 강사, 서울시 과학전시관 관장 등 과학교육 관련 이력이 눈에 띈다.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다양한 입장이 나오면서 쟁점이 되고 있지만, 과학 교육에 대해서는 그렇지 못한 듯하다. 과학 교육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아울러 요즘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한 관심이 적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이에 대한 대책이 궁금하다.

이영만: 1993년도 동작교육청에서 근무할 당시, '발명왕 시상제'와 관내 중학교의 '발명공작실'을 설치해서 큰 성공을 거뒀다. 학생들이 무척 좋아했고, 열렬히 호응했다. 이후 이런 활동은 10개의 다른 지방 교육청과 서울과학고, 한성과학고로 파급됐다. 이처럼 학생들의 창의성과 도전 정신을 살릴 수 있는 '살아있는, 재미있는 과학교실'을 만들어 청소년들이 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겠다.

과학기술 선진국이 되려면, 교육청과 학교 단위에서 효과적인 과학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돼야 한다. 오래 과학 교사 경험을 살려 학교 과학 교육을 쇄신하는 데 힘을 쏟겠다. 서울시와 협력하여 아이들이 체험을 통해 과학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대폭 늘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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