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빨라야 2010년 하반기 이후 가능"

삼성경제硏 "하반기 평균 유가 150달러시 성장률 2%"

고유가로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 고물가)에 진입한 세계 경제가 빨라야 2010년 하반기 이후에나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현 경제위기 적어도 2년 이상 계속될 것이란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3일 '스태그플레이션 진단과 정책대응' 보고서를 통해 "세계경제는 지난 수년간 향유하던 고성장-저물가 기조를 마감하고 이미 스태그플레이션 초기단계에 진입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스태그플레이션은 2009년 말까지 지속되고 그 이후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은 점차 약화되지만 경기둔화가 지속돼 경기회복은 빨라야 2010년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한국경제 구조가 세계경기뿐만 아니라 유가에도 민감한 데다 외부충격에 대한 내수의 완충역할도 거의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에 평균적인 세계경제 상황보다 더 힘든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고 더 비관적인 전망을 했다.
  
  "경기둔화기 상당기간 지속될 것"
  
  보고서는 "현재 진행 중인 스태그플레이션의 직접적인 원인은 유가급등이나 근본적인 원인은 2001년 이후 본격화된 글로벌 과잉유동성과 그 조정 과정"이라며 "유가충격이 완화된다 해도 세계경제의 조속한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2007년 하반기 미국경제의 둔화를 출발점으로 세계경제가 조정국면에 진입했으며, 유가가 안정세로 돌아서더라도 나머지 인플레이션 요인인 과잉유동성과 신흥개도국의 수요 압력 등은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에 쉽게 회복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1차 오일쇼크나 2차 오일쇼크 때보다는 강도가 약한 '완만한(Mild) 스태그플레이션이 전개될 것으로 보이나, 이후 세계 경제는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까지 상당기간 경기둔화기(stagnation)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미국 주택경기 조정이 2009년까지 지속되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해소에도 향후 1-2년이 소요되는 등 수요충격이 지속될 것"이라며 2010년 하반기 이후에나 본격적인 회복(recovery)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 일본ㆍ유로ㆍ미국에 비해 큰 폭의 성장 둔화와 물가상승 경험"
  
  세계경제의 악화는 당연히 한국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유가에 민감한 경제구조로 인해 한국은 평균적인 세계 상황보다 힘든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게 이 보고서의 지적이다. 고유가 충격이 본격화된 2008년 1/4분기 한국은 일본, 유로지역, 미국 등에 비해 큰 폭의 경제성장세 둔화와 물가상승을 경험했다.
  
  보고서는 하반기 평균 유가가 120달러에 머물면 '완만한 스태그플레이션'을 겪겠지만, 가능성은 낮아도 평균 유가가 150달러 이상으로 급등할 경우 본격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균 유가가 150달러를 넘을 경우 하반기 경제성장률은 2.0%, 물가상승률은 6.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정책대응으로 물가안정 등 경제안정 기조의 조속한 회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임금안정, 공공요금 인상 억제 등 비용 측면의 물가상승 압력을 해소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불식시키는 게 중요하다는 것. 또 하반기 평균 유가가 150-200달러를 유지하는 경우 금리인상을 검토하는 등 보다 강력한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민생고에 시달리는 취약계층을 지원하는 등 부분적으로 재정정책을 활용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고유가 민생종합대책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 하반기 전기요금, 가스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혀, 한나라당이 반대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